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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맛나장단 Aug 28. 2021

성공적인 커리어로 이어지는 좋은 우연

성공적인 커리어는 좋은 우연의 결과다


존 크럼볼츠는 실증 연구를 토대로 성공적인 커리어를 일군 이들 중 80%가 우연에 의해 결과를 얻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는 커리어 카운슬링의 목표는 '고객이 현재 갖고 있는 관심, 가치, 능력에 꼭 맞는 직업을 찾아주는 것이 아니라 계속 변화하는 직업 환경 속에서 만족한 인생을 만들어 나갈 수 있는 능력, 관심, 신념, 가치, 직업 습관, 개인의 특성에 관한 학습을 촉진하는 일'이라고 강조한다. 종래의 커리어 카운슬링에서는 직업을 결정하지 못하는 경우를 문제 상황으로 정의했지만, 학습 이론적 입장에서는 새로운 학습을 촉진하는 계기로 보는 것이다. 특성론과 유형론처럼 개인의 특성과 직업 특성의 일치를 지나치게 중시하는 관점은 같은 직업에서도 다양한 특성을 지닌 사람이 성공할 수 있다는 사실과 직업이 요구하는 특성 자체도 변화를 거듭한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존 크럼볼츠는 이러한 학습 이론을 바탕으로 '커리어는 용의주도하게 계획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예기치 않은 우연에 의해 결정된다'라고 하면서도 커리어로 연결되는 좋은 우연을 얻는 요소로 아래의 5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좋은 우연을 얻는 요소


1. 호기심

자신의 전문 분야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로 시야를 넓혀 관심을 가지면 커리어 성장 기회가 늘어난다. 좋은 우연을 실제로 커리어의 성장 기회로 연결시키려면 다양한 우연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씨 뿌리기와 더불어, 자신에게 다가온 좋은 우연에 반응할 수 있어야 한다. 이 두 가지 면에서 호기심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씨를 뿌리려면 다양한 사람들과의 만남, 일에의 몰입, 그리고 다양한 주제에 대한 호기심이 필요하다. 또한 좋은 우연에 반응하려면 미지의 세계를 긍정적이고 신선하게 받아들이는 마음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변호사로 일하며 기업가들이 무에서 유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되었다. 그들이 열정적으로 전에 없던 것들을 만들어내고 거침없이 성장하는 과정이 좋았다. 변호사라는 직업도 충분히 훌륭했지만, 기업가적인 성취를 이루어보고 싶다는 호기심을 품게 되었다. 그 호기심의 시작은 창업가들을 인터뷰하고 글쓰는 일로 이어졌다. 그렇게 2년여간의 프리랜서 기자일을 하고 보니 나도 창업가로 살아가고 싶다는 열망을 실행하기에 이르렀다. 변호사에서 창업가로 커리어를 전환하는 과정에서 호기심은 내게 전환의 첫 번째 계단이 되어주었다.


우연한 기회에 투자자 이재웅을 만나게 되었을 때도 호기심은 나에게 새로운 선택을 위한 엔터 버튼이 되어주었다. IT세상을 연 창업가의 투자를 받아 창업을 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실패의 가능성이 큰 창업가의 길이라 하더라도 멋진 투자자와 뜻을 함께 하는 동료들과의 여정은 내게 실패의 위험 보다 더 큰 호기심을 안겨주었다.


2. 끈기

처음에는 잘되지 않아도 끈기 있게 계속하면 우연한 기회나 만남이 생겨 새로운 기회가 펼쳐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처음에는 잘되지 않는 게 당연하다. 특히 이직을 하거나 직업을 바꿀 때는 항상 머릿속에서 예전 직장 또는 직업과 비교하면서 포기하게 된다. 이때 새로운 선택을 끌고 나갈 끈기가 필요하다. 새로운 일에 도전했다가 쉽게 포기하는 사람들 중에는 자존심이 높고 책임감이 강한 사람들이 많다. 이들은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는 자신을 스스로 용납하지 못한다. 새로운 일에 도전해 성과를 얻으려면 시행착오를 겪고 이겨낼 시간과 인내가 필요하다.


'누구나 내 인생의 ceo로 살아갈 수 있도록'이라는 추상적인 목표로 창업가의 길을 선택했다. 목표가 추상적인 만큼 시행착오도 컸다. 창업을 하고도 비즈니스모델을 만들어내지 못한채 투자금만 쓰며 버티는 시간을 2년이나 보내야 했다. 그렇게 무작정 흘러가는 시간 속에 공동창업자들의 의기투합도 희미해졌다. 더 이상 시간과 노력을 낭비해선 안 된다는 생각에 '남들이 안 하지만, 반드시 필요한 일'을 찾아 시작한 것이 청소년 기업가정신 교육 서비스, 앙트십스쿨 이었다.

https://www.entshipschool.com/

앙트십스쿨의 첫 비즈니스모델은 '선의' 였다. 장영화라는 창업가의 시작을 돕고 싶은 기업, 창업가들에게 한 학기 수업을 후원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렇게 2014년 1학기에 10개 학교에서 수업이 시작되었고, 이후에는 네이버와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개별 학교에서 프로그램 구입이 이어졌다. 그렇게 서비스의 질과 대상을 넓혀가던 중 공교육 현장, 청소년이라는 대상을 돌파하기 위해 만든 프로그램이 스타트업과 인재를 연결하는 조인스타트업 이다.

https://www.joinstartup.co.kr/

창업이 뭔지도 모르고 시작했던 시절을 거쳐 '누구나 내 인생의 ceo로 살아갈 수 있도록' 이라는 비전을 실현할 수 있는 서비스를 하나씩 출시하다보니 10년의 시간이 흘렀다.


