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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이 May 13. 2021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사랑의 조건 4

4화 첫 눈에 반한다는 건

그녀의 콧대가 오만하게 높아져 있을 무렵이었다. 고모의 소개로 만나게 된 남자였다. 영업을 하는 사람이었는데 사람이 얼마나 인성이 바르고 태도가 좋은지, 서울 유명 호텔에서 오래도록 관리직을 했던 고모의 눈썰미에 든 사람이라면 그 영업맨의 태도가 좋기는 좋았었나 보다.


우리 조카 좀 만나봐~라는 고모의 등살에 그가 못 이겨 나오기 싫은데 억지로 나오게 된 것은 아닐까라고 첫 만남부터 내심 긴장했던 그녀였다. 사실 첫 만남에 친척 소개로 만나게 된 건 그가 유일했으니까. 심지어 고모가 소개해준다며 만날 레스토랑과 약속시간을 알려주었을 때 재이는 고민 고민하다가 그녀는 괜찮은 브랜드의 잘 나가는 남성 향수를 하나 샀다.


 어쨌든 첫 만남에 그녀가 밥을 쏘긴 좀 그렇고, 그렇다고 고모의 부탁에 나와준 사람한테 밥을 쏘라고만 하기도 미안해서 산 답례 선물이었다. 그녀의 마음에 그가 들던 안 들던 줄 생각이었는데 사실 나가기 전엔 맘에 안 들면 예의 바르게 선물 주고 입을 씻자!라는 생각이 더 강했더랬다.


재이는 소개팅엔 무조건 플랫슈즈를 신는다. 그녀의 키가 170이기 때문이다. 그런 그녀의 앞에 나타난 정장을 입은 그는 거의 키가 190이었는데(남성 정장 구두 포함), 재이가 거의 20센티 키 차이가 나는 사람을 만나보긴 난생처음이었다. 약간 어설프게 탈랜트 연정훈을 닮은 외모는 그 큰 키와 어울리지 않게 앳되고 장난기가 있었다. 그리고 밥을 먹더니 알아서 그다음 커피숍으로 2차 데이트 코스를 아주 자연스럽게 가고 있었다. 재이의 촉이 연신 외치고 있었다.'이건 그린라이트야!'


재이는 상대의 그린라이트가 확인되면 상대에게 항상 그다음을 제시한다. 그에게 '나도 당신에게 호감이 있어요'를 확인시켜주는 것이다. 그리고 이건 남자의 자신감을 한층 업시켜주면서 썸에는 가속도가 붙는다. (이건 중요한 작업 포인트니 연애하고 싶은 자, 메모를 하자!)


재이의 제안에 그들은 3차로 이미 맥주 한잔을 하며 연신 떠들어대고 웃고 있었다. 두 사람 만면 가득 홍조에 깔깔대는 웃음소리. 이건 그린라이트를 이미 넘어섰다. 첫눈에 반하는 건 이런 거구나. 너무 좋았던 분위기에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다가 재이는 지하철 막차도 놓칠 뻔했다. 그리고 돌아오는 지하철 안에서 생각이 났다. 그의 연락처도 받지 않았다는 걸. 그리고 주려고 샀던 향수는 까맣게 잊어버린 채 그녀의 가방 안에 있었던 것이다.


아, 어떡하지? 어쩌자고 연락처 교환도 안 한 거야.. 사실 그 남자 일부러 그녀의 연락처를 안 물어본 것은 아닐까? 거기에 생각이 미치자 재이의 얼굴이 화악 달아올랐다. 그 날의 분위기에 취했던 건 혼자의 착각이었던 걸까? 이렇게 다시 보기 힘든 건가? 이건 분명 실수야. 이럴 리가 없어 발을 동동 구르며 다음 역에서 내려야 하나를 고민하는 그녀의 핸드폰에 모르는 연락처가 하나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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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월, 목 연재합니다.

*지난 편에서 "아니, 내가 벌써 나와?"라고 외친 나의 열렬한1 호팬 신랑, 싸랑한데이  당신밖에 난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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