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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맛나장단 Sep 01. 2021

성장을 위한 이직 vs 전환을 위한 이직

정말 신나게 일한 회사인데, 어느 날부터인가 출근 시간이 다가오는 게 부담스러워졌어요. 그러다 몸이 아프기 시작하는 거예요. 심리적인 부담감으로 몸까지 반응하자 퇴사를 결심하게 되었죠. 뜨겁게 사랑했지만, 헤어질 시간이 되었다고. 이후 그동안 하고 싶었지만 미뤄두었던 일들을 찾아 했어요. 지치지 않고 할 수 있는 일들을 중심으로. 그러다 에어비앤비에서 함께 일했던 동료들과 함께 자아성장 큐레이션 플랫폼 밑미를 창업하게 되었죠. 서로가 나답게 사는 방법에 대한 갈증이 있었거든요. 

 :  밑미 공동창업자 김은지


이직 혹은 퇴사에 대한 니즈를 살펴보면 성장과 전환으로 상황을 구분해 볼 수 있다. 커리어의 성장을 이룰 수 있는 제안을 받아 이직하면 한 계단씩 목표를 이뤄가는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일에 대한 부정적 전망과 상황적 한계로 인해 전환이 필요한 상황에 놓일 수도 있다. 성장을 위한 이직과 달리 전환을 위한 이직 혹은 퇴사는 순간적인 감정에 휘둘리지 않도록 신중한 고민과 전반적인 상황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성장과 전환은 방향이 다른 선택인 만큼 각 상황에 맞는 유의 사항을 확인해 보기로 한다. 


전환을 위한 이직


이직을 원하는 이유를 확인해 보자

이직을 고민하게 하는 주요한 원인을 크게 나눠보면 일 자체와 관계로 정리할 수 있다. 일 자체가 심리적, 경제적 만족을 주지 못한다면 일을 지속하기 어렵다. 하지만 일 자체에 대한 만족감은 갖고 있지만 관계 혹은 기업문화에 대한 부조화로 일을 지속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이는 개인의 성향과 일의 특성과도 관련된 부분이다. 일을 선택하는 데 있어서 업무 환경과 관계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경우는 일이 놓여있는 환경이 무엇보다 일의 지속성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나 역시 '무슨 일'을 하느냐 못지않게 '누구와 함께' 하느냐가 중요한 사람이라서 일의 특성이나 조건 못지않게 관계성이 일의 지속성을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한다. 여기에 더해 나의 일이 자격증 혹은 전문 기술에 기반한 것이라면 이직 결정이 상대적으로 가벼울 수 있다. 조직 내의 관계, 문화적 환경으로 인해 이직을 원하는 경우라면 내가 불편해하는 요소를 정확히 진단한 후 이를 극복할 수 있는 환경을 선택해야 한다. 하지만, 여기에서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은 어떤 조직도 문제가 없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조직생활을 위해 기본적으로 참아내야 하는 부분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한 후 나의 관계 감수성의 척도에 따라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선택을 하는 것이 좋다. 큰 조직이 주는 조직의 복잡도와 관계성에 피로감을 크게 느끼는 이라면 작은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작은 조직에서 일하는 것도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일의 속성 또는 전망이 나에게 맞지 않는다고 생각되는 경우라면 조금 더 나의 일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내가 진단한 원인에 따라 커리어 전환이 필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한 후 광고회사에서 10년을 일한 K는 본인이 조직에서 일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크리에이티브의 영역은 대중의 기회를 재빨리 읽고 이를 일에 반영해야 하는데 10여 년의 시간을 하고 보니 극복할 수 없는 피로감을 느끼게 된 것이다. 그런 그가 새로운 커리어를 준비하면서 정한 기준은 두 가지였다. 


