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탄력성이 강한 너-
엄마는 널 낳고 키우면서 한 번도 힘들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만,
대체적으로 수월하게 널 키운 건 맞는 것 같단 생각이 요즘 들어 느끼게 된다.
엄마의 역량이 부족한 탓에, 너에게 상처도 주었지만 넌 울다가도 안아주면 금방 그치곤 했어.
너의 강점은 금방 털어낸다는 거야.
감정을 계속 갖고 있으면, 널 곪게 만든다는 걸 엄마는 아주 잘 알고 있거든.
엄마도 많이 곪아봐서 털어내는 연습을 하고 있는데.
넌 오히려 마음에 담아두지 않는다는 걸 지켜보면서 알게 됐어.
참, 고마운 능력이란 생각이 들더라.
누가 가르쳐준 것도 아닌데, 넌 그렇게 잘 커주고 있어서 엄마는 그저 감사하고 고마울 따름이야.
엄마가 피곤해서 잠깐만 누워있을 때에도, 넌 엄마 쉬라고 하면서
사부작사부작 뭔가를 열심히 하고 있어서 나중에 보면, 네 방을 열심히 꾸미고 치우고 있더라.
진짜 가르쳐준 적도 없는데, 알아서 척척 잘하는 걸 보면,
확실히 뉴질랜드의 교육환경이 좋다는 생각이 들었어.
유치원에서도 신나게 놀다가 선생님이 "Tidy Up!" 외치면,
장난감들을 친구들과 함께 치우는 것도 배웠고,
학교에서는 아직 너무 아가아가한 아이들인데, 도움 없이 혼자 가방을 싸고,
자신의 물건들을 챙기는 걸 보면 말이야.
생각해 보면, 넌 유치원에 가기 시작했을 때부터 네 물건을 굉장히 잘 챙겼던 것 같아.
너의 물건을 소중하게 생각할 줄 아는 거라, 엄마는 안심이 되었어.
무엇 하나, 잃어버리고 온 적이 없는 널 보면, 참 신기해.
엄마는 어렸을 때, 엄청 덜렁이었다고 했는데 그래서 외할머니한테 많이 혼나곤 했거든.
내 뱃속으로 낳은 너인데, 어쩜 이렇게 야무지고 똑순이인지-
외할머니가 엄마한테 늘, 했던 말이 있었는데 "너랑 똑같은 애 낳아서 키워봐라!" 였거든?
근데, 정말 나와는 정반대인 네가 나와서 외할머니도 놀라더라.
어디서 들은 얘긴데, 부모가 부족하면 빠릿빠릿하고 똑똑한 아이가 태어나고,
부모가 빠릿빠릿하고 똑 부러진 사람들이면 아이는 좀 덜렁이로 태어난다고.
엄마가 부족한 탓에, 우리 딸이 이렇게 야무지고 똑 부러지나 봐.
너무 감사하고, 행복해- 엄마는.
근데, 네가 너무 일찍 철드는 것 같아서 엄마는 마음이 안 좋긴 해. 짠하기도 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는 엄마가 줄 수 있는 사랑을 듬뿍듬뿍 너에게 줄게.
늘 사랑만 가득한 아이로 자랄 수 있게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