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표정을 닮은 행복도 있다. 이런 행복도 행복이란 걸 알아차릴 수 있다면..
행복은 두 얼굴을 가졌다. 기쁜 감정이 온전히 드러나는 행복도 있지만 감정이 잘 드러나지 않는 행복도 있다. 웃음 가득한 표정의 행복은 파동이 강하지만 잘 찾아오지 않고, 무표정한 행복은 작게 물결치지만 보통날 자주 발견할 수 있다.
감정이 드러나지 않는 상태의 행복을 알아차리는 일은 가치 있다. 무탈한 행복은 얼굴에 표정이 없어서 얼핏 보기에는 화가 나있는 듯 오해를 사기도 하지만 행복의 또 다른 얼굴이다. 그 행복은 차분해서 얼굴에 잘 드러나지 않지만 내 마음은 행복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정신이 어지럽도록 크게 웃는 행복만큼이나 행복하다는 것 또한 알고 있다. 표정이 없는 행복도 행복의 얼굴이라는 것을 안다면, 크게 강하게 작게 부드럽게 모든 행복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향기가 강한 꽃도 꽃이고, 향기가 덜한 꽃도 꽃이고, 향기가 나지 않는 꽃이다. 아주 달콤한 과일도 과일이고 전혀 달지 않는 과일도 과일이다. 행복도 그렇다. 큰 것도 강한 것도 약한 것도 부드러운 것도 다 행복이다. 무표정한 얼굴을 한 행복도 행복이란 걸 알아차린다면, 더 크게 기뻐할 일이 생기지 않아도 여기서 충분히 행복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어렸을 땐 크게 웃고 기뻐할 일이 있을 때 행복이라는 감정을 느꼈다. 지금은 마음이 편할 때, 걱정할 일이 없을 때, 하루를 무탈하게 보냈을 때 행복을 느낀다. 이런 행복은 평온함을 닮아 감정이 크게 동요하지 않아 표정에도 변화가 덜하고 미소만이 옅게 번진다. 은은한 표정의 행복은 행복이 스며들고 양입술 끝은 살짝 올라간다. 귀여운 어린아이를 볼 때, 캠핑장에서 밤하늘의 별을 볼 때, 여행을 떠나는 길 창밖의 날씨가 너무 화창해서 반가울 때, 아름다운 꽃을 볼 때, 기분 좋아지는 향기를 맡을 때, 좋아하는 사람을 위해 배려할 때의 모습이 그렇다.
표정 없는 행복은 일상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명상할 때, 혼자 무언가에 몰두할 때, 요가의 마지막 동작인 사바나사를 할 때가 그렇다. 이런 시간에는 얼굴에 어떤 감정도 드러나지 않는다. 오히려 무표정이 어울리는 시간이다. 마음이 고요해서 표정에 드러나는 게 없다. 그 마음이 올라오는 얼굴의 모습은 표정이 덜하다. 더 나아가서는 담담해 보이는데, 내려놓은 마음에서 느껴지는 편안함이 느껴진다. 무난한 하루 안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표정이다. 행복한 얼굴의 무표정은 화가 나서 짓는 무표정과는 다르다. 엄정한 눈빛을 나타내는 정색하는 얼굴에는 표정이 없는 듯 하지만 웃지 않을 뿐, 눈에 힘이 들어가 있다. 내가 말하는 행복의 무표정은 미간 사이가 찌푸려지지 않고 얼굴에 전체적으로 힘은 빠져있다.
행복의 표정은 하나가 아니다.
보통 행복하면 떠오르는 얼굴은 즐거움이 묻어난 표정이라서, 무표정한 얼굴을 하고서는 행복함을 느끼지 않는 것 같다. 하지만 행복의 정의가 다양하듯이, 행복의 표정 또한 하나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차려야 한다.