1. 작더라도 언젠가는 내가 주인이 되어 일할 수 있는 일

2. 인공지능 기술이 고도화되더라도 인간 고유의 영역으로 남을 수 있는 일

3. 내가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


이러한 기준으로 그는 오랜 시간 스스로가 스킨케어에 남다른 관심과 애정을 가져왔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다. 1) 스킨케어에 대한 경험이 쌓이면 언젠가는 나만의 샵을 열 수 있고 2) 사람의 손으로 이루어지는 일이라 인공지능에 의해 대체될 수 없고 3) 피부에 대한 남다른 관심을 가져왔기 때문에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이러한 계획 아래 관련 자격증을 따서 피부관리숍 직원으로 취업해 수련의 시간을 갖은 후 현재는 단독 샵을 운영하고 있다. 그의 샵은 여느 프랜차이즈 샵과 달리 스킨케어에 대한 그의 철학과 관심을 담고 있고, 그러한 그의 안목과 역량을 신뢰하는 고객들의 지지로 날마다 성장하고 있다.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시도해 보자

심리적 만족감뿐 아니라 경제적 만족감까지 주는 '나의 일을 만난다'는 건 소수만이 누릴 수 있는 행운일 수 있다. 오랜 시간 준비의 시간이 쌓여야 만날 수 있는 것이라 당장은 내 것이 아닐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인내의 시간을 쌓아가는 것도 나의 일을 만나는 방법일 수 있다. 내가 일에서 느끼는 불만족의 원인이 무엇인지 정의하고,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시도해 보자. 일 자체에서 느끼는 만족도가 낮다면 이직을 하지 않고도 업무를 변경할 수 있는지 확인해보자. 팀원과의 갈등이 문제라면 부서 이동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지 확인해보자. 주어진 상황을 받아들이는 나만의 내공이 부족하다면 마음 그릇을 키우는 훈련을 해보도록 하자. 


J는 첫 만남에서도 신뢰가 느껴지는 이였다. 사회적 가치에 대한 남다른 관심, 주어진 환경에 최선을 다하는 열심, 조금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 싶은 열망. 그런 그가 선택한 직장은 공공기관이었다. 대학 시절 스타트업에서 인턴으로 일한 경험도 있고, 국제기구에서도 일했던 그 였지만 공공기관이 갖고 있는 경직성과 업무 효율과 상관없이 이루어지는 비효율은 견디기 어려운 고통을 안겨주었다. 일상이 주는 고통을 극복하는 방법은 이직뿐이라는 생각에 열심히 이직을 준비해 보았지만, 그가 원하는 기업에서는 그를 원하지 않는 엇박자의 결과만을 얻게 되었다. 그러다가 부서이동의 기회를 잡게 되었다. 새롭게 만난 팀은 그가 갖고 있던 불만을 순식간에 해결해 주었다. 새로운 팀은 비교적 업무 내용이 분명했고, 팀원들도 주어진 업무를 해결하려는 열정으로 똘똘 뭉쳐있었다. 공공기관은 속성상 공익의 실현을 돕는 조직이다. 그가 갖고 있는 남다른 사명감은 공공기관의 특성에 잘 맞는 편이다. 사실 그가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과정에서 고배를 마셔야 했던 부분은 역설적이게도 공익적 특성이었다. 스스로 수익을 만들어 지속가능성을 만들어야 하는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그의 남다른 사명감이 부담스럽게 느껴졌던 것이다. 부서 이동 이후 그는 1년 여가 넘게 해오던 고민을 말끔히 씻어내고 하루하루 즐거운 일상을 맞이하고 있다.


잦은 이직이 반복되고 있다면 견디는 것도 방법이다

이력서를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이들이 있다. 이력의 맥락을 통해 그가 일의 현장에서 쌓아온 내공과 맥락이 느껴지는 경우다. 반대로 10년 이상 한 직장에서 일한 이의 이력을 살펴보다 보면 새로운 조직에서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스러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M는 처음 들어간 직장에서 15년 동안 개발자로 일해왔다. 이력서상으로는 한 번의 이동이 있었지만 지주회사의 자회사로 이동한 경우라 실질에는 변화가 없었지만 소속만 변화된 경우였다. 한 직장에서 머무는 동안 꾸준히 성장해 왔다면 상관없지만 문제는 조직이 주는 안정감에 취해 성장판을 자극하지 못한 채 시간이 흘렀다는 사실이다. 개발 언어는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중견기업에서 일하다 보니 시대의 흐름을 따라갈 기회를 놓쳐버린 것이다. M의 경우와 달리 K는 같은 회사에서 20년째 개발자로 일하고 있지만 끊임없이 역할을 리셋하며 조직의 성장에 기여하려 애써온 덕분에 임원의 자리에 오를 수 있게 되었다. 


