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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상대성이론

by 이각형



알버트 아인슈타인에 따르면 운동하는 물체가 중력장에 진입하면 최단거리로 움직이게 된다. 지구라는 행성에 사는 우리도 우주적 관점에서는 하나의 물체에 불과하다.


지적인 존재, 이성적 인간이라고 믿었던 우리는 과연 아인슈타인이 정립한 이론대로 운동하지 않는, 물체나 사물이 아닌 존재인가?


나 자신을 포함해 사람들을 관찰해 보면 언제나 최단거리로 운동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실내 디자인을 고안할 때에도 동선이라는 것을 최소화하는 것을 목표로 삼기도 한다.


물리적인 것에만 해당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사람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목표를 정하고 목표의 실현을 위해서라면 수단을 가리지 않고 최단기간 내에 실현하고자 한다.


생리적인 현상도 마찬가지의 작동원리에 의해 벌어지고 있다. 몸은 정직한 기계 중의 하나로 최적의 상태로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항상성을 추구한다.


항상성은 신체가 안정된 상태로 유지되게끔 하는 하나의 시스템인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물을 마시다가도 화장실에 가서 몸을 비우기도 한다.


사람의 관계도 크게 다르지 않다.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만나는 사람들을 설득하고 교섭하며 포용하고 수용하기도 한다.


이때 사람들은 주로 언어라는 활동으로 자신의 뜻을 펼치곤 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목적하는 바를 이룰 때까지 기다리기보다는 조바심을 내고 최단시간 안에 성취감에 빠지고 싶어 한다.

나 또한 일반적인 범주와 크게 다르지 않다. 나의 극명한 단점 중의 하나는 설명할 때 최소한 것으로 제한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내가 지적인 만큼 당신도 지적인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나는 설명을 충분히 하지 않는다. 대신에 나는 충분히 관찰하고 관조의 시간을 갖기 위해 노력한다.


그래서 대화 중 이해할 수 없는 개념이 제시될 때마다 질문을 던진다. 질문한다는 것은 내게 있어서 대화술의 하나이기도 하지만 분명한 관심의 표현이며 이는 타인을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한다는 의미이다.

질문을 던지는 것은 나는 당신이라는 동심원에 참여하고자 하는 뜻이었다. 그만큼 나의 지적인 호기심은 내게 숨이 붙어 있을 때까지 영속적으로 주어진 그것이다.

그것은 당신이 내 곁에 머무른다면 나는 당신을 이해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는 선언과 다르지 않다. 그것이 바로 내게 주어진 숙명이었다.

그 숙명을 부여한 절대자도 이해하고 존경해야 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인간은 물리적인 실체를 가진 영혼이다. 영혼을 인정하는 순간 우리는 새로운 관점을 갖게 된다.

우리가 사물을 바라볼 때 그 어떠한 이해관계를 배제한다면 그때의 우리는 순수한 영혼의 눈으로 바라볼 수 있다. 일찍이 이러한 영혼의 눈을 뜬 헤르만 헤세는 영혼에 관하여라는 글을 유산으로 우리에게 남겨 주었다.


보이는 것만이 진실이 아니다. 진실은 보이지 않는다. 그저 발견될 뿐이다.


그리고 발견은 관점이다. 아직 우리가 발견하지 못한 진리와 진실을 위해 우리는 새로운 관점이 필요하다.



추신.

제게 이러한 심미안을 주신 당신이여 감사합니다. 저는 이토록 미물과 같습니다. 더 이상의 언어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다만 저는 영안을 깨우쳐 주시길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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