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사랑의 조건 8
8화. 결혼에 적합한 사람
재이는 어떤 한 남사친으로부터 그런 얘길 들은 적이 있다.
"넌 결혼엔 적합하지 않은(?) 여자야"
당시 그녀는 발끈해서 그 이유를 물었는데 그 남사친의 이유는 심플했다.
"넌 너무 자기애가 강해. 하고 싶은 것도, 이루고 싶은 것도 많고. 지금도 돈을 모으면 그건 네 결혼자금이 아니라 나중에 학자금으로 쓸 거라고 하잖아. 직장은 야근도 많고 워커홀릭에, 근데 너 결혼하고 직장 그만두거나 일 대충 할 생각도 없잖아. 누가 너랑 결혼하고 싶겠냐? 네가 결혼하면 가정을 돌보고 아이를 낳고 싶어 하겠어?"
워워~여기서 울컥, 발끈하며 벌떡 일어나 그 자식 어떤 자식이야를 외치고 싶은 분들이 많을 수 있다. 그의 발언 속에는 그가 의도하지 않았던 의도했든 간에 사회의 많은 편견들이 (그렇지만 이사회에 만연한) 섞여있다는 걸 안다.
재이는 거기서 남, 여 성별을 바꿔 대입해도 그런 발언이 가능할 것 같으냐라고, 네가 생각하는 결혼에 적합한 여자란 결혼하면 일 관두고 집에서 애 낳고 살림할 그런 사람이냐라고 , 그게 과연 두 남녀의 수평적인 관계에서의 결혼인 것 같으냐고 따지고도 싶었지만, 이건 그 남사친 하나 조진다고(?) 해결되는 건 아니었다. 그리고 그건 그녀가 부딪혀야 할 재미없는 현실이 될 것이다. 그렇다. 그 남사친 말대로 그녀는 결혼을 한다고 해서 그녀의 커리어를 바꿀 생각이 눈꼽만치도 없다. 그리고 지금 모으는 저축도 자취방 보증금 다음엔 그녀의 다음 학위를 위한 학자금으로 모으고 있던 것도 맞다.
그녀는 약간 벙 쪘다. 만약 B도 저렇게 생각한다면 그들의 결혼 얘기는 하나마나다. B는 설마 저렇게 말하진 않겠지. 적어도 그는 나랑 미래를 꿈꾸는 남자 아닌가. 반신반의하며 재이는 B에게 물었다.
"오빠는 만약 우리가 결혼하면 나 일 관두라고 할 거야? 왜 흔히들 네 손에 물 한 방울 안 묻히게 해 줄게. 이러면서 프러포즈들 하잖아~"
라고 그녀가 약간 코맹맹이 애교 섞인 목소리로 물었을 때 그의 대답은 식스센스급 반전이었다.
"아니? 난 너 일하는 거 보기 좋은데? 너 일하는 거 좋아하잖아~ 나중에 우리 결혼해서 애 낳으면 내가 일 때려치우고 살림하고 애 키우지 뭐. 나 살림하는 거 은근히 좋아해~ 좋은 아빠가 꿈이야"
그녀는 또 벙 쪘다. 황급히 "아 뭐래~ 오빠가 하도 결혼 얘기 꺼내니까 걍 물어본 거지. 누가 오빠랑 애 낳고 싶대? " 하고 말을 돌렸지만 약간 혼란스러웠다 이게 그녀가 듣고싶었던 대답이었나? 분명 남사친이 했던 말보다는 나은 대답인 듯(?)한데 뭔가 그 입장이 서로 바뀐 것 같은? 건 그녀만의 생각인가?
재이는 갸우뚱했다. B가 본인의 직업에 별로 애착이 없는 건 알고 있었다. 그는 현실적이었고 영업일을 해서 그런지 계산도 빠르고 성격도 좋아서 회사 내 성과는 항상 상위권으로 좋은 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딱히 그 직업에 대한 비전이나 꿈을 얘기한 적은 없었다. 최근엔 발목이 많이 안 좋아졌다며 병원을 몇 차례 가더니 휴직계를 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좋은 아빠가 꿈이라는 그의 말이 농담처럼 들리지 않았다.
결혼 자체를 하고 싶은지 않은지 생각이 정리되기도 전에 그녀의 부담이 확 커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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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목 연재합니다.
*특정 단어에 대한 피드백이 있어 수정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