짧은 기간을 주기로 이직을 반복했다면 이를 바라보는 타인의 시선은 긍정적일 수 없다. 조직의 입장에서는 언제든 떠날 수 있는 사람, 신뢰하기 어려운 사람이라는 판단을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유를 막론하고 2년 이내 2번 이상의 이직자는 무조건 서류 탈락이라는 기준을 정해둔 기업도 있다. 이직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나름의 이유가 있겠지만 잦은 이직은 부정적인 인상을 줄 수밖에 없다. 특히 20대의 이직은 조직생활 부적응 또는 나의 일을 찾아가는 과정에서의 방황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경우가 많다. 20대의 조직 부적응은 개인의 문제 못지않게 우리의 교육 시스템이 갖고 있는 한계를 반영하고 있다. 학교를 졸업하기 전까지는 '경쟁'을 생존전략으로 삼아 살아오다가 직장생활을 시작하며 '협력'이라는 이제껏 과는 다른 DNA를 요구하는 상황에 놓이기 때문이다. 크래프톤의 공동창업자 장병규 의장은 창업가로 살아온 20년 동안 수많은 개발자를 채용하고 만나 오면서 '하드 스킬은 지속적으로 진화해 왔지만, 소프트 스킬은 쇠퇴한 것 같다'는 의견을 건네기도 했다. 개인이 갖고 있는 프로그래밍 역량과 같은 하드 스킬에만 집중하다 보니, 일의 현장에서 팀과 함께 더 큰 결과를 만들어내는 협업능력 커뮤니케이션 역량, 일에 대한 태도 등으로 구성되는 소프트 스킬을 소홀히 여기게 된 것이다. 직장은 혼자서 잘하면 되는 학교와는 전혀 다른 역량들을 요구한다. 따라서, 조직이 주는 이물감을 내 것으로 익혀내기 위해서는 시간과 인내라는 투자가 필요하다. 첫 직장을 선택했다면 '조직생활에 적응하는 법'을 익히는 목적에서라도 최소 1년은 버텨보길 바란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모두 보내고 나서도 심리적 안정감을 얻기 어려운 경우라면 그 원인을 파악해 다른 방법을 찾아보자. 다만, 새로운 길을 선택할 때는 부적응, 불만족의 이유를 파악해 더 나은 선택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어렸을 때부터 글쓰기를 좋아해 잡지사와 콘텐츠 기업에서 에디터로 일하다가 6개월 동안 국비 교육기관에서 디자인 공부를 한 후 브리즘이라는 스타트업에 콘텐츠 마케터로 이직한 양혜은의 사례는 짧은 근무 경력을 '자아탐색'의 시간으로 설명한 성공적인 이직 사례에 해당한다.


성급한 이직은 또 다른 상처의 씨앗이 될 수 있다

현재의 상황이 주는 괴로움이 크다면 하루라도 빨리 탈출하고 싶은 마음에 성급한 결정을 내리기 쉽다. 하지만, 성장을 위한 이직보다 쉼표를 위한 이직인 경우가 더 충분한 검토와 준비가 필요하다. 물론, 고통이 너무 심해 건강에까지 영향을 주고 있다면 결정을 미루기 어려울 수 있다. 쉼표가 필요한 경우 나타나는 일반적인 증상들이 있는데, 의욕상실과 수면장애, 원인이 확인되지 않는 만성두통과 몸살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심리적인 영향에 민감한 이들은 심리적인 상태가 신체상태로 연결되는 속도와 파급력이 크다. 이런 경우 조직의 상황이 허락된다면 이직보다는 무급 휴직 등의 대안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대학 졸업 후 IT 대기업을 거쳐 글로벌 MBA 경력까지 갖고 있는 A는 누구나 함께 일하고 싶어 하는 IT 인재다. 그는 재무 자료를 통해 사업 기회를 뽑아내는 능력뿐 아니라 IT 플랫폼의 특성도 파악해 빠른 실행으로 연결시켜내는 능력까지 갖고 있었다. 게다가 영어와 중국어 실력까지 갖춰 글로벌 기업, IT 대기업, 스타트업까지 지인 네트워크와 이력서 플랫폼을 통해 끊임없이 러브콜이 들어왔다. 지속적인 러브콜을 받는 상황이다 보니 그는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도 컸다. 궁극적으로는 성공하는 창업가로 살아가고 싶은 목표를 갖고 있었지만 당장 창업할만한 아이템과 팀이 없는 상황이라 대기업보다는 성공 가능성 있는 스타트업에 대한 관심이 컸다. 그렇게 1년 내에 뚜렷한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에 스타트업을 선택했지만 그가 마주하게 된 스타트업의 현실은 쉽지 않았다. 하루빨리 벗어나야겠다는 생각만으로 급히 이직을 선택하게 되었는데 이 역시 또 다른 상처를 남기게 되었다. 몇 번의 시행착오가 쌓이다 보니 이제는 일에 대한 자신감마저도 애써 붙잡아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몇 번의 시행착오가 쌓이다 보면 스스로에 대한 판단능력이 약해지는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 놓이게 되면 지인을 통해 위로와 공감을 얻을 수는 있지만, 객관적인 판단을 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이런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면 지금 이 순간에만 충실하면서 판단을 잠시 보류해 두거나, 제삼자의 도움을 받을 필요가 있다. 주관적인 판단보다는 객관적인 기준에 의한 판단이 더 유용하기 때문이다. 심리치료가 필요한 경우라면 전문 상담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필요하다. 


