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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ne Mar 27. 2022

그림책을 읽어본다 6

<스노플레이크 벤틀리>(Snowflake Bentley, 눈송이 벤틀리)



<Snowflake Bentley> Jacqueline Briggs Martin    Mary Azarian (Illustrations)       1998   Houghton Mifflin Harcourt


스노플레이크 (the snowflake man)이라고도 불린 윌슨 벤틀리(Wilson Bentley)  결정체를 관찰하고 처음으로 이를 사진으로 기록해 남긴 기상학자로 불린다.


미국 버몬트(Vermont) 눈이 많은 마을에서 자란 그는 어릴  현미경으로 보게  눈송이 결정체의 아름다움에 매혹되어 평생 심혈을 기울여 이를 기록하고 눈송이의 아름다움을 주변 사람들과 공유하였다.


순식간에 사라지는  모양을 제대로 기록하기 위하여 당시 새로운 기술인 고가의 현미경 사진기로  결정체 사진을 찍기까지 그가 기울인 노력우리 모두의 경탄을 불러일으키기에 모자람이 없다.


벤틀리는 자신의  결정체 슬라이드를 여러 사람들이 손쉽게 사용하도록 하였고 사람들이 눈의 아름다움을 부담 없이 즐기는 동안 그는 아무런 보상과 공로를 인정받지 한 채로도 즐겁게 눈송이 탐구에 전력했다. 벤틀리가 마지막으로 기록한 눈까지 아직 어느  결정체도 같은 모양을 하고 있지 않았다는 점이 벤틀리를 끊임없이  눈을 찾아 헤매게 만들었다, 지금 사라지는 아름다운 눈은 다시  모양을   없는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에.*


그의  작업을 소중히 여긴 주변의 학자, 지인들의 모금에 힘입어 그가 66 되던 1931년에 그의   결정체 사진집 <스노 크리스탈스>(Snow Crystals) 출간되었다.  결정체 공부를 처음 시작하는 사람은 아직도  , <스노 크리스탈스> 입문한다고 한다.


세기가 변화하는 시기에 날쌔게 달리는 세상 뒤에 처져 일생의 작업을 쉽게 남에게   시골의 순진한 농부라고 벤틀리를 정의하기 쉽다. 그러나 새로운  결정체를 기록할  그가 경험한 내면의 희열은 아무도 빼앗을  없을 것이며 눈이 내리는  그는 ‘눈송이 신사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그리고 여기 어린이들을 위한 그림책 <스노플레이크 벤틀리> 아름답고 순수한 매체와 색채를 통하여 그의 공을 그리고 그의 충만하고 행복했던 일생을 펼쳐 알리고 있다.


<스노플레이크 벤틀리>는 19세기 후반 미국 버몬트의 농가에서 태어나 평생 눈 결정체의 모습을 기록해낸 윌슨 벤틀리의 일생을 그린 그림책이다.


이 그림책에서 특히 눈에 띄는 세 가지 그림 요소가 있다. 먼저, 삽화가 매리 아재리언(Mary Azarian)이 일러스트레이션의 매체로 삼은 투박한 목판화다. 둘째로는 그림책 전반에 사용된 다양한 농도의 하늘색을 들 수 있다. 마지막으로, 여기저기 보이는 붉은색의 표현이다. 그림책을 한 번만 훑어보아도 이 세 가지 포인트가 눈에 뜨일 뿐만 아니라 매우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우선, 윌슨 벤틀리는 1865년 미국, 버몬트, 제리코(Jericho)의 농가에서 태어나 평생을 그곳에서 살았다. 정규 학교 교육보다는 학교 교사였던 어머니에게서 홈스쿨링을 받으며 성장했다. 또 집에 있던 백과사전을 읽으며 컸다고 벤틀리 스스로가 말하고 있다.


1800년 후반기 미국 최 북동부인 버몬트의 조그만 마을, 제리코. 일 년에 적설량이 3미터에 다다르는 눈 벨트(“snowbelt”) 한가운데 자리한 농촌 마을이 벤틀리의 성장 환경이다. 제리코에서 벤틀리가 다른 아이들과 달랐다면 그는 동네 풍경의 일부분으로 모두 대수롭지 않게 여긴 눈에 특별한 관심을 두고 그 아름다움에 빠져들었다는 것이다.


