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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ne Lee Dec 29. 2016

알리페이(支付宝)의 중국 이야기

중국엔 VAN사가 없다?

핀테크(fin-tech) 분야에 관심이 있거나 중국 시장에 관심이 있으신 분, 또는 근래에 중국에서 생활해보신 분들이라면 알리바바 기업의 금융 자회사 ‘Ant financial(蚂蚁金服)’에 대해서 알고 계실 겁니다. 자세하게 알지는 못하더라도 한 번쯤 사용해본 적이 있거나 그도 아니라면 중국인들이 많이 쓰는 결제 수단이라더라 하는 건 알고 계시죠.


오늘은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알리페이 (支付宝/Alipay)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다들 이미 너무나도 잘 알고 계시다시피 알리페이는 중국 최대의 제 3자 결제 플랫폼입니다. 플랫폼 가입자 수는 이미 9억 명을 넘어섰고, 모바일 앱 (支付宝钱包)의 MAU는 무려 4억 5천 만 명에 달합니다. 위챗에서 자체 결제 시스템인 위챗 페이(wechat pay)를 런칭함에따라 시장 점유율이 조금씩 떨어지고는 있으나, 여전히 전체 시장 점유율이 50%를 넘습니다.


출처 : 아이리서치(iResearch)


아이리서치(iResearch)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6년 상반기에 모바일 결제로만 약 15조 6천억 위안(한화 약 2000조원)이 거래되었는데 이중 알리페이를 통해 이뤄진 결제가 약 8조 위안에 달합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건 엄청난 액수의 거래 규모뿐만이 아닙니다. 상반기 모바일 결제 거래 금액이 한화 2,000조 원에 육박하지만 2016년 2분기 거래 규모의 동년 대비 성장률이 무려 274.9%로 그들의 시장은 여전히 성장 중입니다.


자 그럼 중국의 모바일 결제 시장은 어떻게 이렇게까지 커질 수 있었던 걸까요?


성장 비밀은 중국의 특이한 결제 문화에 있습니다. 중국과 한국의 결제 문화가 다른 것은 모두 잘 알고 계실 겁니다. 한국은 미국과 유럽의 여러 나라와 같이 신용카드가 주 결제 수단인 반면 중국은 신용카드 문화가 들어오기 전에 알리페이와 같은 제 3자 지불 결제 수단들이 생기며 바로 모바일 결제 문화로 접어들었습니다. 이것이 중국 모바일 결제 시장 성장의 핵심 요인입니다.


알리페이는 타오바오가 없었다면 존재하지 않았다.


알리페이는 2003년 타오바오(淘宝)라는 알리바바 기업의 전자상거래 플랫폼에서 소비자의 결제 편의 증진을 위해 처음으로 시장에 나옵니다. 즉 알리페이의 시작은 타오바오가 고객에게 제공하던 부가 서비스 중 하나였던 겁니다. 초기에는 한국의 ‘안전결제' 프로세스와 동일한 형태로 온라인 결제가 지원되었습니다. 구매자가 물품을 구매하고 결제 대금을 우선 알리페이로 지불한 뒤, 물품 수령 확인을 하면 알리페이에서 대금을 판매자 계좌로 입금합니다.


타오바오는 초기 알리페이의 킬링 컨텐츠 역할을 했죠. 듣도 보도 못한 브랜드였던 알리페이는 이때 타오바오의 유저를 그대로 흡수하여 빠른 속도로 성장하였고 2004년에 타오바오로부터 독립합니다.


이렇듯 알리페이가 사실상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한 건 타오바오의 결제 부가서비스 역할을 하던 2003년부터인데요. 알리페이는 2011년에 들어서야 ‘결제 업무 허가증(支付业务许可证)’이라는 결제 라이센스를 취득하게 됩니다. 한국에서도 PG 라이센스가 등장했을 때 이런 비슷한 모습을 보였었죠. 그런데 이때 라이센스를 취득하기 위해 마윈 회장 내린 결정이 세계 투자 시장의 질타를 받게 되는데요. 당시 중국 인민은행은 ‘중화인민공화국중국인민은행법’등의 법률에 근거하여 ‘비금융기관결제업무관리법(非金融机构支付业务管理办法)’을 제정했는데 이 법률의 9번째 조항이 문제 됐던 겁니다.


