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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net M Nov 07. 2018

부케 한 다발

판도라의 상자

친구의 결혼식. 나는 부케를 받기로 되어 있었다.

신부를 배려해 흰색 옷은 피하되 너무 평범하지 않으면서, 부케를 받는 순간의 주인공이 되기 위한 적절한 옷을 찾는데 며칠이 걸렸다.



사진 작가의 지시대로

신부가 던진 부케를 최대한 아름답게 받아내는 내 모습은 친구의 결혼 앨범 한 면에 실리게 되었다.



백 명이 넘는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내 두 손 위로 던져진 부케 한 다발은,

2주 가까이 내 방 한 구석에서 그 싱그러움을 잃어버릴 때까지 최선을 다해 나에게 속삭이는 듯 했다.



"다음 차례는 너야.

이제 너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약속을 해야 돼.

동화 속 주인공처럼 말이야.

그들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아니

살 것입니다. 라고."



커다란 숙제 한 다발을 들고 온 나는

스스로에게 끝나지 않을 것만 같은 질문들을 수십 번, 수백 번 던지며 마침내 이 자리에 도착했다.




신부대기실,

다음 순서의 누군가에게 던져줄 부케 한 다발을 들고, 세상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결혼이라는 판도라의 상자는

부케의 마법으로 절반쯤,

그리고 여자의 호기심으로 마저 열린다.

상자 속 희망을 찾아가는 일이 결혼이다.

다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걸 다시 닫으려고만 하는 것이 함정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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