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활기차고 웃음이 많던 사람이 있었다.
그러나 어느 날부터인가 그의 웃음이 사라졌다. 친구들이 물었다.
"왜 그렇게 힘이 없어 보이니?"
"마음이 너무 무거워.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
"그냥 좀 쉬어.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야. 감기 같은 거잖아."
하지만 남자는 마음속 깊이 느꼈다.
단순한 감기가 아니었다.
매일매일 그의 마음을 갉아먹는, 보이지 않지만 치명적인 병이었다.
그는 더 이상 누구에게도 이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사람들이 가벼운 한마디가 자신을 절벽으로 밀어붙이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혼자 지내던 어느 날, 산자락에서 나물을 캐는 노파를 만났다.
그녀는 남자를 가만히 바라보더니 말했다.
"너는 마음의 병을 앓고 있구나."
"어떻게 아셨어요?"
"나도 앓아봤거든. 사람들은 그걸 마음의 감기라고 부르지만. 그건 틀린 말이야.
감기처럼 가볍게 여기면 그 병은 점점 자라서 암처럼 깊어지거든.
네가 아무리 숨기려 해도 사라지지 않아.
그리고 네가 만난 사람들처럼 네 병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도 많을 거야."
"그래서 저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기로 했어요. 그게 더 나을 것 같아서요."
여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럴 수도 있지. 하지만 기억해, 네 아픔을 진심으로 들어줄 사람도 있어.
모든 사람에게 다 말할 필요는 없지만 들어줄 사람이 있다는건 너에게 희망이 될 수 있단다."
그 말은 남자에게 작은 힘을 주었다.
그는 조금씩 주변을 다시 둘러보았다.
여인의 말처럼, 자신의 이야기를 들을 준비가 된 사람을 찾기 시작했다.
그 과정은 쉽지 않았지만, 마침내 그는 자신을 이해하려는 한 친구를 만날 수 있었다.
그 친구는 처음에는 당황했지만, 조금씩 남자의 이야기를 들어주며 함께 걸어주었다.
그의 마음속 병은 바로 나아지지 않았지만, 함께 나눌 사람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조금씩 가벼워졌다.
이야기를 나누던 어느 날,
그 친구 역시 마음에 깊은 아픔을 지니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둘은 서로의 고백 앞에서 더 이상 숨지 않았다.
마음의 병은 바로 나아지지 않았지만, 이제는 함께 나눌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조금씩 가벼워졌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의지가 되었고, 서로를 통해 조금씩 다시 살아갈 힘을 얻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그들의 아픔은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지만,
둘은 이제 그 병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웠다.
마음의 병은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다.
감기처럼 흔할 수도, 암처럼 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아픔의 무게는 혼자 감당해야 할 것이 아니다.
아픔을 나눌 때, 우리는 더 가벼워지고,
그 작은 나눔이 결국 세상을 조금 더 따뜻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