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에세이
흔해 빠진 스테이크 굽기가 지겨워서 레시피를 찾아보던 중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불고기'였다.
단순한 조리법 같지만, 양념이 적절히 배어들도록 숙성 시간을 조절해야 하고, 숯의 온도를 세밀하게 조정해 익혀야 하는 섬세한 과정.
오늘 밤, 나는 한국의 전통적인 요리를 직접 만들어보기로 했다.
먼저, 고기를 꺼내 도마 위에 올린다.
붉은 빛이 감도는 육질은 윤기가 흐르며, 근섬유가 정교하게 엮여 있다.
손끝으로 가볍게 눌러보면 탄력과 부드러움이 동시에 느껴진다.
따뜻한 온기가 전해지고, 은은한 육향이 코끝을 스친다.
단순하게 자를 수 없다.
칼질은 정밀한 행위, 절제된 기술, 그리고 깊은 이해가 필요한 과정이다.
결을 따라 일정한 두께로 썬다. 정확한 각도와 깊이를 조절해야 한다.
그래야만 고유한 질감과 풍미가 유지된다.
날카로운 칼이 근섬유를 가르자, 근육과 지방 사이의 결이 매끈하게 드러난다.
한 조각을 손에 들어 올리자, 가벼운 탄성이 느껴진다. 역시 방금 도축한 신선한 고기다.
고기의 진정한 맛은 숙성에서 나온다지만 나는 방금 도축한 고기의 신선한 맛을 더 선호한다.
고기를 집은 두 손가락에 들러붙을 정도로 신선한 고기.
마늘을 다지고, 생강을 곱게 갈고 간장과 배즙, 설탕을 섞어 부드럽게 저어주자 짙고 윤기 있는 색이 만들어진다.
만들어진 양념장을 선홍빛 고기에 붓고, 조심스레 고기 조각들을 주무른다.
부드럽지만 탄탄한 조직이 손가락 사이에서 미묘하게 눌렸다가 다시 원래의 형태로 돌아온다.
양념이 천천히 스며들며 육질 속으로 스며드는 걸 상상하며 천천히 손놀림을 이어간다.
기다림이 필요하다. 어떤 일이라도 조급해서는 안된다. 성급함은 섬세한 균형을 망친다.
맛이란, 인내와 계산된 조율의 결과물이어야 한다.
숯을 피운다.
타오르는 불꽃이 부드러운 빛을 내뿜으며, 은은한 나무 타는 향이 공기 중에 퍼진다.
이따금 ‘파직’ 하고 터지는 소리가 정적을 가른다.
석쇠를 달구고, 양념에 재운 고기를 올린다.
지글거리는 소리와 함께 방울진 육즙이 숯에 떨어지며 첫 번째 연기가 피어오른다.
뜨거운 불길이 겉을 감싸고 천천히 익어간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안정된다.
고기에서 흘러내린 기름이 숯불 위로 떨어질 때마다 타닥타닥 불꽃이 일어난다.
소리, 향, 온도. 모든 요소가 정확히 조율되어야 한다.
완벽한 조리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하나의 의식(儀式)이다.
겉면이 서서히 익으며 지방층이 녹아내리고, 은근한 단내가 공기 중으로 퍼진다.
집게로 한 조각 집어 살짝 들어 올린다.
겉은 바삭하게 익었고, 속은 여전히 촉촉하다.
한 점을 조심스럽게 입에 넣는다.
조각조각 찢어지는 식감과 혀끝에서 퍼지는 감칠맛, 익숙한 듯 낯선 향이 뒤섞이며 천천히 스며든다.
씹을수록 육즙이 터져 나오고, 깊은 맛이 혀끝을 감싼다.
씹을 때마다 단단했던 근육이 서서히 풀어지며, 불향과 양념이 조화를 이루며 완벽한 균형을 이룬다.
완벽하게 익은 고기를 접시에 담고, 고기 위에 송송 썬 파와 깨를 뿌린다.
섬세한 조화야말로 한식의 묘미라고 들었다.
레드 와인을 한 잔 따른다.
깊은 루비빛이 조명 아래 반짝인다.
고기의 여운을 음미하며, 한 모금 머금는다.
창밖으로 들려오는 빗소리, 숯불이 타는 잔잔한 소리, 그리고 갓 구운 고기의 풍미가 퍼지는 고요한 밤.
요리는 단순한 행위가 아니다.
그것은 본능과 예술, 그리고 절대적인 지배다.
-한니발 렉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