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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도비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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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마크 Sep 08. 2024

팝콘각 관전잼 도서관

이 난국 도대체 끝이 있는 걸까? 

(도비일기는 모두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앞 에피소드를 참고해 주세요.)


비록 나도 리더의 불합리한 조직 운영의 피해자(?)이지만, 나는 "관찰자"의 입장에서 이 난국이 어떻게 흘러갈지 지켜보기로 생각을 바꿨다. 내가 겪은 부당대우를 인사팀에 고발하는 일을 이제 그만하겠다는 뜻은 아니다. (참고로 아직 언급한 적은 없지만 주제전문사서직 업무대행과 관련된 관장의 차별대우와 임금체불에 대해 왜 자꾸 나만 차별하는지 모르겠다고 인사팀에 또 고발했다. 그 결과, 인사팀은 관장의 실수를 인정하고 해당 건에 대해 월급인상분을 소급 적용해 주었다. 만세!)


내가 태도를 바꾼 이유는 목록사서직 채용 무산과 해당 업무의 외주 전환이 회사와 직원의 관계를 객관적으로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했기 때문이다. 내가 영향을 받는 당사자이다 보니 노사관계가 더 크게 와닿았던 것 같다. 승진요청서를 제출하는 과정에서 언제나 내 편이었던 노조와, 중립적 입장에서 나와 상사 간의 갈등 해결을 위해 중간다리 역할을 해 준 인사팀을 보며 잠시나마 나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이는 착각이었다. 물론 인사팀과 노조를 찾아갔던 내 노력이 모두 쓸데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나마 이제야 상사가 내 문제를 해결하는 시늉을 했고, 받지 못했던 업무대행 건에 대한 월급인상분도 지급받았으며, 무엇보다 내가 속한 도서관이 원만하게 운영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인사팀에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얼마 전 인사팀도 함께한 미팅에서 보인 상사의 중간관리자로서 무책임한 언행에 인사팀은 문제점을 인지하고 상사에게 중간관리자의 역할에 대한 교육자료를 보냈고, 이를 불편하게 여겼던 상사는 나한테 하소연을 하며 이 사실을 알게 되었다. 형식적이긴 해도 인사팀이 생각보다 많이 직원의 말에 귀 기울이고, 해결방법을 찾아준다!)


하지만 회사 최고 경영진의 회사 운영 방침 변화에 따른 조직개편, 업무변경, 인사이동 등은 당장 내일이라도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사람을 채용하는 대신 외주 계약으로 전환하고, 내 업무의 상당 부분이 외주 관리업무로 바뀌는 것이 그 예이다. 이런 상황에선 일개 직원이 할 수 있는 일도, 언제나 직원의 편에 서있는 노조가 도와줄 수 있는 것도 딱히 없다. 마음에 들든 안 들든, 이해가 되든 안되든 그저 회사의 결정에 따를 수밖에 없다. (맘에 안 들면 이직해야지 뭐!)


그리고 내가 "관찰자"의 입장에서 이 상황을 지켜보기로 한건, 관장의 도서관 운영이 엉망진창이라 나 외에도 고충을 겪고 있는 직원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도서관 직원과 사서는 각각 소속 노조가 다른데, 관장의 리더십 부족으로 직원인 나와는 또 다른 종류의 고충을 겪고 있던 사서들은 그들의 노조에게 도움을 구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당시 내 상황을 알고 있던 사서선생님은 사서노조 미팅에 참석해 내가 겪은 어려움을 얘기해 줄 수 있는지 물어보셨고, 나는 흔쾌히 사서노조 미팅에 참석했다. 내가 속한 노조에서 내 업무분장과 관련해 도움을 구하는 것과 별개로, 사서노조 미팅에 정기적으로 참여하며 관장의 무능력한 리더십 시정을 위한 탄원서를 준비하기로 했다.


