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재이 May 21. 2021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사랑의 조건 6

6화  연애에도 갑을관계가 있다.

재이는 곰곰이 되새김질해본다. B는 왜 다른 남자들과 달리 날 자꾸 약하게 만드나. 다른 사람 같으면 진즉에 헤어질만한 큰 싸움을 몇 번을 했는데도 왜 그를 보면 맘이 스르르 풀어지고 마는가.


콩깍지를 벗어놓고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막상 B는 소위 말하는 학벌 좋고 누구나 다 아는 그런 회사에 다니는 스펙이 좋은 사람은 아니었다. 는 훈남에 유독 큰 키, 그리고 서글서글한 성격으로 쉽게 사람들에게 호감을 사지만, 정작 친해지고 보니 내 사람이라고 생각되는 사람에겐 굉장히 보수적인 사람이었다. 그와 교제를 시작한 후 재이의 머리스타일은 긴 머리 어야만 했고 펌도 스타일을 허락받아야 할 수 있었다.  B는 재이가 야근해서 늦게 퇴근하면 꼭 데려다주러 오고는 했는데 좋게 말하면 그녀를 잘 챙겼고 나쁘게 말하면 그녀를 너무 구속했다. 그녀가 회사에서 집을 향해 출발했다 소식을 전하면 그는 귀신 뺨치게 그녀가 어디서 뭐 하고 있는지 그다음을 맞추곤 했다. 어쩔 땐 너무 소름 돋게 그녀를 훤히 꿰고 있어서 재이는 그가 마치 어딘가 몰카를 붙여놓은 건 아닐까라고 생각이 든 적도 있더랬다.

생각해보면 싸움도 오히려 잦았다. 재이는 잘 흥분하지 않고 차분하고 조용하며 차근차근 논리적으로 말하는 성격이고 상대방이 욱하면 오히려 더욱 차갑게 변하는데 반해 B는 다혈질이었고 욱하는 성격이었다. 거의 항상 먼저 성질내는 것도 B였고 먼저 사과하는 것도 그였으며 사과하다가 차가운 그녀의 반응에 상처 받고 눈물이 고이는 것도 그였다. 마지막엔 결국 재이가 얼르고 달래는데 그녀는 본인이 왜 마지막에 결국 약해지는지 알 수가 없었다.


B와의 연애를 거치면서 재이는 깨달았다. 연애도 슬프지만 갑을관계가 존재한다는 것을. 상대방이 날 더 좋아하는지, 내가 그를 좋아하는지 그 무게중심에 따라 관계엔 모종의 종속관계가 생기며 그 불균형이 클수록 빨리 깨질 가능성이 높다라는 것. 결국 서로에 대한 감정이 비등비등할수록 그 연애는 오래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었다. 그건 내 이상형의 조건이나 상대의 스펙과는 별개의, 본능과도 같은, 흔히 말하는 상대방과의 케미였다. 화학작용, 그 유전자 속 깊은 뿌리와도 같은 본능은 귀신같이 본인의 짝을 찾고, 상대에게 관용과 포용, 그리고 일체감을 이루고 싶은 마음을 표현하게 한다. 그건 머리로 계산하고 노력으로 이루어지는 성과와는 다르다. 그냥 그 사람이라서 좋은 것이다.


그녀는 생각했다. 상대방이 날 좋아해 시작했던 쉬운 연애는 그녀에겐 그만큼 가벼웠고 우스웠으며, 상대방에겐 쓰라리고 불평등한 감정의 종속관계를 경험하게 했음을. 그리고 누군가가 나를 좋아한다는 이유를 빌미로 그녀가 상대방에게 그런 감정의 폭력을 휘두를 권리는 없다는 것을 말이다.


진지한 연애는 상대를 향한 인내가 깊어지고 본인의 구질구질함을 인정하게 한다. 쉽게 헤어질 수가 없고, 본인이 낮은 곳에 서도 괜찮을 것 같다. 그래서 욱신욱신하고 저릿저릿하며 쉽지가 않다. 당신은 지금 그런 누군가를 가졌는가?

아니, 그 이전에 먼저, 감정의 리스크를 지고서라도 그런 사람을 가지고 싶기는 한가?


그렇지 않다고? 연애가 달달하기만 하다고? 그렇다면 당신은 연애의 갑질을 하는 중이거나, 썸 타는 초기단계일 가능성이 크다.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사랑의 조건 1.

사랑은 상호작용이다. 당신이 그 사람을 가졌을 때엔  그 사람에게도 당신이 그런 존재여야 한다.

"온 세상 나를 버려
마음이 외로울 때에도
'저 맘이야'믿어지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함석헌 시 중 <그 사람을 가졌는가>

 

======================================

*월, 목 연재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사랑의 조건 7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