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과 나비
한때,
꽃은 화사하게 피어 있던 시절이 있었다.
햇살을 품고 바람에 흔들리며,
많은 나비들과 벌들이 머물다 가는 그런 시간들.
그러나 지금의 꽃은 생기를 잃어가고 있었다.
잎은 시들었고, 꽃잎은 점점 색을 바래고 있었다.
그때, 한 나비가 날아와 꽃 곁에 앉았다.
조심스레 꽃잎 위에 내려앉은 나비는 부드럽게 속삭였다.
“왜 이렇게 슬퍼 보여? 예전처럼 빛나지 않네.”
꽃은 힘겹게 대답했다.
“나는 이제 더 이상 피어 있을 수 없단다. 떠날 시간이 다가왔어.”
나비는 그저 그 곁에 머물렀다.
꽃이 다시 피어나기를 바라며, 매일 날개로 꽃을 감싸주곤 했다.
시간은 조용히 흘렀고, 꽃은 점점 말라갔다.
그러던 어느 날, 꽃이 마지막 힘을 다해 말했다.
“나비야, 네가 있어줘서... 내 마지막 날들이 외롭지 않았어.
너는 내가 없어도 빛나는 존재야.
내가 떠나도 너무 슬퍼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리고 꽃은 마지막 꽃잎을 떨구며 스러졌다.
나비는 오랫동안 그 자리에 앉아 슬픔에 잠겼다.
하지만 나비에게도 날아가야 할 시간이 찾아왔다.
그가 날아오르기 전, 꽃의 자리에 작은 씨앗 하나가 남아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 씨앗은 작지만 분명한 생명의 기운을 품고 있었다.
나비는 그 씨앗이 언젠가 다시 자라나
새로운 꽃으로 피어나기를 바라며,
천천히 먼 길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