재클린 마틴(Jacqueline Martin)의 텍스트 그대로 벤틀리는 “세상의 어떤 것보다도 눈을 사랑하였다.”


벤틀리의 눈에 대한 매혹과 열정 그리고 그와 마찬가지로 소박한 그의 가족이 <스노플레이크 벤틀리> 이야기의 전부이며 이것이 위의 세 가지 그림 요소에 축약되어 표현되어 있다.


첫째로, 매리 아재리언의 목판화를 사용한 삽화는 목판화가 주는 투박한 사물의 묘사와 판화를 찍으면서 만들어 낸 검은색  테두리의 표현으로 벤틀리의 순수함 그리고 주변 환경의 순박함을 전달하고 있다.


윌슨 벤틀리는 평생을 눈 탐구에 바친 결과로 기상학자, 농부-과학자로 불리었다. 그러나 기록으로 남아있는 벤틀리의 실제 모습은 그가 지적인 이미지의 과학자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그의 농부 같은 거친 손마디는 항상 추운 곳에서 눈을 만지는 그의 작업의 험한 환경과 그 환경을 그대로 인내할 수밖에 없었던 고생스러움을 그대로 보여준다.


윌슨 벤틀리의 순박함은 그가 자신의 눈 슬라이드를 무료로 그리고 아주 작은 사례를 받고 사람들이 사용하도록 하였다는 점에서도 드러난다. 거의 무료로 학자나 학교들이 그의 눈 슬라이드를 자신들의 출판물에 사용하고, 디자이너들은 벤틀리의 눈 결정체 사진을 사용하여 자신들의 작품을 아름답게 꾸몄다고 책은 전한다.  


이런 벤틀리의 본질을 목판화를 사용한 정교하지 않은 묘사가 제대로 그려주고 있다. 눈 이외에는 아무것에도 관심이 없고 알지 못한 소박한 그러나 한 가지에 열중하여 인생을 바친 순수한 인간의 모습을 이보다 더 잘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 것 같은 표현 매체와 기법이다.


이 기법은 또 벤틀리 부모님의 묘사나  집안 내부의 부엌과 식탁의 모습까지 그 가족의 소박한 그러나 안정적인 삶을 그려 보이고 있다. “항상 일손이 부족한 농가에서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아무 소용도 없는 눈을 가지고 난리 치는 바보 같은 짓”**만 한다고 벤틀리의 부모님은 그를 나무랐다. 그러나 그들은 그 바보짓을 위해 꼭 필요했던 현미경이 달린 카메라를 아들에게 사주었다. 사진기가 발명된 지 단지 20여 년이 지났을 뿐인 때였다는 사실을 비춰보면 현미경 카메라는 특별한 물건이었고 당시 소 10마리 값에 벤틀리는 그 기계를 손에 넣을 수 있었다. 17살 어린 아들의 집념을 인정한 버몬트 시골 농가의 담대함이 보이는 부분이다. 아재리언의 검은색 테두리를 친 투박한 목판화가 이 농가의 담대함을 그대로 그려내고 있다.***  


검은 테두리가 뚜렷한 인상을 남기는 목판화 삽화에서 주를 이루는 채색은 여러 단계의 농도를 보이는 청회색, 하늘색이다. 표지에서 흰 눈 결정체 프린트 아래에 푸른색 바탕을 사용하였고 벤틀리의 복장도 같은 색감으로 표현했다. 앞으로 전개될 이야기의 순수한 아름다움의 예고다. 또, 속표지에서도 벤틀리의 방 묘사에 그리고 창문 밖의 쏟아지는 눈의 표현에도 같은 색을 쓰고 있다.


