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그냥 바라보면~ 내 마음에 있다는 걸~.”
예전 쵸코파이 광고에서 흘러나온 CM송이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고 있고,
떄로는 사랑의 진정한 모습이라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부부 관계에서 이 말이 정말 통할까?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서로를 더 잘 알게 될 거라 믿는다.
‘내 옆에 있는 이 사람이 제일 소중하지.’
‘바라보며 미소만 지어도 충분하지.’
‘좋은 말도 매일 들으면 별 감흥 없을 텐데.’
‘무슨 그런 걸 꼭 말로 해야 하나?’
이런 생각은 결국,
말하지 않아도 상대방이 내 마음을 알아줄 거라는 기대에서 비롯된다.
눈빛만으로도, 태도만으로도 다 전해질 거라 믿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게 이상적이지 않다.
아무리 부부라 해도 결국 '완벽한 타인'이다.
내 유전자의 반을 나눈 부모님이나 아이들의 마음조차 알기 어려운데,
전혀 다른 환경에서 자라온 배우자의 마음을 내가 함부로 짐작할 수 있을까?
그래서 나는 부부관계에서 조차도 고려해봐야 하는 속담이 있다고 생각한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
어찌보면 부부간의 믿음이 없어 보이고, 차갑게 보이는 말이다.
그러나 이 속담안에서 나는 배우자를 대하는 태도에 조심성을 부여하고 싶다.
가장 가까운 관계일수록 서로를 다 안다고 착각하기 쉬우니까....
착각이 무심함을 낳고,
무심함이 어림짐작을 부르며,
다툼은 그렇게 시작된다.
내가 출근하는 일이 당연하지 않듯,
아내가 저녁을 준비하는 일도 당연하지 않다.
출근길을 배웅해 주는 손길,
식탁을 함께 정리하는 사소한 동작 속에서 우리는 서로에게 고마움을 표현한다.
당연하게 여기는 순간, 고마움은 사라지고 무심함만 남는다.
그리고, 그 마음은 말로도 표현해야 한다.
“고마워.”
“수고했어.”
“오늘 하루도 힘내자.”
짧은 한마디 이지만,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도, 말하지 않으면 알 수 없다.
작은 고마움도, 사소한 애정도 결국 말로 드러낼 때 비로소 전해진다.
오늘 하루를 조금 다르게 보내보는 건 어떨까?
아내가 청소할 때 빨래를 개며,
“여보야 덕분에 집이 늘 반짝반짝해 보여. 청소 끝나고 커피 한잔 할까?”
남편이 출근할 때 현관에서 배웅하며,
“매일 고생이 많아. 오늘 하루도 힘내자!”
식사 후, 간단한 다과를 함께 나누며,
“오늘 있었던 일, 커피 마시면서 조금 더 얘기할래?”
별것 아닌 행동 같지만, 이런 작은 한마디가 상대방에게는 존중과 애정으로 전해진다.
“고마워, 네가 있어서 오늘도 든든했어.”
“당연한 게 아니라, 늘 고마운 마음이야.”
친근함과 편안함은 좋은 것이지만, 말하지 않으면 서로를 알 수 없다.
작은 고마움도, 서운함도, 결국 말과 행동으로 드러내야 한다.
결국 부부는 완벽한 타인이다.
그리고 그 사실을 받아들이는 순간, 비로소 존중이 가능해진다.
사랑은 말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게 아니다.
오히려 작은 말과 행동 속에서 확인되는 것이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이 오래된 광고 문구는 여전히 따뜻하게 들리지만,
부부 관계에서만큼은 위험한 착각일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