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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각형 Jul 30. 2023

이기적인 너무도 이기적인

이기적인 너무도 이기적인#1

얼마 전 당신은 제게 이렇게 물어보셨어요. 당신께선 지나가는 말로 한 것일 수 있지만 당신의 말 한마디를 그저 그렇게 흘려보내지 않는, 의식의 모든 지향점이 당신이었던 저로서는 그때의 질문을 잊을 수가 없어요.

"오빠는 사람을 볼 때 뭘 봐요?"

한 문장으로 된 짧은 말이었지만 나는 함축적이라고 직감했어요. 직관을 그토록 경계했던 저였지만 순간적으로 가슴에 파고든 직관까지 외면할 수는 없었어요.

예전의 제 자신이었다면 제가 무슨 말을 하더라도 변명에 그치고 말았을 거예요. 하지만 저는 일부 용기를 낼 수 있기도 했어요.

당신의 따듯한 마음이 전해지는 어떤 순간을 느끼지 못했다면 저는 이렇게 제 마음을 말할 자격은 없었을 거예요. 이러한 감상에 빠져 있느라 묵묵히 있던 제게 당신은 곧이어 이렇게 말했어요.

"대체 왜 그랬던 거예요?"

이 순간 저의 시선은 빠른 속도로 달리고 있던 자동차의 보닛 앞을 향하고 있었지만 제 영혼의 눈동자는 당신을 마주 보고 있었어요. 옆자리에 앉은 사람이 영혼의 눈 맞춤에 빠져 있는 일에 공감하고 있었던 당신은 제가 대답할 준비를 마칠 때까지 차분한 마음으로 기다려주셨어요.

비록 언도되지 않았어도 기꺼이 모인 우리의 한마음을 전류에 감전되듯이 느끼고 있었어요. 감전된 마음이 장엄함을 심어주어 고마웠어요.

이러한 감정적 전이, 서정적 일체감을 느끼면서 저는 이러한 생각을 분명한 어조로 확고히 밝혀야 한다고 결심했어요.

"내가 모자랐어요."라고요.

그리고 저는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걸, 그 점을 알고 있는 분은 당신이 유일해요."라고 덧붙였어요.

고개를 숙이고 있던 당신은 저의 답변을 되새긴 다음에 처음 물어본 질문을 재차 꺼냈어요.

"그래서 오빠는 무엇을 보냐고요?"

저는 힘을 빼고 말했어요. 그렇다고 체념한 것은 아니었어요. 왜냐하면 제 옆에는 당신의 실존이 실재했었으니깐요.

"나는 당신의 삶에 반영된, 미래의 당신과 내 모습을 봐요."

이 모습이 당신을 마주 보고 있는, 순전한 제 자신입니다. 당신의 눈 속에, 마음속에 투영된 우리의 미래를 보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수많은 그림들이 담겨 있습니다. 청사진만 있다는 말씀이 아닙니다.

나는 당신이 언제나 행복하기를 바라지만 세상은 그렇게 우리를 쉽게 행복이라는 안전지대로 도망치지 못하게 만들곤 합니다.

나는 당신이 언제나 웃을 수 있기를 바라지만 이 말이 당신은 언제나 웃고만 있어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굴곡진 세상이 우리를 강한 압력으로 내려 누를 때가 없기를 바라지만, 그렇다고 그런 일이 어둠처럼 갑자기 당신을 덮쳐올 때 마음의 그늘 속에 웅크리고 있는 당신의 손을 잡고 어깨를 맞대고 있겠다는 말씀입니다.

맑은 하늘 아래에서만 춤을 추는 것이 아니라, 궂은 날씨에도 춤을 출 수 있는 법을 배우는 것입니다. 억수같이 쏟아지는 빗방울을 맞으며 함께 나아가겠습니다.

힘든 시기를 온전히 당신답게 헤쳐나갈 수 있도록, 기쁜 일에도 온전히 당신답게 가슴 깊이 느낄 수 있도록, 그렇게 당신 다운 그림을 그려가는 미래, 그 미래의 나와 당신을 봅니다.

이런 의미로 아바타의 나비족은 이렇게 인사를 나눴습니다.

I see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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