비금융기관 결제 업무관리법 제 9조 : 외상 투자 지불 기관의 업무 범위, 국외출자자의 자격 요건과 출자비율등은 중국인민은행이 별도로 정하며 국무원의 비준을 받는다.

1%의 외자만 있어도 인민은행에서 발급하는 1차 라이센스 취득이 불가하고 심지어 국무원의 심사까지 받아야 하니 대외적으로 결제 기관의 외자 보유를 금지한 것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마윈은 이 해결책으로 야후와 소프트뱅크가 가지고 있던 지분을 강제 매각하여 개인 회사로 돌려 라이센스를 취득하였는데, 이로 인해 당시 마윈은 많은 질타를 받았습니다.


중국엔 VAN 사가 없다?


알리페이는 결제 라이센스를 받기 전인 2008년에 온라인에서 오프라인 결제 시장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합니다. 2008년부터 모바일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고 오늘날 알리페이는 전 세계에 100만 개가 넘는 오프라인 가맹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해외 알리페이 오프라인 결제의 경우 한국에서 이뤄지는 보통의 신용카드 결제처럼 거래가 이뤄지는데 한국에선 VAN 사와 같은 회사들이 가맹점과 알리페이 사이에서 결제 데이터를 전송해주는 업무를 수행하고 있죠. 하지만 중국 국내의 거래는 VAN 사 없이 알리페이 자체에서 직접 데이터를 처리하고 각 가맹점에 결제 대금을 정산합니다.


알리페이 오프라인 결제는 크게 아래와 같이 두 가지 결제 방식으로 나뉩니다.


알리페이 오프라인 결제 (条码付,扫码付)


反向扫码支付 : 판매자가 사용자의 바코드/QR 코드를 스캔하여 결제 진행.

正向扫码支付 : 사용자가 판매자의 바코드/QR 코드를 스캔하여 결제 진행.


그중 POS기를 이용하는 바코드 결제는 대부분 판매자가 사용자의 바코드/QR 코드를 스캔하여 결제를 진행하는 反向扫码支付로 진행되고 QR 코드의 경우 사용자가 판매자의 바코드/QR 코드를 스캔하는 正向扫码支付로 진행되는데 각 결제의 프로세스에 대해서는 아래에서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QR 코드 결제 (二维码支付)

QR 코드 결제 프로세스 (가맹점 고유 QR 생성 방식)


알리페이는 판매자 계정과 사용자 계정이 구분되어 있는데 중국 국내 거래는 이 두 계정을 통해 결제가 이뤄집니다. 큐알 코드는 대부분이 사용자가 판매자의 QR 코드를 스캔하여 결제를 진행하는 正向扫码支付 방식으로 이뤄집니다. 사용자는 자신의 알리페이 앱을 이용하여 가맹점의 QR 코드를 스캔하고 결제 금액을 입력한 뒤 간편하게 결제합니다.


서비스 신청 방법도 굉장히 간단합니다. 판매자가 알리페이 앱을 통해 서비스 제공사(服务商)의 QR 코드를 스캔하면 알리페이 대금 결제 서비스(支付宝收款功能) 신청 페이지를 볼 수 있는데요. 이 페이지에서 점포 정보를 입력하면 서비스 신청이 완료됩니다. 신청 완료후에는 서비스 제공사에서 가맹점 고유의 QR 코드를 생성하여 출력해주는데, 가맹점에서 출력된 QR 코드를 스캔하여 활성화시키면 바로 서비스가 가능합니다. 판매자는 QR 코드를 총 두 번 스캔하고 간단한 정보만 기입하면 바로 서비스가 가능한 겁니다.


이 방법 외에도 각 개인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QR 코드를 사용하여 결제할 수도 있습니다.


고객의 모바일 기기에 설치된 알리페이 앱에서 결제가 이뤄지고 데이터 통신 또한 플랫폼 내에서 이뤄지는 QR 코드 결제는 중간에 데이터 통신을 위해 VAN사가 낄 이유가 없습니다.


바코드 결제 (条码付)

VAN 이 없는데 신용카드 결제가 가능해?

