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연휴 동안의 훈련일지

마라톤은 결국 통증과의 싸움인가

by 이각형


오랜만에 아주 긴 휴가를 다녀온 듯한 연휴였습니다. 총 7일 동안 쉬면서 10km 두 번, 25km 1번 그리고 26km 1번 이렇게 총 네 번의 훈련을 진행했습니다.




지난 7일 중 이틀은 비가 와서 뛸 수가 없었으니 5일 중 하루 빼고 계속 달렸던 것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이렇게 단기간에 총 70km를 뛰었는데도 특별히 아픈 곳이 없다니 그만큼 다행스러운 일도 없는 것만 같습니다.




첫 하프코스를 도전했을 때만 해도 족저근막염으로 악전고투를 펼쳐야 했었으니까요. 하지만 이젠 러너들 사이에서 나쁘지 않다는 평을 듣는 입문자용 러닝화를 신고 뛰다 보니 발바닥 통증에서는 말끔하게 해방되었습니다.




이제 3주 뒤면 첫 풀코스에 도전하게 됩니다. 그만큼 지난 연휴 기간 동안 정거리 도전이 풀코스 완주를 위한 관문이었습니다.




원래 계획으로는 25km를 뛰고 며칠 쉰 다음에 30km를 도전하고 다시 돌아오는 주말에 35km를 달리고 대회 2주 전 주말에 40km를 달리는 것으로 장거리 훈련을 마무리하려고 했었습니다. 그런데 대회를 2주 앞두고 40km를 달리는 것은 몸 회복에만 10일 이상 걸린다는 점 때문에 추천하지 않는다는 생각에 마지막 장거리는 하프로 수정했습니다.




연휴 첫날밤 25km를 달렸을 때만 해도 30km는 무난히 도달할 수 있을 것만 같았습니다. 25km를 2시간 25분 동안 달리면서 체력적으로 그렇게 부담스럽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별다른 통증도 심각하게 올라온 것이 없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조금 자신만만해지기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지난 수요일 날이 한참 좋을 때 30km를 달리기 위해 기분 좋게 집을 나섰습니다. 발걸음도 무겁지가 않아 하프까지 딱 2시간 만에 도달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22km를 지나기가 무섭게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했던 갈증이 저를 괴롭히기 시작했습니다. 그날 기온은 높지 않았지만, 햇살이 쨍쨍한 편이어서 얼굴을 흐르던 땀이 강렬한 햇살을 받아 굳어버리는 바람에 마치 얼굴에 소금을 뿌려놓은 것처럼 보였습니다.




얼굴뿐만 아니라 종아리에 흐르던 땀도 하얗게 소금으로 변해 있었을 정도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22km쯤 지나면서 그동안 산을 타면서도 느껴보지 못한 타는 듯한 갈증으로 도저히 달릴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결국 원점으로 돌아가기로 방향을 전환했고, 뛰어가는 동안 식수대가 있는지 유심히 찾아봤습니다. 간신히 아리수 식수대를 발견했고, 식수 적합 판정이라는 푯말을 보고 수돗물을 틀어 벌컥벌컥 마셔버렸습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아리수를 식수로 먹어 본 날이었습니다. 그만큼 달게 먹은 물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 뒤로 출발지까지 약 3km를 뛰어가는 동안은 통증과의 싸움이었습니다. 물론 수분 부족 때문에 체력도 고갈되기 직전이었습니다.




이 상태로는 도저히 풀코스를 완주할 수 없을 것만 같았습니다. 그 결과 30km 실패에 대한 원인을 분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처음 25km를 달렸던 날은 저녁 7시 반에 시작해서 햇빛이 없는 조건에서 편하게 뛸 수 있었습니다. 반면에 30km를 목표로 했던 날은 햇볕이 강한 날씨였고, 이에 따라 수분보충에 대한 대비가 전혀 없었던 것이 패착이었습니다.




다가오는 주말인 내일 다시 30~35km 도전에 나설 예정인바, 그동안 러닝벨트로 간편하게 뛰던 방식이 아니라 러닝베스트에 물 한 병 정도 챙겨서 훈련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통증과의 싸움, 통증에 익숙해지는 일이 해결과제입니다. 하프까지는 통증다운 통증이 없지만, 25km를 넘어서니까 이야기의 판도가 달라졌습니다.




마라톤은 체력도 체력이지만, 결국 완주는 통증과의 싸움인 것 같습니다. 물론 저와 같이 첫 도전자에게나 해당되는 얘기일지도 모릅니다.




이렇게 간단히 훈련일지와 그 후기를 쓰다 보면 이렇게 힘들고 아픈 걸 왜 하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저도 평범한 인간인데 왜 그러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통증과의 싸움이라는 말이 고통으로 다가오기보다는 하나의 관문이고 목표이자 달성과제로 여겨지는 부분이 더 크게 다가옵니다.




아프고 힘든 길인데도 마라톤 생각을 계속하고 있는 제 자신을 보고 있으면 딱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러나 이렇게 뛰어 보신 분들은 이미 잘 알고 계실 겁니다. 마라톤이 얼마나 재미있는지 굳이 설명할 필요조차 없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다음 달에는 풀코스 완주후기로 찾아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때까지 또 열심히 달리고 달리고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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