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잿빛천사(6화) - 그의 독백

by 장발그놈


밤이 깊고, 인간들의 꿈이 도시를 덮을 때, 나는 조용히 그들을 지켜보았다.

저마다 다른 욕망, 갈망, 두려움으로 채워진 세계. 악마는 그 속에서 언제나 답을 찾으려 헤맸다.

인간의 약함을 이용하며 자신의 존재를 정당화하고, 그들의 실수와 욕망을 비웃으며 살아왔다.


하지만 오늘 밤, 잿빛 날개의 천사를 만난 이후로, 나의 생각이 흔들리고 있었다.

"내가 틀렸던 것일까?"


나는 지옥에서 가장 뛰어난 악마였다.

내 앞에 있는 인간들은 언제나 악마의 속삭임에 무릎을 꿇었다.

그들의 욕망은 나의 무기였고, 그들의 고통은 악마의 연료였다.

내가 굳이 유혹하지 않아도, 인간들은 이미 스스로를 파괴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나는 그저 그들의 선택을 도왔을 뿐...


그런데 잿빛 날개의 천사를 처음 보았을 때, 그의 눈 속에 비친 나를 보았다.

차갑고 고독한 빛. 마치 잿빛 천사의 고통이 나의 것처럼 느껴졌다.

왜 그런 기분이 들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악마에게 연민에 가까운 감정은 약점에 불과했다.

그러나 그의 말, 그의 존재는 나를 불편하게 했다.

"천사도 악마도 아닌 존재라..."


나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나는 왜 이 길을 걷고 있는가? 단지 더 강한 악마가 되기 위해서인가? 아니면 나 역시 무언가를 증명하고 싶었던 것인가?"


인간들은 나약하다. 하지만 그들은 가끔 빛난다.

그들이 사랑, 희생, 또는 용기라는 이름으로 스스로를 초월할 때, 그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

천사들은 그것을 이성화 하고, 악마들은 그것을 조롱했지만, 그는 그 사이에 머물렀다.

나는 잿빛 천사의 빛과 어둠이 얽힌 순간에 매료되었다.


그러나 나는 그것을 부정했다.

긍정적인 감정은 악마에게는 혼란이고, 혼란은 약점이다.

그렇게 믿어 왔다. 하지만 그를 만난 뒤로, 나는 믿음을 다시 생각해본다.


잿빛 천사는 천사가 가질 수 없는 감정을 이해했고, 악마가 선택할 수 없는 조화를 선택했다.

그의 길은 고독하지만, 그 길 위에서 그는 인간과 가까워졌다.

나는 다시 한번 스스로에게 질문한다.

"나는 무엇을 원하는가? 나의 역할은 단순히 인간을 유혹하고, 그들의 실패를 비웃는 것에 불과한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천국의 빛은 멀고도 차가웠다.

나는 그 빛을 증오했지만, 그 빛 속에 숨겨진 진실을 알고 싶어졌다.

지옥의 불길은 뜨겁고도 격렬했지만, 그 열기 속에서 나는 항상 갈증을 느꼈다.


내가 인간들을 지켜보며 느꼈던 갈등은, 사실 자신을 향한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천사의 길을 비웃었지만, 그의 고독과 고통은 나의 그것과 너무도 닮아 있었다.

"내가 그를 조롱할 자격이 있을까?"


나는 뿔난 머리를 손으로 쓸어 넘기며 웃음을 터뜨렸다.

"그가 틀렸는지, 아니면 내가 틀렸는지 알기 위해서라도, 나는 그의 길을 지켜보아야겠군."


악마는 천사와는 다르다.

우리는 이성적이지 않는다. 우리는 그저 감정적인 욕망을 몸에 두르는 존재일 뿐이다.

하지만 오늘 밤, 그 천사가 내게 새로운 선택지를 던져준 것 같았다.


그가 성공하든, 실패하든, 나는 그를 따라야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전에, 나는 나 자신을 이해해야 한다.

나는 무엇을 원하고 있는가? 인간의 욕망 속에서 나는 무엇을 추구하고 있는가?


나는 언덕을 내려와 도시의 어둠 속으로스며들었다.

그러나 내 마음속에는 새로운 의문이 자리 잡았다.

그것은 불편하지만, 동시에 희망과도 같은 것이었다.

"만약 나에게도 균형을 찾을 기회가 있다면, 나는 그 길을 걸을 용기가 있을까?"


그렇게 나는 천사도, 악마도 아닌 나 자신을 관조하며, 끝없는 밤길을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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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금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