한국에서도 VAN 사 없이 신용카드 결제가 가능합니다. 다만 VAN을 통하지 않는 경우 각 카드사마다 단말기를 따로 놓고 결제를 진행해야 하죠. 중국엔 VAN 의 개념이 없다고 했는데 그럼 상점은 각 카드사별 단말기를 따로 놓고 결제하느냐? 그건 또 아닙니다. 중국의 오프라인 카드 결제는 일괄적으로 은련(银联)의 네트워크를 통해 이뤄집니다.


바코드 결제 프로세스


그럼 VAN 사가 없는데 어떻게 알리페이는 상점과 결제 데이터를 주고받는 걸까? 중국에 VAN사의 개념은 없지만 시스템상(系统商)이라는 회사들이 존재합니다. 시스템상은 비용을 받고 소프트웨어 개발 능력이 없는 가맹점을 대신하여 각 가맹점에서 사용하는 카운터 업무 처리 시스템(收银系统)에 알리페이와 같은 결제 수단을 연동 개발해주거나 카운터 업무 처리 시스템 자체를 판매(제공)합니다. 개발 능력이 있는 가맹점들은 자신들이 사용하고 있는 백오피스에 알리페이에서 제공하는 SDK와 인터페이스를 사용하여 결제 수단을 추가하면 됩니다. 각 가맹점은 이렇게 결제 수단을 추가하고, 자신들의 카운터 업무 처리 시스템을 사용하여 알리페이와 데이터를 주고 받습니다.


알리페이는 이제 한계다?

2016년 중국 제 3자 모바일 결제 거래규모 시장 점유율 / 출처 : 아이리서치


알리바바와 텐센트는 대부분의 시장에서 1,2위를 다투는 라이벌 관계입니다. 결제 시장에서도 마찬가지인데요. 초기엔 알리페이가 시장을 독식하다시피 했지만, 이젠 위챗 페이가 그 뒤를 바짝 쫓고 있습니다.


알리페이의 시장 점유율이 떨어지는 것을 보고 항간에는 알리페이가 한계에 부딪혔다는 이야기가 떠돕니다. 데이터를 보면 그런 이야기가 떠돌 법도 하다 싶습니다. 위챗은 알리페이의 약 2배에 달하는 MAU를 무기로 자신들의 영역을 무서운 속도로 넓혀가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분명 위챗도 한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위챗은 모바일 메신저로의 한계를 깨기 위해, 알리페이는 결제 수단으로의 한계를 깨기 위해 오늘도 여전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알리페이 앱 내에서 이용가능한 SNS 관련 서비스


알리페이는 결제 수단에서 그치지 않고 소셜 네트워크로의 전환을 꿈꾸었고 이것이 채팅 기능의 추가와 到位 서비스, 圈子 서비스의 제공으로 발현되었습니다. 비록 아직까지 알리페이의 채팅 기능을 이용하여 대화하는 사용자 수는 많지 않지만 到位(위치기반 서비스) 서비스와 圈子(커뮤니티) 서비스는 향후 귀추가 주목되는 서비스 중 하나입니다. 到位는 사용자의 위치를 기반으로하여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각 사용자가 하나의 서비스 제공상이 되어 타인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그 댓가로 서비스 이용자로부터 돈을 받습니다. 圈子는 페이스북처럼 좋아요를 누르고 댓글을 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맘에 드는 게시글에 팁(tip)을 줄 수도 있습니다. 이 두 가지 서비스가 바로 사용자에게 제공하는 알리페이 식의 SNS 서비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알리페이는 결제 서비스를 넘어 사용자의 생활 그 자체가 되었습니다.


2015년부터 중국 당국의 규제가 점점 심해지고 있지만 모바일 결제 시장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습니다. 기업들도 시장의 성장과 변화에 발맞춰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죠. 알리페이는 중국 국내에서 조금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세계 핀테크의 흐름을 주도하는 주체는 여전히 알리페이입니다. 단순히 변화와 혁신만 추구하는 게 아니라 그로 인해 파생되는 여러 문제점을 빠르게 파악하고 능동적으로 해결하려 하는 알리바바의 기업 문화가 그들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무기입니다.


그들은 저만치 가있는데, 우리는 어디쯤 와있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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