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랜드

좀비나 인간이나...

by 장발그놈

좀비 아포칼립스 시대, 이제 좀비는 공포의 대상이 아니다.

그들은 단지 돈이 되는 상품에 불과했다.


살아있는 인간을 향한 본능은 좀비들을 무한한 노동력으로 바꿔놓았다.

거대한 트레드밀 위에 묶인 좀비들은 눈이 벌겋게 충혈된 채 자신들 앞에 선 감독관을 향해 발버둥치며 달렸다.

감독관들은 좀비들 바로 앞에서 자신들의 가슴을 두드리며 외쳤다.

"더 빨리! 여기 있다! 내 심장, 내 살, 맛보고 싶지 않냐? 이 썩은 것들아!"


철제 보호장비를 입은 감독관은 좀비들 눈앞에서 가슴을 쿵쿵 두드리며 도발했다.

좀비들의 흐릿하지만 탐욕스러운 눈빛이 번쩍이며 이빨을 드러냈다.

쇠사슬이 덜컹거리고, 부패한 손가락들이 허공을 할퀴며 감독관을 향해 달려들려 했다.

그러나 그들은 결코 닿지 못했다.

끝없는 욕망과 좌절감이 섞인 신음이 트레드밀 위에 가득했다.


트레드밀은 광기 어린 속도로 돌아가며 공장의 벽을 울렸다.

그렇게 만들어진 전기는 피처럼 붉은 빛을 내며 도시를 밝히고 있었다.

형광등이 깜빡일 때마다 좀비들의 굶주린 눈빛이 비쳤고, 감독관의 땀이 반짝였다.


감독관의 심장은 미친 듯이 뛰었지만, 그 속에는 두려움 대신 권력의 쾌감이 자리했다.

"그래, 와봐. 잡아먹고 싶으면 더 빨리 달려!"


그는 소리치며 쇠사슬을 던져 더 큰 소음을 내고, 좀비들의 본능을 자극했다.

좀비들은 본능에 따라 뛰어야 했다.

하지만 그들을 지켜보는 인간들의 눈빛 역시 다르지 않았다.

생존을 향한 끝없는 질주. 그저 도망치기 위한 발버둥이거나, 먹히지 않기 위한 몸부림.


좀비들의 부패한 입에서 튀어나온 타액이 바닥을 적시고, 금속 냄새와 썩은 냄새가 공장 내부를 가득 메웠다. 감독관은 철제 방패 너머로 이를 지켜보며 한 번 더 자신의 가슴을 두드렸다.

"여기 있다! 이 맛있는 인간이 여기 있다! 잡아먹고 싶으면 더 빨리 뛰어, 이 썩은 것들아!"


좀비들은 거친 신음과 함께 더욱 격렬하게 움직였고, 그 움직임이 만들어낸 에너지는 도시의 밤을 밝히는 전력으로 변하고 있었다.



한편, 공장의 사무실은 담배 연기와 스트레스로 가득 차 탁한 공기가 무겁게 내려앉아 있었다.

낡아 삐걱거리는 소파는 흘린 커피 자국과 찢어진 천이 너덜거렸다.

먼지로 얼룩진 유리창은 흐릿해 밖을 내다보기도 힘들었고, 형광등마저 깜빡이며 탁한 공간을 겨우 밝히고 있었다.


감독관들은 과로로 축 처진 어깨와 다크서클이 진 눈으로 서로의 피로를 확인하며 침묵 속에 서있었다.

공장주는 그 무거운 정적을 깨는 듯 금이 간 안경 너머로 날카로운 시선을 던지며 서류를 내려다보았다.

그의 굵고 거친 손가락이 책상을 두드릴 때마다 방 안의 공기는 무거워져 갔다.

"어디 보자... A팀, 생산량 110%. 폐기 12기. 괜찮아. B팀, 생산량 95%, 폐기 10기. 그런데 C팀? 생산량이 80%에 폐기 12기라고?"


공장주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C팀 감독관의 멱살을 거칠게 잡았다.

그의 눈빛은 핏발이 서고 이마엔 굵은 핏줄이 드러났다.

C팀 감독관은 숨이 막히는 듯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고, 눈동자가 빠르게 흔들렸다.


"너 이따위로 일할 거야? 방부 처리 된 좀비 한 마리 매입 단가가 얼마인지 아냐?

그 비싼 놈들을 이렇게 허술하게 관리하면 이 발전소가 제대로 유지 될 수 있다고 생각해?

발전소가 멈추면 도시가 끝장나! 아주 작은 비효율도 반복되면 그게 결국 이 시스템을 무너뜨린다고!

난 그걸 막으려고, 살아남으려고 이러는 거야! 정신 차려!

이 시스템이 멈추면 너희 가족, 친구, 이 도시 모두 끝장이야! 내 말을 새겨들어, 무조건!"


그는 천천히 시선을 돌리며 방 안의 모든 감독관들을 쏘아봤다.

"너희도 마찬가지야!

여기서 누가 어떻게 죽든, 아무도 신경 안 써.

사고사로 위장해 좀비 밥으로 던져줄 수도 있어.

그래도 이 발전소가 돌아가면 다들 살아.

생존을 원하면 지금보다 두 배는 더 열심히 해.

여기서 인권 따위 찾지 마. 이건 전쟁이니까!!"


감독관들은 숨죽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얼굴마다 공포와 체념이 스쳤다.

창밖에서는 좀비들의 신음이 더욱 선명하게 들렸다.


공장 바깥에서는 녹슬고 삐걱거리는 트럭이 먼지를 일으키며 멈춰섰다.

쇠사슬 소리가 요란하게 울리며 방부처리된 좀비들이 하나둘 끌려 내려왔다.

그들의 눈은 텅 비어 있었지만, 뼛속 깊이 새겨진 굶주림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좀비들은 무거운 금속 장비에 묶인 채 트레드밀 위로 옮겨졌고, 곧 본능적인 발버둥이 시작되었다.

달리고,

또 달리며 쉼 없는 노동을 반복했다.

그들의 신음은 기계음에 묻혀 사라졌지만, 절망은 고스란히 느껴졌다.


그러나 공장 안에서 땀을 흘리며 일하는 인간들의 표정도 다르지 않았다.

잿빛 피부, 피로에 찌든 눈, 그리고 언제든 '폐기'될지 모른다는 공포에 짓눌린 얼굴들.


손발이 쇠사슬에 묶인 좀비나,

자본의 사슬에 묶여 하루하루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인간이나,

모두 이 거대한 톱니바퀴를 굴리는 부속품에 불과했다.


좀비들의 신음이 공장 벽을 타고 퍼졌고,

트레드밀의 요란한 소음이 그 뒤를 이었다.

생존을 향한 필사적인 몸부림 속에서,

인간과 좀비의 경계는 점점 희미해져만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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