감당해야 하는 심리적, 경제적 부담을 미리 계산하자

이직이나 퇴사는 직업인으로 살아가는 이들에게 생계와 일상의 행복을 좌우하는 중요한 사건이다. 따라서 이를 감정적으로 대하기보다는 결정으로 인해 감당해야 할 현실적인 부담을 미리 계산하고, 살펴보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일이 갖고 있는 속성이 맞지 않거나, 전망이 밝지 않아 직업을 전환해야 한다면 어떤 가능성이 있는지 살펴보고, 대안을 준비하는데 필요한 시간과 비용도 계산해 보아야 한다. 


작가를 꿈꾸던 K는 6년 동안 직장에서 홍보 담당자로 일하면서 총 5천만 원의 목돈을 마련했다. 앞으로 2년 동안은 직장생활을 하지 않고 작가로 직업을 전환하는데 필요한 준비를 해볼 계획이다. 우선 2년 동안 생활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 지방으로 집을 옮기기로 했다. 오래된 23평 아파트이지만 지금 갖고 있는 보증금 4000만 원으로 얻을 수 있었다. 월 10만 원가량의 관리비가 들지만 동네를 살펴보니 식료품 비용도 저렴해서 월 100만 원이면 생활이 가능했다. 평소 알고 지내던 지인의 소개로 지역의 독립 책방에서 파트타임 일자리도 구했고, 직장생활을 하면서 알게 된 몇 개 기업으로부터 비정기적이지만 일을 받아 처리해 주기로 했다. 소득이 줄었지만 생활비가 줄어 2년 동안은 충분히 커리어 전환을 하는데 집중할 수 있다. K가 이러한 과감한 결정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별도의 대출이 없었기 때문이다. K와 함께 커리어 전환을 준비했던 친구 L은 퇴사를 하게 되는 경우 기존 대출금에 대한 연장이 어려운 상황이라 결국에는 도전을 포기해야 했다. 


성장을 위한 이직 


현직에서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지 먼저 확인하자

플랫폼 경제의 폭발적인 성장과 함께 인재 채용 전쟁이 한창이다. 쿠팡은 내부 채용 담당자만 100명 넘게 두고 전방위적인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자금력이 부족한 스타트업은 채용 후 이탈을 감수하더라도 신속한 채용으로 구인난을 해결하는 전략을 취하기도 한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기업들과 달리 유능한 인재들은 다양한 경로로 이직 제안을 받고 있다. 잦은 이직은 성장과 신뢰를 방해하는 요소이기 때문에 자제할 필요가 있지만, 이직을 제안받고 응하는 과정은 스스로에 대한 객관적 평가를 해보고, 내부적으로도 본인의 역량을 증명하는 기회로 활용해 볼 수 있다. 


