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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새싹

경험의 힘

by 장발그놈

한 소년이 살고 있었다. 그는 책 속에 세상의 모든 지식이 담겨 있다고 믿었고, 굳이 힘들게 경험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어느 날, 마을 외곽에 여행자가 찾아왔다. 여행자는 세상 곳곳을 돌아다니며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곤 했다. 소년은 반짝이는 눈으로 여행자에게 물었다.


"세상을 많이 돌아다니셨다면서요. 그래서 뭘 얻으셨나요?"


여행자는 웃으며 대답했다.


"경험을 통해 남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마음을 얻었지."


소년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되물었다.


"경험을 하지 않아도 책에는 세상의 모든 이야기가 다 들어있잖아요. 저는 책만 읽어도 충분히 많은 것을 알 수 있다고 생각해요."


여행자는 잠시 소년을 바라보다가 조용히 손에 작은 씨앗 하나를 쥐여주었다.


"그럼 이 씨앗을 심어보고, 한 달 뒤에 다시 만나자꾸나."


소년은 책에서 읽은 대로 흙을 고르고 씨앗을 심었다. 매일 아침 정해진 시간에 물을 주고, 햇빛이 잘 드는 곳에 두었다. 며칠 후, 작은 싹이 올라왔을 때 소년은 설렘에 가슴이 뛰었다. 하지만 예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연이어 일어났다.


어느 날 밤, 갑작스레 비바람이 몰아쳤다. 소년은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들으며 불안한 마음에 밖으로 뛰어나갔다. 그가 심은 싹은 바람에 쓰러져 있었다. '책에는 이런 이야기가 없었는데…' 소년은 어찌할 바를 몰랐다.


다음 날, 소년은 쓰러진 싹을 조심스럽게 세우고 주변 흙을 단단히 다졌다. 며칠 후 다시 싹은 힘차게 자라났지만, 이번엔 작은 벌레들이 잎사귀를 갉아먹고 있었다. 소년은 책에서 읽은 벌레 퇴치법을 써 보았지만, 효과는 미미했다. 결국 그는 벌레를 손으로 떼어내며 새벽까지 싹을 지켰다.


소년은 그제야 알 수 있었다. 책에는 싹이 잘 자라는 방법과 과정이 친절하게 적혀 있었지만, 바람과 벌레 같은 변수를 다루는 방법은 없었다. 무엇보다 실제로 느끼는 조바심과 애정은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감정이었다.


한 달 뒤, 소년은 여행자를 다시 만났다.


"이제 알겠어요!"


소년은 말했다.


"책에서 배운 대로만 하면 다 될 줄 알았는데, 직접 해보니까 예상 못 했던 일이 너무 많았어요. 그 과정에서 이 싹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게 됐어요. 덕분에 다른 사람들이 키우는 식물도 얼마나 많은 노력과 정성이 들어가는지 이해하게 됐어요."


여행자는 미소 지으며 말했다.


"바로 그거란다. 경험은 직접 겪지 않으면 이해할 수 없는 남의 이야기를 헤아리게 해주는 다리야."


그날 이후, 소년은 주변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졌다. 누군가의 기쁨도, 아픔도, 노력도 그저 지나치지 않고 더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경험은 자신을 위한 것만이 아니라, 세상을 더 따뜻하게 바라보게도 하는 마법이었다.


소년은 그렇게 자신만의 새로운 추억과 경험을 만들어가며 마음속에 그 마법을 간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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