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오후, 남편이 물었다. "오늘 뭐 할까?" 나는 대답했다. "글쎄, 뭐 할까?" 뭔가 특별한 게 떠올라야 할 것 같은데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머릿속엔 평소에 하던 것들만 맴돌았다. 결국 했던 거 또 했다. 그다음 주 주말도 똑같았다. 매주 같은 주말을 복사하고 있었다.
유튜브에만 알고리즘이 있는 게 아니다. 일상 속에서도 알고리즘이 돌아가고 있다. 지금 하고 있는 생각과 행동에 맞춰 비슷하게 일상이 흘러간다. 유튜브처럼, 일상 속 알고리즘도 그렇게 설계되어 있다.
일상 일탈
지난주 토요일은 달랐다. 남편이 물었다. "오늘 뭐 할까?" 나는 새로운 게 하고 싶었다. 새로운 걸 기어코 찾았다. "파주 가볼까?" 언젠가 가보고 싶어서 저장해 뒀던 곳. <콩치노 콘크리트>. 차를 타고 파주로 향했다. 창밖으로 낯선 풍경이 지나갔다. 가본 적 없는 길. 홀에 들어서자 공기가 달랐다. 대형 스피커에서 음악이 흘러나왔다. 소리가 공간을 채우고, 공기를 밀어냈다. 진동이 피부에 닿았다.
2층 창가에 앉았다. 밖을 내다봤다. 낯선 풍경. 나무, 하늘, 건물. 어제 본 풍경과는 결이 달랐다. 남편과 말없이 음악을 들었다. 30분. 최근 몇 년간 하지 않았던 일이었다. 평온했다. 하지만 익숙한 평온이 아니었다.
새로운 알고리즘
월요일 오전, 파주 LP바가 떠올랐다.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던 음악, 창밖 풍경, 그 공기. 점심시간, 유튜브를 켰다. 추천 영상 목록을 보다가 클래식 음악 영상을 클릭했다. 예전 같으면 안 봤을 영상이었다. 그리고 유튜브에 전과는 다른 검색어를 입력했다. "클래식 음악 입문", "클래식 음악 듣기". 일상 속 알고리즘이 조금씩 바뀌고 있었다.
하루는 남편이 말했다. "회사에서 LP 바 생각났어. 다시 가고 싶다." 나도 그랬다. 그 공간이 자꾸 떠올랐다. "이번 주말에 다시 갈까?" "좋아." 한 번의 새로운 경험이 일상 속에서도 계속 작동하고 있었다.
평일 오후, 서점에 갔다. 평소엔 지나치던 클래식 섹션으로 갔다. 표지가 마음에 드는 클래식 책 몇 권을 골라 그 자리에서 목차를 펼쳤다. 몇 장 읽었다. 계산대로 가서 책을 샀다. 이름만 들어본 예술가들의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일탈의 힘
가끔씩 일상의 궤도를 벗어나면 좋다. 하지 않았던 것을 하고, 보지 못했던 것을 보면 새로운 알고리즘이 생기더라. 방법은 간단하다. 호기심 가는 세계에 입문하는 것. 끌리는 것 중에 하고 싶었던 것이면 된다. 새로운 장소, 평소 먹지 않던 음식, 오랜만에 보는 친구, 낯선 분야의 책. 알고리즘을 비트는 건 그런 것들이다.
나는 지금의 루틴이 너무 좋다. 그래서 나의 루틴을 지키면서 가끔씩 일탈하고 싶다. 튼튼하게 뿌리내린 일상의 알고리즘 위에 새로운 것을 틈틈이 경험하고 싶다. 이번 주 토요일, 남편이 또 물을 것이다. "오늘 뭐 할까?" 이번엔 대답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