K는 인터넷 은행이 승인되면서 금융권에 디지털 혁명이 일어날 거라고 생각했다. 인터넷 은행은 기존 금융권이 갖고 있는 제도적 결함을 뛰어넘을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다. 비대면으로 업무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오프라인 매장 중심의 시중 은행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효율적인 비용 구조를 갖고 있다. 오프라인 업무에서 시작해 외주 업체의 도움으로 디지털 시스템을 갖춰온 시중 은행과 달리 시작부터 디지털 환경을 구축한 인터넷은행은 서비스의 성장 속도도 빠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시작 단계에서 은행권 인력에 대한 신규 채용이 많을 것이기 때문에 이를 기다려 신규 승인을 얻은 인터넷은행으로 이직했다. 인터넷 은행으로 이직해 5년을 일하고 보니 인터넷 은행뿐 아니라 커머스 플랫폼들도 자체 패이 서비스를 구출하고 발전시켜 가는 등 핀테크 서비스 영역이 점점 확대되어 간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되었다. 시장의 확대가 가속화되어가자 그에게는 끊이지 않는 이직 제안이 들어왔다. 그는 커머스 플랫폼에서 패이 서비스를 경험해보고 싶다는 판단에 이직 제안에 응하기로 했다. 이직 절차를 밟는 과정에서 스스로가 느껴왔던 것보다 자신이 쌓아온 역량에 대한 시장의 니즈가 크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고, 이는 고스란히 이직 제안 조건에 담겨 그에게 전달되었다. 이직 제안에 응하기로 한 그는 회사에 이직 확정 사실을 알렸다. 그의 이직 소식을 접한 회사는 그가 이직 제안을 철회할 수밖에 없는 조건을 제안했다. 직무를 조정해 그가 이직을 하지 않고도 원하던 업무를 시도해 볼 수 있도록 해주었을 뿐 아니라 연봉 상승에 스탁 옵션까지 추가로 얻을 수 있었다. 결국, 그는 이직 의사를 철회하고 충분한 동기부여를 바탕으로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성장의 목표와 방향에 맞는 선택을 하자

산업 분야와 직무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20대의 일은 '일하는 것'에 대한 적응이 목표라고 할 수 있다. 20대는 '일'을 익히고, 평가받는 과정을 통해 스스로 일에 대한 철학과 기준을 얻게 된다. 하지만 30대의 일은 성격과 목표가 달라진다. 30대에 이르게 되면 전문 분야가 정해지고, 체력과 열정을 다해 성과를 내고 실력을 인정받는 단계에 이르게 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실력도 쌓이고, 평판도 얻게 된다. 30대에 이르게 되면 40대 이후의 커리어를 계획하며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조직에서 성장하는 삶을 원하는지, 독립해서 나만의 일을 하며 살아갈 모습을 원하는지에 따라 준비가 필요한 단계이다. 물론, 일을 줄이고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선택을 하는 것도 좋다. 40대 파이어를 목표로 지출을 줄이고 독립에 필요한 자금을 모아 원하는 일을 원하는 만큼 하며 살아가는 삶도 가능하다. 만약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는 것이 어려운 상황이라면, 다음번 이직을 통해 얻고 싶은 것을 선명하게 정해 실행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일 수 있다. 


대기업에서 8년을 일한 S는 10년 후에는 나만의 사업을 해보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었다. 10년 후 창업을 준비하기 위해 그가 그려본 커리어 로드맵은 아래와 같았다. 언젠가 나만의 일을 창업해 보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지만, 아직 아이템도 팀도, 자본도 충분하지 않은 그가 선택한 창업 준비 방법은 창업과 유사한 환경으로 이직하는 것이었다. 스타트업으로 이직해 창업 기업의 성장과정을 실무자 단계에서 경험한 후 경영진으로 성장해 경험하게 되면, 시간과 경험을 내 편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물론, 이는 계획일 뿐이고 시간이 흐르다 보면 계획이 바뀔 수 있다. 세상은 예측과는 달리 돌아가고, 우리는 빗나간 예측의 빈자리를 메우며 전진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정도의 방향성을 그려두지 않는다면 첫 발을 내딛기 어렵다. 새로운 시작을 결심했다면, 그 결심이 사라지기 전에 나의 커리어 로드맵을 선명하게 그려보자. 그리고 시작 버튼을 눌러보자. 


