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과의 미팅.
이제 긴 여름 방학이 끝나가고 있네, 우리 딸~
방학 동안에 홀리데이 프로그램도 열심히 다녀주고, 불평 한 마디 없이 가서 재미나게 놀다 오는 너.
집에 있으면, 하루 종일 심심하다고 노랠 부르며 엄마를 수백 번은 불러대는 너에게
홀리데이 프로그램은 그야말로 신나게 놀 수 있는 곳이었어.
아빠는 일하고 바빠서 남들 다 가는 여행 한 번 제대로 못 가는 우리지만,
우린 비수기에 여행을 갈 수 있으니 그걸로 위안을 삼고 있어.
다들 그랬지, 외동이라 외로워서 그런다며-
엄마 아빠가 재미나게 놀아주기엔 체력도 한계가 있으니
하나 더 낳으라는 말을 수없이 듣고 지냈지만, 엄마의 완고함은 꺾이지 않았어.
너도 동생을 바라고 있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그냥 혼자라는 사실을 받아들인 것 같아.
엄마는, 오빠가 있거든? 어렸을 때부터 외동이길 바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어.
그래서 그런가? 외동이라는 로망을 너에게 준 것 같아서 미안한 적도 꽤 많았지만
엄마는 더 낳을 수가 없겠더라.
널 낳을 때 너무 힘들기도 했었고, 2박 3일 동안 쌩 진통을 그대로 겪고 나니,
이건 두 번은 못할 짓이다! 결론 지어버렸거든.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라고 하는데, 그래서 둘도 낳고, 셋도 낳아 키우는 거라고들 하는데-
엄마는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에 남아서 그런가, 망각이 안되더라고.
널 하나만 낳은 것은 엄마는 후회는 하지 않아. 너 하나만으로 엄마는 너무 만족하거든.
이제 다음 주면 2월인데, 2일부터 넌 학교에 등교하지~
벌써 Year3야. 너무 신기해. 언제 이렇게 컸나 싶기도 하고-
한국에선 벌써 초등학교 2학년이래. 아직도 이렇게 아가 같은데.
오늘 새로운 담임선생님이랑 인사도 하고, 미팅도 하고 설레는 마음이 가득했지?
선생님이 굉장히 좋은 분이어서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어.
뉴질랜드 학교는 참 자유분방하고 아이들이 잔디를 밟고 뛰어놀 수 있어서 너무 좋은 것 같아.
공부보다는 아이가 진짜 좋아하고 잘하는 게 무엇인지 알아가게끔 만들어주는
환경이 너무 잘 되어있어서 엄마는 뉴질랜드 교육시스템이 너무 마음에 들어.
예체능, 운동 등 다양하게 커리큘럼에 있어서 선생님이 너에게 물었지.
헤일리는 뭘 좋아하냐고. 그런데, 넌 부끄러워서 그냥 웃고만 있었어.
엄마랑 아빠는 네가 대답하길 옆에서 기다리고 있었지.
물론, 선생님도 온화한 표정으로 널 따뜻하게 바라보면서 기다리고 계셨어.
그런데, 넌 끝내 입을 열지 않고 그저 헤헤 웃고만 있었지. 괜찮아.
처음이고, 부끄럽고 그런 마음 당연히 있을 수 있거든.
그래도 엄마는 마음을 조급하게 먹지 않기로 했어.
대신 대답을 해주는 대신, 기다려주고 잘 얘기할 수 있게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부모가 할 수 있는 도움이라 생각하거든.
뉴질랜드 선생님들이 다 그런 편이긴 해서, 엄마는 안심이야.
너에게 맞는 찰떡같은 환경이라 생각하거든. 사실 엄마도 어렸을 때, 부끄럼쟁이였어.
그냥 대답을 하면 되는데, 그게 잘 안 됐거든.
그때, 엄마도 지금의 너처럼 기다려주는 사람들이 있었다면 분명 아주 잘 컸을 텐데 말이야.
그게 아쉽긴 해. 어렸을 때의 엄마에게-
엄마는 우리 딸이 너무 기특하고 자랑스러워.
너의 존재 자체만으로도 빛나고 너무 귀하고 소중하지만, 뉴질랜드의 교육시스템으로 인해서
네가 잘하는 게 무엇인지,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일찍 찾은 것 같아서 말이야.
넌, 사실 학교 운동에는 관심이 없어.
공을 무서워하기도 하고 팀으로 움직이는 건 좀 느린 편인 것 같아서
운동은 Gymnastics으로 보내봤거든.
집에서 영상을 혼자 찾아보며 기술을 연마하는 네 모습이 너무 기특하더라.
수많은 연습 끝에, 결국엔 해내게 되었을 때도 기특했는데,
Gymnastic을 계속하면서 선생님 눈에 띄어 Extension반으로 초대되었다는 건,
정말 네 능력으로 해낸 거거든. 충분히 성취감이 있었을 거라 생각해.
앞으로도 계속 그런 환경을 만들어줄게.
네가 재미있게 하고 싶은 걸 찾아서 할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