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고 기억이 사라져도 읽어야 하는 이유

by 제인톤


책을 덮고 나면 대체로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문장과 닮은 상황을 만나면 알아서 팝콘처럼 지혜로운 문장이 튀어 오른다.

좋은 문장은 읽으면서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무의식으로 흘러들어 가는 것이었다.



책을 덮는 동시에 대부분의 내용들이 사라지는 것 같다.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데 왜 읽어야 할까 의문을 품을 수 있다. 하지만 나는 내용을 기억하려고 읽는 게 아니다. 책에 그저 빠져들어 읽을 뿐이다. 그 자체만으로도 읽는 즐거움은 다했다. 영화나 드라마 역시 그 자체로 빠져들어 보는 게 전부이지, 대사를 암기하려고 보는 게 아닌 것처럼 말이다.



중요한 사실은, 읽고 보는 것들이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잠재의식으로 흘러갔다는 것이다. 우리가 보고 읽는 것은 사라지는 것 같아도 중요한 것들은 무의식 속에 남아, 맞는 타이밍에 툭하고 올라온다. 대화를 하다가 그 상황과 닮은 영화 속 장면이 툭 떠오르고 외우지 않았던 대사들이 생각나는 것처럼. 기억에서 사라진 줄 알았지만 알고 보니 무의식 속에 잠잠히 있었던 것이다. 그 속에 가만히 있다가 툭 건드려질 때마다 올라왔던 것이다.



우리의 의식은 10% 무의식은 90%다. 그만큼 무의식은 나의 뇌를 강하게 움직이는 힘을 가지고 있다. 나의 생각의 기저에는 무의식의 힘이 강렬하게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즉, 좋은 생각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무의식을 신경 써야 하는 이유이다. 무의식이 중요한 이유는 습관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알아차리고 있는 상태에서는 나의 생각과 행동을 컨트롤할 수 있다. 하지만 피곤하고 체력이 없는 무방비 상태에서는 원래 가지고 있던 습관이 나온다. 언제 어디서든 은연중에 불쑥 올라오는 나의 행동과 말들은 무의식과 깊은 관련이 있다. 이때 나오는 습관들은 무의식에 깊이 잠겨있었던 것이다. 몸과 마음이 건강했을 때 했던 생각들이 옅어지고 무의식에 있던 것들이 올라온다. 따라서 무의식에서 흘러나오는 것들을 내가 원하는 좋은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말 그대로 무의식을 챙겨야 한다.



무의식을 신경 써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좋은 것을 쌓아야 좋은 잠재의식을 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많이 듣고 보고 읽는 것이 나의 무의식 속에 흘러들어 간다. 긍정적인 사고방식에 노출될수록 나의 잠재의식은 좋은 방향으로 발휘된다. 무언가 하고 싶을 때, 긍정적인 것에 노출된 무의식은 할 수 있다고 믿어주고 응원 한다. 이때의 무의식은 자기 확신을 가지고 앞으로 나아가라고 말한다. 반대로 부정적인 것에 노출된 무의식은 내가 할 수 없는 이유와 감정들이 지배한다. 두려움과 닮은 자기 의심으로 시작할 수 없게 만든다. 즉, 어떤 말들로 무의식에 노출시키는지에 따라서 자기 의심으로 갈 수도 있고 자기 확신으로 갈 수도 있다.



잠재의식의 역량을 믿는다. 그 역량을 발휘하려면 좋은 문장들이 축적되는 시간이 있어야 한다. 무의식에 쌓이는 좋은 생각들은 바로 발현되지 않는다. 평소에 꾸준히 좋은 생각을 쌓아가고 있을 때, 맞는 타이밍에 불쑥 올라온다. 좋은 생각들을 꾸준히 넣어주면 잠재의식은 그 문장을 닮아간다. 잠재의식에 내가 원하는 삶의 방향의 문장들을 쌓을수록 내가 가고 싶은 곳으로 갈 수 있다. 내가 원하는 삶을 살아야 하는 이유는 내가 그 자리에서 자유와 기쁨을 느끼기 때문이다. 내가 있어야 할 곳에 있을 때 이게 나랑 맞는다는 생각처럼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 잠재의식의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을 계속 쌓아가는 길은 나의 내면을 단단하게 기르는 일이다. 내면의 힘은 태어날 때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오늘내일 강해도 무너질 수 있고 지금까지 연약했어도 노력하면 키울 수 있는 것이다.






