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앞 자신과의 사투를 벌이다

by Janet M

어느 날부터인가 아이는

거울 앞에 서 있는 시간이 부쩍 길어졌다.

세수를 하고 나서도,

머리를 말리다가도 아이는

꼭 한 번 더 거울을 들여다본다.

거울에 비친 본인의 모습과 눈싸움이라도 하듯

그 시선은 대충 훑고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비장하고 결의에 찬 표정이다.

이마 쪽으로 자꾸만 손이 가고,

앞머리를 이리저리 내려보며 무던히도 애쓴다.


중학생이 되고 호르몬 분비가 증가되면서

아이의 얼굴에는 작은 변화가 생겼다.
매끈하던 이마에 하나둘씩 올라오기 시작한 뾰루지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던 그것들이

어느 순간 아들에게는 꽤 큰일이 되어버렸다.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이 낯설고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아이는 자꾸만 얼굴을 가까이 들이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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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속 자신과 사투를 벌이는 아이의 모습에서

학창 시절 여드름 때문에 근심이 많았던

중학생의 내가 떠오른다.


"이거 너무 티 나?"

"맙소사, 또 하나 올라왔어!"


앞머리와 옆머리로 내 인생 최대의 적이었던

여드름을 가리며 한숨짓던 내 모습과

너의 모습이 많이도 닮아있다.

아무리 괜찮다고 다독여주어도 납득할 수 없는

그 시절의 고민들은 언제나 변함없이 불쑥 나타나

가뜩이나 어수선한 감정들을 마구 휘저어놓는다.
다른 사람의 시선보다 더 날카로운 건,

어쩌면 자기 자신을 향한 시선인지도 모르지만

질풍노도의 소용돌이에 어떤 질문에도

쉽게 대답하지 못하는 나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이라도 더 괜찮아 보이는 모습을 만들어보려 애쓰는

너의 그 뒷모습이 안쓰러워 나는 말없이 서 있다.

누군가에게 잘 보이고 싶고,

스스로 괜찮은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

누구에게나 그랬던 시절이 있었다.

작은 여드름 하나에 하루의 기분이 좌우되던 날들,
거울 속 나 자신이 전부인 것처럼 느껴지던 시간들.
그때의 우리는 지금보다 훨씬 쉽게 상처받고,

훨씬 더 진지하게 고민했다.

그런 변화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손대지 마!"

"신경 쓰지 마, 다 없어져."


이런 당연한 말들 대신

너의 손을 잡고 운동장엘 간다.

함께 배드민턴을 치고 땀 흘리며 달리다 보면

짜증 나던 하루는 어느새 저만치 멀리 달아나있다.

그것이 이 시기를 건너는 유일한 방법이기에

그저 시간을 내어 함께 기다릴 뿐이다.


지금 너에게는 보기 싫은 흔적일지 모르지만,
그건 네가 자라고 있다는 증거라고.

완벽하지 않아서 괜찮고,
조금 서툴러서 더 자연스러운 시기라고.

언젠가 이 시기를 지나고 나면,
거울 앞에서 그렇게 오래 서 있던 시간조차
문득 그리워질 날이 올지도 모른다.

그날이 오면 지금의 이 시간을

조금은 웃으며 떠올릴 수 있기를.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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