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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이 May 17. 2021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사랑의 조건 5

5화 그 남자의 매력

그 남자였다. 고모에게 내 번호를 물어봤다며, 지하철 막차 놓칠까 서둘러 데려다준다는 게 깜빡했다고. 와.. 이 남자 직진이다. 나도 고모한테 번호를 물어보기엔 마치 소개팅 경과보고?! 를 하는 것만 같아서 좀 망설이고 있었는데, 본인이 오히려 고모에게 내 번호를 물어봤단다. 상대가 이래저래 간 보고 이리저리 찔러보지 않고 훅 들어오니 차라리 속 시원했다. 재이의 머릿속에 한방 먹은 듯 '스트라이크'가 울렸다.


그 이후는 아주 달달했다. 100일을 넘기지 못하는 그녀에게 그는(이후 B라 칭한다)  1000일을 넘길 기세로 땀 뻘뻘 흘리며 한여름에 촛불로 길을 만들어 이벤트를 해주었고, 그녀를 감동에 눈물짓게 했다.  재이는 B를 만나며 묘하게 다이어트의 압박과 함께 외모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는데 그와 함께 다니는 것은 묘한 자부심과 굴욕감을 함께 그녀에게 선사했기 때문이었다.


어디를 다녀도 눈에 띄는 B의 키와 외모는 사람들의 시선을 한눈에 받았는데, 남녀불문이었다. 남자들도 이 남자의 서글서글한 웃음과 덩치에 시비 걸만한 일도 싸울 일도 잘 넘어갈 수 있었고 음식점 이모님들은 어쩜 이리 훤칠하냐며 연신 서비스를 주셨다. 먹성도 좋은 이 남자는 잘도 덥석 덥석 주시는 음식들을 잘 먹었는데 집안 막내라 그런지 붙임성이 좋고 이래저래 사랑을 받고 자란 티가 났다.


한 마디로 자타공인 훈남이었는데 같이 다니면 은근 후광효과로 편했지만? 은근 질투가 생기게 하는 사람이었다. 본인이 항상 주인공이 될 수밖에 없는 운명을 타고 난 사람 같달까. 그 곁에 있으려면 재이는 더 예뻐지고 늘씬해져야만 할 것 같았다.  먹성이 엄청 좋았던 그 앞에서 못지않은 먹방을 펼칠 수 있는 그녀인데 갈수록 젓가락질이 소심해져 갔다. B와 사귈 때 재이는 난생처음 몸무게 10의 단위를 내리는 기염을 토하며 살을 뺐다. (가슴 컵도 하나가 내려갔다는 슬픈 후일담이 있다. 여성의 가슴은 지방으로 만들어져 있다는 것을 간과하면 안 될지니..)


그런 그에게 어느 날 점심에 뭘 먹었냐고 물어보다가 그녀는 흠칫했다. 꽁냥꽁냥 그와 사소한 일상을 나누는 것이 즐거웠기 때문이었다. 예전엔 그런 게 궁금하지도 않았지만 귀찮은 그녀였는데, 그에 대해선 사소한 것들이 꼬리를 물고 궁금해졌다. 예전 남자 친구가 그녀에게 그 사소한 싸움의 끝에 날 좋아하긴 하니?라고 물은 까닭을 그녀는 그제야 이해할 수 있었다. 그걸 이제야 이해하다니.


그와도 다른 연애들처럼 싸움도 많이 했지만 진행상황은 사뭇 달랐다. 당시 야근이 너무 많았던 그녀의 연락이 뜸해졌을 때였다. 재이는 뭐에 집중하면 거의 경주마처럼 몰입해서 질주하는 습관이 있다. 일이 몰리면 자연스레 주변인들에게 연락이 늦어지는 습관이 있는 그녀였다. B도 예외는 아니었다.


"넌 화장실도 안가? 밥도 안 먹어? 카톡 확인을 했으면 답을 해야지. 그 회사는 왜 그리 야근이 많아? 회식 진짜 갈 거야? 몇 시 끝나는데? 데리러 갈게 장소 찍어봐"  


그의 그런 화에 할 말 많았던 그녀였지만 일단 싸우면 얼굴을 보고 풀어야 한다는 생각에 회식 장소를 그에게 보내줬다. 나도 할 말 많다고! 바쁜 사람을 이해는 못해줄 망정.. 본인이 성질내며 난리야! 데리러 오면 중간에 사원급인 내가 회식은 또 어떻게 빠져나오나.. 이렇게 구시렁거리면서.


그래 놓고 정작 입이 댓 발은 나온 그가 회식장소에 데리러 나온 걸 보니 재이는 피식 웃음이 났다. 숙취 해소용 음료를 내미는 그를 보고 있자니 화가 싹 풀리면서 뾰로통한 그의 표정마저 귀여워지는 순간이었다. 결국 그녀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준비해놓은 수많은 변론?! 을 뒤로하고 미안해..라고 B에게 항복을 외쳤다. 그런 그녀를 보고선 그도 할 말은 많지만 하지 않겠다는 표정으로 손을 꼭 잡고 집에 데려다준다. 돌아오는 길에 편의점에 맥주와 과자를 집어먹으며 그들은 언제 싸웠냐는 듯 이미 화기애애해졌다. 얼굴만 봐도 좋다. 그녀는 생각했다. 왜 이 사람 앞에선 유난히 약해질까? 이것도 얼굴 빨?! 인가? 소위 말하는 잘생김을 입어서 약해지는 것인가? 대체 이 남자는 어떻게 이렇게 나를 자꾸 약하게 만드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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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목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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