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사랑의 조건 11
11화 연애라는 속박, 이별이라는 자유
누군가 당신의 눈을 가리고 칼을 목에 들이밀며 위협을 가했다고 치자. 매우 놀란 가슴을 벌렁벌렁하고 있는데 갑자기 짜잔! 서프라이즈라고 하면 당신은 어떻게 반응하겠는가? 재이는 예전에 외국에서 곧 잘하던 몰래카메라 TV 프로그램을 보면서 간혹 가다 너무 심한 장난을 섞은 몰래카메라를 보면서 저걸 당한 사람이 과연 웃길까..라는 생각을 했었다. 심지어 보는 그녀도 그게 재미있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인데 그게 그녀의 유난히 진지하고 심각한 성격 때문이려니 했었다.
그 와의 사소했던?! 그렇지만 그녀에게는 사소하지 않았던 그 싸움이 그랬다. 여느 때처럼 티격태격하며 동해 한적한 해변가를 드라이브하고 있었다. 점점 서로 간에 언쟁이 격해지고 보조석에 타고 있던 재이가 화내면서도 불안해질쯔음이었다. 그는 갑자기 달리던 길 한가운데에서 차를 급정거를 했고 그녀에게 뭐라고 소리쳤다. 그리고 그 순간 재이는 급정거를 한 그 순간이 마치 슬로모션처럼 그녀의 심장에 타격을 입히고 귀가 멍해지며 가슴이 미친 듯이 뛰었는데 순간 그가 너무나도 위협적으로 보였다. 그가 뭐라 하는 게 중요하지 않았다. 싸움의 끝에 그가 차들이 달리는 도로 한가운데에서 아무런 예고나 신호도 없이 급정거를 해버렸다는 게 중요했다. 그녀는 그대로 차에서 내렸다. 동해 길가 한복판에 아무것도 없는 휑휑한 도로에서. 그 휑한 도로에서 길을 잃는 것보다도 더 이상 화가 난 그가 운전하는 차를 같이 타고 갈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2~300미터쯤 약간 정신 나간 여자처럼 길을 따라 정처 없이 걷자 편의점이 길가에 보였다. 그녀는 빠르게 편의점으로 들어갔고 뒤에서 네가 가봐야 어딜 가나 라는 느낌으로 슬슬 그녀를 따라 차를 운전하며 오던 그는 어안이 벙벙한 표정이 되어 편의점 앞에 차를 세우고 그녀를 기다렸다.
조금 후, 콜택시가 하나 편의점 앞에 섰고, 그녀는 그가 잡을세라 쏜살같이 택시를 타고 기사 아저씨에게 말했다. "아저씨, 이 근처 가까운 시외고속버스터미널로 가주세요"
이제 그녀가 탄 택시를 그가 허둥지둥 쫒는다. 그리고 시외버스터미널에서 단호하게 그의 손을 뿌리치고 동서울행 표를 끊는 그녀 앞에서 그는 손이 발이 되도록 잘못했다며 빌었다. 뒤에서 웅성대는 사람들이 민망해진 그녀가 결국 그의 손에 이끌려 그의 차에 다시 탔고, 올라오는 내내 둘은 말이 없었다.
휴게소 한번 들리지 않고 둘은 불편한 정적을 버티며 서울로 왔다. 그녀의 집 앞에서 그는 가까스로 입을 열며 "내가 이렇게까지 잘못했다고 했는데 어떻게 한마디를 안 하냐"며 생각해보니 본인만 잘못했다고 한 게 억울하다는 듯 한마디를 뱉었고, 본인이 앞뒤 차가 오는 걸 보지도 않고 급정거를 했겠느냐며 재이가 오버를 한다는 듯 한마디를 덧붙였다. 그녀는 "장난으로 던진 돌이 누구에겐 치명타가 될 수 있고, 그 순간 오빠가 정말 위협적이었고 무서웠다. 오빠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여기까지 온 것만 해도 이미 많이 참은 거라고"라는 한마디를 남기고 집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도 자존심이 크게 상했는지 더 이상 그녀를 잡지 않았고 그녀도 더 이상 그에게 마음이 약해지지 않았다. 그리고 둘은 약속이나 한 듯 그 이후 단 한 번도 연락을 하지 않았는데, 몇 달 후 재이는 그의 카톡 프사가 외제차로 바뀐 것을 보았다.
그는 그녀와 결혼하면 쓰려고 했던 그 돈의 일부로 중고 외제차를 구입하고 어딘가에 다시 취직을 한 것 같았다.
재이는 그가 생각나지 않는 건 아니었지만 다시 연락하고 싶지 않았다. 아마 그를 보면 마음이 또 약해질 것만 같았는데, 더 이상 같은 굴레와 같은 문제에 봉착하고 싶지 않았다. 그도 아마 그랬을 것이다. 한번 꼭 다문 그녀의 입을 열기 위해 또다시 무릎 꿇고 잘못했다 하고 싶지 않았겠고, 그녀가 보고 싶지만, 마누라같이 구는 그녀를 보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마누라를 곁에 두고 싶었던 건 그였음에도 불구하고, 그가 바란 결혼은 왜 취직하지 않느냐고 잔소리하는 마누라를 두는 것이 아니었음은 분명했다.
장기 연애의 끝은 허무했고, 재이는 살이 조금 더 빠졌고, 술이 조금 늘었고, 그 사이 승진을 한번 했다. 일과 집 밖에 오가지 않는 생활에서, 일이 바빠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며 1년 여가 지났다. 20대의 끝에 유일하게 남자 친구가 없던 1년이었다. 그녀는 그게 그렇게 자유로울 수가 없었다. 누구도 다시 만나고 싶지 않았다. 그를 잊지 못해서 다시 보고 싶어서가 아니었다. 그녀는 외로웠지만 자유로웠다. 모든 시간이 재이의 것이었고 그녀의 선택이었다.
그녀를 구속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고, 그녀는 그 길로 3년간 길었던 생머리를 남자같이 짧디 짧은 쇼트커트으로 잘라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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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목 연재합니다
*길었던 B와의 여정을 중간의 불편한 이야기들에도 불구하고 같이해주신 소수정예 라이킷부대에게 무한감사를 전합니다. 이걸로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사랑의 조건은 끝...나면 안되겠죠?!^^; 좀 더 즐거운 이야기로 목요일에 뵐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