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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준영 Jul 21. 2023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침묵의 시간 


"제가 사람이 되어 살아갈 수 있었던 것은 제힘으로 스스로를 보살필 수 있어서가 아니라 지나가던 사람과 그의 아내가 사랑과 온정을 베풀어주었기 때문입니다. 부모를 잃은 그 아이들이 살 수 있었던 것은 스스로를 보살필 수 있어서가 아니라 이웃집에 사는 한 여인이 따뜻한 마음으로 아이들을 가엾이 여기고 사랑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렇듯 사람은 누구나 자신에 대한 걱정과 보살핌으로 사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에 있는 사랑으로 사는 것입니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중에서

2020 새해가 밝자마자 배낭을 꾸리고 3주간 히말라야 산맥이 있는 네팔에 다녀왔다. 여행의 목적지를 그곳으로 정한 이유는 몇 년 전부터 머릿속에 있던 이미지들을 직접 보고, 카메라에 담고 싶어서였다. 몇 년 전 [베율을 찾아서]라는 다큐에서 나왔던 무스탕이라는 곳에서 보여줬던 끝없는 황량함 그리고 네팔인들의 신성한 산 마차푸차레의 모습, 마지막으로 석가가 탄생한 룸비니 등 짧으면 짧고 길면 길 이 여정에서 나는 어떤 것을 보고, 느끼고, 채워올까? 정확한 여행 일정표는 짜지 않았지만 큰 그림의 계획은 있었다.      


첫 번째 – 무스탕     

후지와라 신야의 동양 기행에서 나온 문구에 "살면서 누구에게나 빙점은 반드시 찾아온다.”라는 말처럼 나는 온갖 의미 부여를 하며 무스탕에 가고 싶었다. 8~9년 전 내 인생 첫 여행지였던 인도의 라다크 지방의 강렬한 기억 덕분에 회색빛 삭막한 도시 속에서 그간 참아왔던 서러움과 병들었던 마음을 내려놓고 황량함의 끝에서 목 놓아 울고 싶은 충동적 감정이 찾아온 것이다. 

살면서 마지막으로 울었던 게 언제였는지 기억하지 못할 만큼 사회 속에서 나는 단련되었고, 참아왔다. 아프면 비명을 지르는 게 인지상정인데 너무 참아서 나중에 아픈지도 모르는 지경이 되었다.      

한국 사회, 특히 남자 집단, 에서는 우는 것이 금기시 되어있다. 그래서 나는 아무도 알지 못 하는 그곳에서 이제야 우는 연습을 하기로 생각했다. 

두 번째 – 안나푸르나      

서울 속의 시골을 찾아 이사 온 게 지금 북한산 자락 밑에 있는 평창동이다. 그러나 이곳에서 약 1년 반을 살면서 집 앞에 있는 북한산이나, 집 뒤에 있는 북악산을 등산한 게 채 5번도 안 될 정도로 산과의 조우는 거의 없었다. 마치 섬 과같이 고립된 이곳의 삶 속에서 정작 중요한 나와의 대화를 하지 못하였기에, 적당히 육체를 괴롭히며 끊임없이 고민하고, 생각하고 싶었다. 

안나푸르나를 트레킹하면서 며칠간 꽁꽁 숨겨두었던 나 자신과의 대화를 기대했다. 어설프게 깨달았느니, 채웠느니와 같은 얕은 자위는 기대하지 않고 좀 더 내면에서 나오는 무언가가 나오기를 기대했다. 

세 번째파슈파니트     

우리의 눈으로 바라보기에 이상한 힌두문화의 삶과 죽음에 대한 태도 등 알면 알수록 그 오묘한 매력에 빠져들고 있다. 질서가 없는 듯 하지만 그 속에는 질서가 있고, 움직임이 있지만 그 자체에 고요함이 있는 채근담에 나오는 정중동의 자세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문화, 그 중에서 가장 핵심인 ‘죽음’이라는 정서를 받아들이는 그 사람들을 통해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지’가 아닌 ‘어떻게 죽을 것인지’에 대해 한 번쯤 진지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네 번째마음     

욕심이 컸던 것일까? 아니면 전생의 업보가 많았던 것일까? 내 목에 걸려있던 3.5킬로그램의 필름 카메라는 거대한 쇠사슬이 되어 나를 옥죄었고, 기상이변으로 인한 비와 눈 때문에 청명하고 맑은 하늘 아래의 무스탕이라든지 마차푸차레의 모습은 담아오지도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무스탕 가는 그 고갯길은 눈으로 뒤덮였고 그곳을 탈출하는 과정에서 바이크를 넘어뜨려 왼쪽 손목에 금이 갔으며, 그 후 찾아간 안나푸르나에서는 눈사태로 인한 생사의 갈림길을 경험하였다. 

고작 한낱 여행일 뿐 어떤 의미 부여도 하지 않을 거라 다짐하고 떠났거늘, 정신적 휴양도, 육체의 안락함도 느끼지 못하고 결국 또 진지하고 진부한 디카프리오 주연의 영화 [레버넌트] 식의 서바이벌 여행이 되어버렸다.      


 결국 사람의 인생은 욕심대로 되지 않으며, 하나의 작은 점들의 연결로 가느다란 선이 만들어지는 듯 그렇게 삶을 그리고 있다. 인간은 나약한 존재라 어느 상황에서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게 되며 또 우연치 않게 만난 사람으로 인해 가냘픈 생명은 연장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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