스스로를 충분히 드러내고 맞춰보는 기회를 갖자

대기업은 속성상 개인의 니즈를 기업이 맞춰줄 수 없다. 시스템으로 움직이지 않으면 효율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스타트업도 어느 정도 성장하게 되면 규칙을 정하고 시스템을 정해 운영한다. 비효율은 곧 기업에게 비용이기 때문이다. 시스템과 문화를 만들어가는 과정에 있는 스타트업은 새로운 팀원을 맞을 때마다 충분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곤 한다. 스타트업에서는 사람이 최고의 자산이자 성장동력이기 때문이다. 카드매출 관리 서비스 캐시 노트를 서비스하는 한국 신용데이터는 채용 과정을 진행할 때 지원자 모두가 프로젝트 과정을 거치도록 하고 있다. 잘못된 만남으로 인해 감당해야 할 위험을 낮추고 채용 후 적응과정을 줄이기 위한 목적에서다. 한국 신용데이터는 프로젝트 수행과정을 섬세하게 설계해 지원자가 일방적인 평가를 받는다는 느낌이 들지 않도록 하고 있다. 프로젝트 수행을 통해 스스로가 회사의 업무 스타일을 이해하고, 비전을 공유하고, 합류 후 적응 여부를 판단해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본인 스스로에 대해서도 발견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프로젝트 수행을 위해 사용한 시간과 노력에 대한 보상을 지급하는 것은 물론이다. 한국 신용데이터의 프로젝트 기반 채용 과정은 지원자 풀을 한정하는 한계가 있지만, 신중한 채용을 통해 '최고의 복지는 뛰어난 동료'라는 사실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모든 기업이 한국 신용데이터처럼 충분한 탐색 기회를 제공하고 있지 않을 수 있다. 그러한 경우라도 채용 절차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추가 미팅을 제안하고 탐색하는 기회를 마련해 볼 필요가 있다. 함께 일하는 동료들을 만나보고, 일의 현장을 미리 경험해보는 것도 좋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의 현장에서는 예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벌어질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을 통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음은 물론이다. 


더불어, 예상치 못했던 좋은 기회를 효과적으로 얻을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신뢰할만한 지인을 통해 추천을 받는 것이다.  최고의 PR 방법은 타인을 통한 소개이고, 함께 일한 동료의 추천은 더할 나위 없이 효과적인 PR 방법이기 때문이다. 나는 함께 일한 경험이 있는 동료들이 더 좋은 커리어를 통해 성장할 수 있도록 공개 추천글을 작성하기도 한다.  나와 함께 일하는 시간을 통해 교육 서비스 운영자에서 교육 서비스 기획자로 커리어를 전환한 김수정의 경우는 아래 추천 글을 통해 로켓 성장하고 있는 교육 서비스 기업의 기획자로 이직하게 되었다. 

좋은 우연은 일을 하며 맺게 된 인연을 통해 다가온다. 내가 지금 함께 일하고 있는 사람들의 성장과 성공을 위해 조금 더 세심한 배려를 해보자. 그렇게 내가 쏟은 관심과 정성이 결국 나에게 돌아오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될 테니. 

 

경력 전환이 필요한 경우라면 충분한 준비 시간을 갖자

디지털 전환이 산업의 전 분야로 확장되면서 디지털 커리어로 전환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공학을 전공하지 않은 이들도 코딩을 공부해 개발자로 커리어를 전환하거나 디자인 전공자가 아닌 경우라도 UX&UI 디자이너로 커리어를 전환하는 사례도 많아지고 있다. 


고의성은 관광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호텔에서 첫 커리어를 시작한 후 플레이팅이라는 푸드 스타트업으로 이직했다. 그는 고등학교 시절 우리 회사에서 운영한 청소년 기업가정신 교육 서비스를 수강했던 경험이 있었다. 창업가를 꿈꾸던 그에게 스타트업은 창업가로 다가가기 위한 방법이었다. 푸드 스타트업에서 서비스 운영자로 일하던 그는 '창업가'라는 꿈을 효과적으로 이루기 위해 '개발자'가 되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  그는 개발자로 커리어를 전환하기 위해 코딩 교육 기관 코드 스쿼드에서 미친 듯이 코딩 공부에 몰입했다. 


