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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소의뿔 Sep 06. 2022

진짜 N잡러 준비

경력 포트폴리오, N잡을 잘 엮은 의미있는 이야기

수입원이 최소 3개인, 30대 초반의 N잡러 A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내 전문성은 뭐지?' 근 10년을 쉬지 않고 달려왔는데, 어느 날 문득 떠오른 이 질문이 그를 멈추게 했단다. 40대를 생각하니 방향없는 것 같이 살면 안 되겠더라고, 계속해서 N잡러로 살아도 되는가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되었단다. 불안과 두려움을 겪으며 그간의 N잡 중 굵직한 하나를 선택해 관련 학과 석사 과정에 입학했단다.


'경력' 관점에서 뭐라고 딱 하나를 꼬집을 수 없었다는 점에서 나의 30대 초반은 30대 초반의 A와 아주 많이 닮았다. 다른 것은, 그는 한 번에 여러 일을 하는, 그야말로 소위 말하는 'N잡러'인데 반해, 나는 한 번에 하나씩 여러 일들을 전전한 광의의(?) N잡러라는 점이다. '동일 직장'에서 '동일 직무'를 주욱 경험하지 않아 고용주에게 매력적이지 않다. 전문성이 떨어져 보이기도 하고, '나 OOO 하는 사람입니다.'를 한 문장으로 정리해서 말하기가 어렵다.


A가 전문성에 기반한 '직업적 정체성'을 찾고 싶은 마음에 대학원을 진학한 것과 동일한 이유로 나도 30대 초반에 학위 과정에 입학했다. 그 일이 계기가 되어 이전의 자잘한 일들을 'HRD' 맥락으로 꿰어 나의 경력 이야기로 풀어가고 있다. 한결 마음이 놓였다. A역시 이제 막 시작한 학위 과정을 마무리할 때면 경력의 맥을 잡아 평안을 누리고 있지 않을까.


이렇게 되는 대로 일하며 A와 같은 N잡러, 또는 나와 같은 N잡러로 살아도 될까? 나이가 들고, 연차가 쌓일 때 전문성도 같이 커가고, 직업적 정체성이 확고해져야 된다는 기대 또는 믿음은 헛된 욕심일까? 대 퇴사의 시대는 역설적이게도 신속하고 빠른 주기로 이직할 기회의 시대이기도 하다. 그래서 굳건한 의지력을 발동하지 않고는 '장기근속'이 점점 더 어려울 수 있다. 인력 이동이 빠른, 비교적 조직의 초기 단계인 스타트업에서 장기 근속자 복지제도를 만들고 채용을 위해 홍보하는 것이 이상하면서도 당연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N잡러이기 때문에 더욱 유념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경력 포트폴리오이다. 경력 포트폴리오(Career Portfolio) '끊임없이 변하는 일의 세계에서 목적, 명료성, 유연성을 가지고 계속 방향을 찾으며 경력의 미래를 만들어 가는 것'(HBR, April Rinne*)으로 직업적 정체성을 '경력과 경험의 다양성을 바탕으로 삶을 디자인 하는 것'을 의미한다.

April Rinne, HBR, October 13, 2021 Why You Should Build a “Career Portfolio” (Not a “Career Path”)



경력 포트폴리오를 고려한다는 것은 'OOO 출신이다'는 배경보다, 'OOO 담당이었다'는 경력 기술서에나 들어갈 내용에서 조금 더 깊이 들어간 성찰이 필요하다. 그 성찰의 결과는 '내'가 어떤 맥락에서, 어디를 향해가는 길이고, 그 여정에서 어떤 역량과 경험들로 나를 만들고 채워 왔는지, 앞으로 어떤 가능성에 도전해 어떤 부분을 채우고 싶은지에 에 대한 나의 이야기가 아닐지.



그렇다면, 직업의 갯수와 옮긴 직장의 수는 상관없지 않을까? '독자적인 맥락과 이야기'가 있다면 말이다. N잡러들에게는 그런 이야기가 더욱 중요하지 않을까? 경험한 모든 직무, 사건, 만남과 관계가 자원이 되어 문제 해결을 지원하는 중요한 자원으로 내세울 수 있을테니까. 조직 밖으로 나가기 전에 준비해야 할 것이 많지만, 최우선 순위는 구슬 같이 흩어진 내 경력들을 잘 잇고 엮어 경력 포트폴리오를 작성하는 것이다. 진짜 N잡러가 될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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