뿐만 아니라, 눈이 쌓여있는 풍경, 가을밤의 풍경, 그리고 많은 여백도 같은 청회색을 사용하여 오염되지 않은 깨끗한 이야기의 배경을 강조해준다. 이 그림책에서는 페이지 양 옆으로 사이드바를 사용하여 이야기의 주 텍스트에 들어가지 않은 벤틀리에 관한 사실을 기록하고 있으며 그 스페이스는 당연히 표지처럼 푸른 바탕에 휜 눈 결정체 프린트로 장식되어 이야기 전체에 통일감을 부여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스노플레이크 벤틀리> 삽화에서 빠질  없는 포인트는 여기저기 보이는 붉은색의 사용이다. 벤틀리의  사랑에는 그의 붉은색 코트와 목도리가 빠지지 않는다.


눈 폭풍이 쏟아지는 날씨를 반기는 벤틀리의 모습, 다른 아이들이 눈싸움을 하고 놀 때 혼자 눈송이를 받아보는 모습, 현미경으로 눈꽃송이를 보며 그 결정체를 그리는 모습. 그 모든 순간에 벤틀리는 붉은색 코트를 입고 있다. 검은 체크무늬가 박힌 그의 트레이드 마크 코트다.


그리고 눈 결정체 사진 찍기를 처음으로 성공시킨 후 기쁨에 겨워 직업장이던 헛간을 뛰어 나갈 때 벤틀리는 또 다른 붉은색 재킷을 입고 있다. 벤틀리의 눈에 대한 내면의 희열을 표현하는 색은 붉은색이 아닌 다른 어떤 색도 될 수 없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푸르게 표현된 눈에 대비시켜 붉은색으로 표현한 기뻐하는 벤틀리의 모습은 그의 눈 사진만큼이나 소중하다.


또, 시골 농가 풍경의 가라앉은 듯한 색 표현 속에 잠깐씩 등장하는 동네 아이들과 사람들의 붉은색 복장, 그리고 농가 헛간의 담을 채색한 붉은색도 빠질 수없다. 눈 밭 속 농촌 마을에 깃들다 윌슨 벤틀리로 표출된 자연과 인간의 특별한 교감을 축복하는 붉은색이다.


벤틀리의 평생의 노력이 책으로 만들어져 나온, 그가 66세 되던 겨울. 밴틀리는 그러나 여전히 새로운 눈 작업을 위해 눈보라 속을 걸었다. 그의 마지막 모습이다. 두 페이지에 걸쳐 묘사된 눈보라 속의 벤틀리의 모습은 독자들에게 등을 보이고 있다. 거부의 몸짓 일리가 없다. 그는 빨강 목도리와 장갑을 착용하고 있다. 한 달 전에 그의 책이 나온 후 잠시 받게 된 세상의 관심에 동요하지 않고 꾸준히 자신의 길을 가겠다는 겸허한 의지의 등 돌림이다. 그리고 그의 변함없는 순수한 열정이 그 빨간색 장갑과 목도리에 녹아있다. 벤틀리는 이 마지막 눈 작업 행보에서 폐렴에 걸려 두 주 후에 세상을 떠났다.


벤틀리의 마지막 모습과 속표지에서 본 그의 어린 모습이 오버랩된다. 어린 벤틀리는 붉은 잠옷 셔츠를 입고 침대에 앉아 창밖에 내리는 눈을 보고 있다. 내일 만나게 될 새로운 눈을 기대하며 미소 짓고 있는 어린 벤틀리의 설렘이 붉은색으로 전해진다. 그리고 수십 년의 세월이 지난 후 노년의 벤틀리도 같은 붉은색이다. 세상의 어떤 관심에도 개의치 않고 흔들림 없이 자기 길을 가는 그 담담한 그러나 강렬히 뛰는 심장은 바로 붉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 현재까지 기록된 눈 결정체는 모두 다른 모양을 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 세상의 눈을 모두 조사하지 못했고 앞으로도 그러지 못할 것이므로 눈 결정체는 모두 다른 모습이라고 정의 내리지는 않고 있다.  

** "The Snowflake Man" (a short film about Snowflake Bentley)-유튜브

*** 윌슨 벤틀리의 아버지와 형은 그의 눈 결정체 기록 작업의 진가를 인정하지 않았다고 몇몇의 기록은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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