공학을 공부한 적이 없는 그에게 코딩은 외계어와 같았다. 하지만, 그는 주위 사람들의 부정적인 평가를 하나씩 깨 가며 코딩 공부를 하면서 플레이팅의 개발자들을 도왔다. 그렇게 일과 학습을 병행하다 보니 조금씩 자신감을 얻게 되어 Pison contents에서 개발자로서의 커리어를 시작하게 되었다. 이후 그는 몇 개의 작은 스타트업과 뱅크샐러드를 거쳐 토스에서 개발자로 일하고 있다. 공학적 지식을 갖고 있다면 개발자로의 커리어 전환은 훨씬 더 쉬울 수 있지만, 비전공자인 경우라도 다양한 경로를 통해 개발자로 커리어를 전환하는 경우도 많다. 공학 전공자라면 소프트웨어 사관학교 스타트업 정글 프로그램을 추천하고 싶다. 소프트웨어 개발자로의 커리어 전환은 물론, 신뢰할만한 스타트업 현업자들과의 네트워크는 물론 전직 지원까지 얻을 수 있다.

https://swjungle.net/

비전공 개발자의 경우라면 정부 기관에서 운영하는 이노베이션 아카데미나 

 삼성전자에서 사회공헌사업으로 운영하는 소프트웨어 아카데미에 지원해 충분한 시간을 갖고 커리어 전환을 준비해 보는 것도 좋다. 

이 같은 프로그램은 선발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커리어 전환을 위해 수강료를 투자할 수 있다면, 코딩 부트캠프에 참여해 집중적인 학습의 기회를 갖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부트캠프는 학습 비용이 크기 때문에 무료로 제공되는 생활코딩이나 저렴한  온라인 강의를 통한 학습과 스터디를 선택해도 좋다. 


https://www.inflearn.com/

https://opentutorials.org/course/1


레저 분야 대기업에서 일하던 D는 산업 전반에 디지털 전환이 이루어지는 상황이니 여행, 레저 분야 역시 디지털 영역에 더 큰 기회가 있을 거라는 판단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오프라인 중심의 경력이 빼곡한 그가 바로 디지털 기업에 지원하려면 디지털 기업의 업무 방식에 대한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가 디지털 커리어로 전환하기 위해 6개월의 시간을 투자해 데이터 분석 과정을 학습했다. 사업의 현황을 데이터로 정리하고, 데이터에 기반해 사업을 해석하고, 기획할 수 있는 역량은 디지털 기업에서 일하기 위해 기본적인 역량이라는 판단에서다. 그가 커리어의 디지털 전환을 위해 활용한 교육 서비스는 러닝스푼즈였다. 

그렇게 직장을 다니면서 디지털 공부를 하면서 지원 기업에 대한 케이스 스터디도 함께 진행했다. 지원 기업이 집중하고 있는 산업 분야를 파악하고, 본인이 할 수 있는 일을 더욱 세밀하게 살펴보았다. 최종 면접을 앞두고는 지원 기업의 문화와 인재상에 맞춰 준비하기 위해 현직자 미팅을 통해 준비하는 과정도 거쳤다. 이러한 치밀한 준비 과정을 거쳐 '합격'의 결과를 얻게 되었음은 물론이다. 


개발자 못지않게 디지털 산업에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직무가 UI&UX 디자이너다. UX & UI 디자인은 모바일 서비스뿐 아니라 우리의 일상을 채우고 있는 제품에 이르기까지 이용자들이 더 직관적이고도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디자인적 해결방법이다. UX&UI 디자인은 제품과 서비스가 고객의 사용성에 맞닿아있는 영역에서 작동하는 것인 만큼 시각, 공학, 심리학 등 다학제적인 요소와 역량들이 두루 반영되어 있다. 


대표적인 UX&UI 디자인 에이전시인 듀오톤에는 건축과 공학뿐 아니라 순수 예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학문적 배경과 이력을 갖고 있는 이들이 모여 UX&UI 디자인 작업을 하고 있다. 

갤러리에서 큐레이터로 일하던 K 가  UX&UI 디자이너로 커리어를 전환한 것도 앞으로 산업적 수요가 늘어날 것이 분명한 분야임에 반해 공급이 부족하다는 점을 고려했다. 물론, 갤러리 큐레이터보다 전문성을 바탕으로 오래 일할 수 있고, 커리어의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매력적이었다. 그는  UX&UI 디자인 전문 에이전시에서 운영하는  UX&UI 디자인 전문 교육 프로그램 오픈 패스에서 커리어 전환에 필요한 교육 과정을 거친 후 듀오톤에 합류해 일하고 있다. 오픈 패스와 스타트업정글 산업적 수요가 넘쳐나는 상황을 최고의 전문가 그룹이 직접 나서 교육으로 해결하는 모습이 다양하게 펼쳐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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