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케이크?

by 장발그놈

일상이 좀처럼 재미없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새로운 재미를 채우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어제 도시락을 안싸준 아내에게 서운했던 일이 떠오른다.

단 한마디로 아내를 약 올리면서 웃게 만들 수는 없을까?

갑자기 머릿속에 떠오른 장난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나왔다.


그때, 여동생에게서 연락이 왔다.


"오빠네 집에 케이크 하나 보낼게. 카카오 선물로 케이크가 너무 많이 들어왔어."


...그래, 이런 건 그냥 넘어갈 수 없지.

단순히 말 한마디로 장난 치려했는데 장난을 도와줄 소품까지 준비가 되어버렸다.

머릿속으로 내일의 계획을 정리하고 잠자리에 들어선다.


다음 날 오후,

아내에게서 연락이 왔다.


“여보... 케이크가 왔는데... 먹고싶어서 주문한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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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현듯 배달된 케이크에 놀란 눈치였다.

나는 태연하게 전화를 걸었다.


“어제 웹서핑하다가 봤는데 갑자기 너무 먹고 싶더라고.”


아내는 아직 내가 우울감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게 아닐까 싶었던 모양이다.

나는 아무 일 아니라고 웃으며 안심시켰다.

걱정하는 아내에게 미안하기는 하지만,

이미 다 짜놓은 계획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저녁 식사 후,

온 가족이 케이크 앞에 모였다.

집에 있는 생일용 안경을 모두에게 쓰게하고,

초에 불까지 붙이는 걸 보며 아이들이 궁금해했다.


“누구 생일도 아닌데, 이거 무슨 케이크에요?”

"이게 무슨 케이크냐고? 이건... 잠시만,"


나는 목을 가다듬고 노래를 불렀다.


“음, 음... 방학 축하합니다~ 방학 축하합니다~”


아이들은 꺄르르 웃었지만,

아내는 조용히 나를 바라봤다.

아내는 입이 아닌 표정으로 나에게 말했다.


‘이걸 지금 죽여? 말아?’


역시 장난은,

목숨 걸고 진심으로 해야 제맛이다.

아직 이런 장난이 즐겁다는건,

내가 살아있다는 증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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