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R 코드, 중국인들의 문화로 자리잡다.
QR 코드라는 용어를 한 번쯤은 다들 들어보셨을 겁니다. QR code(中文名: 二维码)는 Quick Response Code의 약자로 특정 기하 도형을 일정한 규칙에 따라 배열하여 만든 흑백 줄무늬의 2차원 코드를 말합니다. 한 방향으로만 정보를 나타낼 수 있는 기존의 바코드와는 다르게 수직, 수평으로 무려 기존 바코드의 수 십배에 달하는 정보를 담아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숫자화만 시킬 수 있다면 사진, 문자 등 콘텐츠에 구애받지 않고 코드화가 가능합니다. 또한 훼손된 면적이 50%에 달해도 데이터 복구가 가능하며 스캔 오류가 1000만 분의 1 밖에 되지 않는다는 장점을 갖고 있죠.
이렇듯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는 QR 코드는 오래전 한국에도 그 모습을 보인 적이 있었지만, 지금까지도 대다수의 사람들이 QR 코드의 사용법조차 모를 정도로 한국은 QR 코드가 거의 사장된 상태나 다름없습니다. 이에 반해 중국은 세계에서 QR 코드를 가장 다양하게 활용하는 국가 중 하나라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중국은 어떻게 QR 코드 강국이 될 수 있었던 걸까요?
세계적으로 QR 코드 기술에 대한 연구는 20세기 80년대 말부터 시작되었고, 중국은 1993년 그 파도에 올라탔습니다. 시작은 미미했으나 놀라울 정도로 빨리 진행된 중국 경제 및 기술력의 발전과 중국 정부의 끊이지 않는 지원, 그리고 소비자의 수요가 만나 QR 코드는 거대한 파도가 되어 중국 대륙을 집어삼키게 됩니다.
스마트폰에서 중국어를 입력해보신 분들이라면 다들 아실 겁니다. 고작 글자 하나를 입력하는 것뿐인데 왜 이렇게 번거로운지요. 중국은 중국어 자체의 특성상 한자를 입력하려면 병음 또는 한자 자체를 직접 하나씩 써넣어야 하는데 이 과정이 굉장히 복잡하고 오래 걸립니다. 이에 반해 QR 코드는 스캔 하는 것만으로 이용자가 원하는 정보를 얻어 갈 수 있었고, 그들의 수요와 맞물려 자연스럽게 생활 속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게 된 것입니다.
그렇다면 중국은 언어의 불편함이라는 하나의 요인만으로 오늘날의 QR 코드 강국이 될 수 있었던 걸까요? QR 코드를 사용하기 시작한 원인은 중국어 자체가 가지고 있는 단점이었지만, QR 코드 사용의 보편화엔 중국의 국민 모바일 메신저인 WeChat(微信) 이 지대한 역할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2011년 1월 시장에 처음으로 모습을 선보인 WeChat(微信)은 론칭 후 2년 6개월이 지난 2013년 3분기에 이미 2.72억 명의 MAU(Monthly Active Users)를 보유한 메신저로 자리매김합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오늘날 중국 국민 모바일 메신저라 할 수 있는 위챗의 2016년 Q1 기준 MAU는 무려 5.49억 명에 달합니다.
WeChat(微信)은 2012년 초부터 QR 코드를 활용하기 시작했는데요. App 내에 스캔 기능이 추가되었고 지금처럼 각 개인의 QR 코드를 스캔하여 친구 추가를 할 수 있게 된 겁니다.
친구 추가를 하기 위해 QR 코드를 사용하게 되면서 이용자들이 보다 쉽고 친숙하게 QR 코드를 접할 수 있었고 점차 그들의 하나의 습관처럼 자리 잡았을 겁니다. 결국 QR 코드는 ‘WeChat(微信)’이라는 중국 내부의 거대한 급류를 타고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이죠.
물론 WeChat(微信) 이 스캔 기능을 지원하기 전에도 다양한 App들이 이미 해당 기능을 지원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어떤 App도 WeChat(微信) 만큼의 파급효과를 내지는 못 했을 거라 생각합니다.
중국 내에서 QR 코드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다양한 방법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그중 몇 가지를 소개해드리려 합니다.
1) 정보의 획득
오프라인에서 회사 및 제품의 정보를 소비자에게 제공하기 위해선 많은 어려움과 제한이 따릅니다. 제공하고자 하는 정보는 많은데, 정보를 제공 할 수 있는 마땅한 방법이 없고 그럴 여건이 안 되는 것이죠. 기업과 개인은 바로 QR 코드를 활용하여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였습니다. 제품이나 광고에 QR 코드를 넣기 시작한 겁니다.
이용자는 QR 코드를 스캔하여 광고 영상을 보거나 할인 정보 및 쿠폰을 받는 등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보다 쉽고 편리하게 확인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2) 모바일을 통한 음식 주문 및 결제
요즘 중국 국내의 음식점이나 카페를 들어가면 각 테이블에 QR 코드가 부착되어 있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QR 코드를 스캔 하면 모바일 기기를 통해 메뉴를 확인할 수 있고 주문이 가능합니다. 뿐만 아니라 알리페이(支付宝)나 위챗 페이(微信支付) 등을 이용하여 그 자리에서 결제도 가능하죠
3) 입장권 활용
관광지 티켓에도 QR 코드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대부분 종이 티켓에만 제한되어 사용되고 있는데 조만간 모바일 기기를 통한 구매 및 활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항공사 App에서 간편 체크인을 하고 모바일 티켓을 발급받듯, 위챗 페이나 알리페이를 통해 입장권을 구매하고 바로 QR 코드 입장권을 자신의 모바일 기기에 저장하여 간편하게 활용하는 방안이 곧 나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 외에도 QR 코드는 App 다운로드, 위조방지, 회원 관리, 좌석 예약, 모바일 쇼핑, 오프라인 결제 등 다양한 방법으로 중국 국내에서 활용되고 있습니다.
QR 코드는 이렇듯 정보를 얻는 하나의 방법을 넘어서 중국인들의 생활 속 문화로 자리 잡았습니다. 문화로 자리 잡은 만큼 보안성에 대한 우려의 이야기들도 들려옵니다. 하지만 이론상으로 QR 코드 자체는 바이러스를 갖고 있을 수 없다고 합니다. 코드 스캔 후 전환된 페이지에서 ‘다운로드' 버튼을 눌러야만 바이러스를 가지고 있는 소프트웨어가 다운로드 되는 것이죠.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출처가 불분명한 QR 코드는 조심하는 게 좋습니다.
중국은 더 이상 기술적으로, 그리고 경제적으로 뒤처진 국가가 아닙니다. 오히려 많은 분야에서 세계의 트렌드를 이끌어 나가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그들은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에 대해 항상 수용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죠. 우리가 QR 코드 기술을 받아들이지 못한 건 단지 수요가 없었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새로운 기술에 대한 거부감 때문이었을까요? 한 번쯤 생각해볼 만한 문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