각종 증거자료를 모아 탄원서 작성을 준비하다 보니 관장의 무능력함과 권력남용이 생각보다 훨씬 심각했다. 나는 내 업무분장 문제를 3년 동안 참다 참다 터뜨린 거였는데, 사서들은 인내심이 참 대단하다 싶었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관장 밑에서 10년, 20년을 참고 일한건지 새삼 놀라웠다. 알고 보니 관장은 부임 초부터 문제가 많았는지, 십여 년 전 당시 사서들이 관장으로 인한 고충사항을 보고서로 작성하여 한차례 인사팀에 제출했던 적이 있었다. 탄원서 준비과정에서 그 내용을 보게 되었는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사람이 참 안 바뀌는구나 싶었다. 당시 탄원서에 적힌 내용이 지금의 상황에 꼭 들어맞았기 때문이다. 오늘 작성한 탄원서라고 해도 믿길 지경이었다. 당시 직원들이 당했던 일을 그대로 비슷하게 나와 사서들이 겪고 있었다.


도서관 조직이 곪을 대로 곪아 이제 터질 일 만 남은 것 같아 보였다. 내 업무분장은 주변 상황이 바뀌어 내가 예상치도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고, 비밀리에 준비 중인 탄원서를 제출하고 나면 그 결과는 또 어떻게 나올지 궁금해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도서관에 구경거리(?)가 너무 많았다. 내 업무분장과 별개로 이 모든 상황의 어떤 결말을 맞이할지 정말 궁금했고, 그래서 관찰자의 입장에서 이 난국의 결말을 지켜보기로 마음을 바꾼 것이었다.


태도를 바꾸고 얼마 안 있어 문제의 중국직원이 또 한건 터뜨렸다. (구경거리가 너무 많아!) 문제직원이 본인의 상사인 H선생님을 인종차별자로 교내 고충처리해결 부서에 신고를 한 것이었다. H선생님은 이 내용을 노조에 알렸고, 내게 하소연을 하며 내용을 알려주셨는데 인종차별은 정작 내가 당하고 있는데, 중국직원은 왜 그런 얼토당토않은 일로 인종차별 운운하며 고충처리해결 부서에 불만을 접수한 건지 역시 문제직원이다 싶었다. 당연히 H선생님은 무혐의를 받았고, 그 이후로 선생님과 나는 종종 "마크씨도 고충처리해결 부서에 접수해 봐~", "선생님, 저도 한 번 찾아가요? 저도 가서 상사 바꿔줘라!! 얘기 한번 해볼까요? 라며 농담을 하곤 했다.


업무분장에 적힌 일을 "한국인"이라서 못 시키겠다는 것이야 말로 인종차별이었지만, 어쨌든 내 중국인 상사에게는 "효율성"이라는 명목이 있었으니 인종차별로 신고할만한 근거가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업무 성격상 특정 언어 능력이 있으면 도움이 되는 건 맞기에, 이걸 진정한 의미의 인종차별이라고 스스로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또한, 노조를 한 번 찾아가 보니, 생각보다 정신적 에너지를 많이 쏟는 일이라 앞으로는 노조나 고충처리해결 부서 등의 도움을 구 할 일 없이 도서관의 어지러운 상황이 하루빨리 잘 해결되기를 바라는 마음뿐이었다.


문제직원의 사건이 한차례 지나가고 도서관이 잠잠해졌을 때, 드디어 내 승진서류와 관련해 심의기관과 미팅이 잡혔다. 기존에 제출했던 승진 서류의 업무 내용이 목록 업무 외주라는 상황 변화로 앞으로는 내 포지션에서 불필요한 업무가 되었기 때문에 미팅이 잡혔지만 별로 기대되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관장과의 만남과 대화는 항상 내 전투력을 상승시킨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 미팅 중에 관장은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했고, 나는 그대로 바로 교내 고충처리해결 부서에 상담 신청 이메일을 보냈다.


이제 그냥 구경만 하고 싶었는데, 또 한 번 전투력을 불태워야겠다. 인사팀에 처음 찾아간 지 벌써 1년이 다 되어가고, 그간 해결된 것은 없고 새로운 사건은 잔뜩 벌어졌다. 도대체 이 난국의 결말은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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