많이, 크게 웃지 않는 표정의 행복도 있다. 무표정을 닮은 행복을 행복으로 여길 수 있다면, 오늘 크게 기뻐했던 일이 없어도 평온한 하루를 누린 것에 감사할 것이다. 오늘 신나는 이벤트가 없더라도 짜증 나는 일이 없다면 고요한 시간의 보낸 것에 작은 기쁨을 느낄 것이다. 즐거움, 신남, 기쁨, 재미의 행복한 얼굴은 무탈함, 고요함, 평범함, 지루함, 차분함의 것과는 다른 표정이지만 다 같은 행복의 단어이다.
보통날 웃지 않고 있다고 해서 행복하지 않은 게 아니다. 무탈한 행복이 깃들어 있는 것이다. 무표정한 얼굴의 행복을 알고 있다면, 덕분에 일상 속에서 지루함과 정적을 별일 없이 지나가는 평온함으로 여기며 감사함을 느낄 것이다. 크게 아파하고 불안할 일이 없이 시간을 보냈다는 것은 무탈함의 축복이다.
행복해지겠다는 다짐 대신 지금 느낄 수 있는 작은 행복을 알아차리고 싶다. 행복의 다짐은 미래와 더 닿아있어서 현재와 동떨어진 느낌이다. 행복이라는 단어에 크게 가치를 두지 않으면서도 작은 행복을 잘 느끼려면, 지금 이 순간 현재에 집중해야 한다. 내가 행복하다고 느낄 때, 문득 그런 말이 툭하고 튀어나올 때를 생각해 보면 마음이 편안한 상태에서 그 순간을 살고 있을 때다. 이보다 지금에 더 충실할 수 없을 때, 지금으로도 충분할 때 그런 행복감을 느낀다. 인생은 모르긴 몰라도, 잔잔한 물결을 닮은 행복의 결을 자주 느끼려면 일어나는 사건보다는, 그것을 대하는 나의 태도를 가꿀 일이다.
무탈한 행복의 얼굴에는 표정이 없다
마음에 걸리는 게 없이 행복한 마음으로 하루를 보내고 싶다. 내적인 평온함의 가치를 소중하게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은 이런 고요한 행복을 좋아한다. 그런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는 올바른 방향으로 가야 한다. 여기서 올바름의 정의 아주 사적인 영역이다. 나와 잘 맞는 방향을 의미한다. 아무리 좋은 것이어도 나에게 맞지 않고 불편하다면 올바른 방향이 아니다.
모두 행복이라는 단어를 쓰고 있지만, 개인마다 원하는 행복의 얼굴은 다를 것이다. 행복의 성격이 다를 것이다. 서로 행복한 감정을 느끼는 상태는 고유한 영역이다. 모두가 행복이라고 말하는 단어 안에 다른 정의를 내리고 있다. 우리가 살아가며 경험한 것,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각자의 행복한 얼굴의 표정도 다양하겠다. 나는 어떤 단어와 행복을 매치시켰을 때, 가장 그런 감정을 느끼는지 나와의 대화를 해야 한다. 바깥이 아닌 안을 들여다볼 때 행복해지는 길을 찾을 수 있다. 자극적인 것에서 남에게서 결과가 아닌 내 안에서 발견할 수 있다.
내가 바라보는 행복은 평온함과 닮아서, 무표정한 얼굴을 할 때가 대부분이다. 바꾸려 하기보다는 받아들일 때, 바깥의 소음이 아닌 내 안을 들여다볼 때, 과거와 미래에 있기보다 지금 이 순간에 몰입할 때, 자극적인 것에 쾌락을 느끼기보다 차분한 것에 마음을 둘 때, 조금 더 관대하게 다른 사람들을 대하고 나에게도 그렇게 할 때, 화가 나는 순간에도 다시 고요한 나로 돌아오려는 노력을 할 때가 그랬다.
잘하지 않아도 괜찮다. 한 걸음 나아가는 노력을 할 때 우리는 나와 맞는 행복의 방향으로 갈 수 있다. 그 여정에서 나는 내가 좋아하는 평온함을 닮은 행복함을 샘솟도록 발견할 것이다. 무표정한 얼굴을 하고서 마구마구 느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