책을 덮고 나면 대체로 기억나지 않는다. 책은 읽어도 삶에 바로 적용되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것을 더디게 쌓아가는 일이다. 티가 나지 않는 일은 어쩐지 계속해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든다. 하지만 문장과 닮은 상황을 만나면 알아서 팝콘처럼 그 문장이 튀어 올랐다. 좋은 문장은 읽으면서 사라지는 것 같아도 무의식으로 흘러들어 간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어느 순간에 나와도 좋은 것이 튀어 오를 수 있도록 환경은 독서하는 길이다. 읽는 일은 지식을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지혜를 쌓는 일이다. 독서는 지혜롭게 여기는 생각들을 무의식에 흘러 보내는 일이었다. 특히 책의 문장들은 멈춰있는 덕분에 생각할 시간을 준다. 이해하고 싶어서 한 번, 공감해서 한 번 그렇게 멈추게 만든 문장들은 무의식으로 흘러갔다.



우리고 은연중에 보고 듣고 읽는 것이 나에게 크게 작게 영향을 미친다. 미미한 것이라도 긴 시간 동안 쌓인다면 작은 것도 큰 것이 된다. 그런 면에서 좋은 책을 읽는 일은 잠재의식에 좋은 생각들을 습관처럼 쌓아가는 일이다. 건강한 식습관은 건강한 몸을 만들어주는 것처럼 좋은 문장은 좋은 생각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 내가 말하는 말과 행동은 모두 내가 보고 읽었던 것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니 좋은 생각을 심어주는 일은 가치 있는 일이다.



무의식이 빛을 발하는 순간은 힘든 상황이다. 부정적인 것에 밀리지 않고 긍정적인 사고를 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것은 무의식에서 쏘아 올린 좋은 생각들이다. 무의식의 역량이다. 무의식에 근본이 될 수 있는 좋은 스토리를 계속 축적해야 한다. 좋은 생각을 하는 사람은 힘든 일을 만날 때 잠깐 궤도를 이탈할 수는 있어도, 또 알아서 제자리로 돌아오거나 혹은 더 나은 자리로 가고 있다.






오늘도 틈틈이 읽었다. 읽으면서 분명 좋았던 내용들이 다음 문장을 읽으면서 사라졌다. 책을 덮고 나니 대체로 기억나지 않는다. 왜 읽었을까 싶은 게 아니라 무의식 속으로 잘 흘러갔구나 싶다. 사라진 게 아니라 어느 순간 맞는 상황에서 잠재의식이 잘 발현되겠구나 싶다. 읽었던 문장들은 잊히는 것 같지만 그 문장이 말하는 상황에 놓이게 될 때 툭하고 솟아오른다. 어느 때고 올라는 게 아니라 그 지혜를 발휘할 수 있는 곳에 있어야 나오는 것이었다. 그래서 틈틈이 또 읽는다. 좋은 문장들을 읽고 잊는다. 그 문장이 잠재의식에 축적 중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어느 순간 그 좋은 문장들이 또 올라오겠지 싶다. 좋은 생각은 바로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축적된 힘으로 발휘되는 것이다.



좋은 것을 무의식에 흘러 보낼 수 있도록 오늘도 틈틈이 읽었다. 독서를 하면서 만나는 좋은 문장들과 스토리를 또 하나 나의 무의식에 축적했다. 읽는 것만으로도 즐거움이 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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