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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엠디 Jun 13. 2024

팀장님, 저 퇴사합니다.

9년차 지독하게 일하던 워커홀릭, 난데없이 퇴사를 말하다. 

2024.02.29

삼일절 연휴를 앞둔 목요일.

빨간날을 앞둔 직장인 분들은 공감하실 겁니다. 

눈코뜰 새 없이 바빴던 하루, 어느덧 퇴근시간을 훌쩍 넘겨 오후 7시가 가까워진 시간이었습니다.


" 저,, 팀장님. 혹시 면담 가능하실까요?"

" 왜, 너 , 지금? 무슨 일인데."

팀장님께서 불안해하는 눈빛으로 말씀하셨습니다. 

참고로 팀장님은 현역 시절 저의 오랜 사수셨고, 워킹맘이시면서 일까지 완벽하게 소화해내시는 프로페셔널한 커리어우먼으로 팀장님이기 이전에 무슨 일이든 마음 터놓고 말씀드릴 수 있는 정말 믿고 의지하는 회사 선배셨습니다.



회의실에 들어가서 심호흡을 하고 말씀 드렸습니다.


" 팀장님...저 퇴사해야 할 거 같아요."

말을 끝내기도 전에 굵은 눈물 방울이 뚝, 하고 떨어질 것 같았습니다. 



자의가 아닌 타의로 결정된 퇴사 

저도 압니다. 이렇게 말하는 게 얼마나 비겁한지요.

저는 주위 사람들의 눈치를 많이 보던 성격이었고, 그래서 여느 사람들과 다르지 않게

수동형으로 말하기를 좋아했던 것 같기도 합니다. 면피가 되는 느낌이랄까요, 당당하지 못하지요. 

퇴사처럼 중요한 일을, 그것도 정말 20대를 십년가까이 갈아넣고 쏟아부었던 나의 커리어 앞에 이렇게 쉽게 

다른 사람의 핑계를 댈 수 있는걸까? 싶더라고요.


24살에 입사해서 9년차, 32살 만으로 31살.

회사는 어느덧 대학교보다도 오래 다닌 곳이 되어있었습니다.

유통업 MD로 일하면서 일은 고되었지만 많은 성취를 누렸고, 좋은 동료들 선배들 후배들과 함께할 수 있었습니다. 일을 그만둔다는 건 관뚜껑 덮이기 전에나 할 줄 알았는데, 난데없는 퇴사라니? 

저도 도무지 믿기지가 않았습니다. 


거실에 붙여놓은 미국지도 



결혼한 지 겨우 일년 반인 신혼, 남편은 회사에서 보내주는 2년짜리 미국 MBA 프로그램 대상자로 선정되었습니다. 저는 2024년 인생의 갈림길에서, 새로운 변곡점을 맞이하게 됩니다.


"여보...나 회사에서 MBA 되었어요." 누구보다 축하해주어야 할 와이프에게 눈치를 보며 밤에 진지하게 얘기하던 남편의 목소리가 아직도 생생합니다. 축하한다고 말하면서도 착잡해질 저를 알고 있어서였겠지요. 

저는 회사를 다니면서 성과에 대한 압박과 약간의 매너리즘은 있었지만 별 탈 없이 잔잔하고 무사히 성실하게 회사생활을 지속해오고 있고, 또 결혼이라는 큰 산도 넘었는데 갑자기 남편의 MBA라뇨? 2년간의 기러기 생활, 짧으면 짧다고 할 수 있겠으나 겨우 신혼 1년차인 저에게는 버겁게만 느껴졌습니다.



갑자기 잠에서 깨어난 것처럼 직장생활을 돌아보며


이 고민은 저를 잠에서 갑자기 깨운 것이나 다름없더라고요. 

남편과의 2년 기러기 생활을 견디며 한국에서 홀로 지금처럼 생활 하느냐,

또는 지금까지 쌓은 커리어와 한국에서의 삶을 잠시 뒤로 한 채 또 다른 새로운 모험의 2년을 맞이하느냐.


안정적인 직장과 친구들, 가족들과 행복한 한국 생활을 뒤로한 채 

모든 것을 떠나버리고 훌쩍 미국으로 떠날 수 있을까? 라고 생각을 해보면, 무조건 기러기해야지! 라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

하지만 문득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지금까지 안정된 상황 속에서 타성에 젖어 살아오지는 않았는가-?

평범한 회사원으로서, 막상 ** 회사 누구라는 직함을 떼고 봤을때 , 저 개인의 역량과 경쟁력은 얼마나 될 것인가?갑자기 새로운 선택지들이 생기니, 나태했던 저의 지난날들을 반성하고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오히려 대입, 취업시기는 정말 치열하게 살았던 것 같은데

어느순간 월급에 중독되어 퇴근하면 그저 쉴 궁리, 놀 궁리만 하지는 않았는지 뭐 그런... .

미국을 가게 되면 분명히 낯선 환경에서 적응하며 저도 인간적으로 좀 더 성장할 수도 있고 넓은 시야를 가질 수 있지 않을까? 변화를 추구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결심하게 됩니다. 인생에서 2년간의 쉼표를 선택했습니다.

저, 하루 아침에 백수가 되었습니다. 


어쩌면 내 인생에도 쉼표가 필요하진 않았던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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