3. 유연성

직업 환경과 비즈니스 환경은 날마다 변한다. 따라서 심사숙고해서 내린 결정이라 하더라도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해야 기회를 잡을 수 있다. 한 직장에서 10년 이상을 일한 이들은 직업 전환에 조금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 새로운 환경을 유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지 스스로 살펴보아야 하고, 사전에 필요한 준비를 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가 고도의 성장세를 보이던 1980년대에 직장생활을 시작한 베이비부머 세대는 많게는 30년, 적게는 10년 이상 한 직장에서 일하는게 당연했다. 삼성, 현대, LG, SK등 우리나라의 간판 대기업에 입사한 경우는 처우와 직업안정성도 높다. 하지만, 2010년 모바일 빅뱅에 이어 2020년 이후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IT기업의 성장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IT기업이 일하는 방식은 대기업과는 다르다. 한 번 설계되면 큰 변화없이 진행되는 제조업 현장과 달리 IT기업은 고객의 반응을 실시간으로 살펴 서비스에 반영한다. 유연한 사고와 문제해결능력은 IT기업에서는 필수 역량으로 요구된다. IT기업은 제조업과 달리 업종간 이직이 많을 뿐 아니라 근속연수도 짧은 편이다. 업무수행에 있어서의 유연성 뿐 아니라 커리어의 성장을 위한 유연성도 필요하다.


창업가에게 시장과 고객의 반응에 대한 유연성은 생존역량이라고 할 수 있다. 창업기업은 스스로 생존을 책임져야 한다. 창업가가 생존을 이어가는 방법은 유일하다. 고객의 선택을 받는 것이다. 유연하게 고객의 반응을 살피고, 시장의 현황을 살피는 것은 창업가라는 커리어에 있어서는 절대적으로 요구되는 역량이다.


4. 낙관성

원하지 않는 인사 발령이나 어려움도 스스로 성장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커리어를 넓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여기서의 낙관성은 성격이 아니라 상황에 대한 인식과 사고방식을 뜻한다. 타고난 성격을 바꾸기는 어렵지만 어떤 상황이 벌어졌을 때 상황을 긍정적으로 인식하는 역량은 훈련을 통해 얻을 수 있다.

내가 창업가로 살아가면서 늘상 주문처럼 외우는 문장이 있다.

지나간 일은 다 잘 된 거다


사업을 하다 보면 별의별 일들이 생겨난다. 어제는 전쳐 예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벌어지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하고, 황당하기도 하고, 때로는 뒤돌아서서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물론, 이러한 모든 문제를 해결했을 때의 성취감이 '사업하는 맛' 이기도하다. 하지만, 이렇듯 예측불허의 일들이 벌어지는 상황을 빨리 떨쳐내지 못한다면 하루하루가 그야말로 지옥처럼 느껴질거다. 나는 예측불허의 일상을 살아가야 하는 창업가의 일상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기로 했고, 그 결과로 주문처럼 외우는 문장이 '지나간 일은 다 잘 된 거다' 이다. 비행기를 놓쳐도, 큰 계약건을 놓쳐도, 지나간 일은 다 잘 된 거다. 나는 그 경험을 통해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낼 거니까. 이러한 낙관성을 개인의 측면에 적용해보면, 새로운 커리어의 기회를 만나는 과정으로 연결된다. '안 되는가 보다' 하고 낙담하기 보다는 이 일을 통해 얻게 된 것들을 살펴보고, 더 나은 방법을 찾아가다보면 더 좋은 기회를 만나게 된다.


5. 위험 감수

해보지 않은 일에 도전할 때 수많은 어려움과 실패는 세트처럼 따라온다.

 위험이 크면 기회가 크다


이는 투자나 창업 세계 뿐 아니라 개인의 커리어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하던 일에만 머물며 반복하다 보면 더 큰 성장과 성공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만나지 못한다. 물론, 그렇다고 무턱대고 도전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감당할 수 있는 위험을 계산하고 도전의 동심원을 현명하게 키워갈 필요가 있다.


1998년 무렵,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생들의 대다수는 은행을 첫 직장으로 선택했다. K 역시 첫 직장을 은행으로 선택했다. 하지만 K는 끊임없이 변화를 선택했다. 은행이라는 비즈니스가 갖고 있는 경직성의 한계를 돌파해 보고자 증권사로 이직했다. 증권사로 이직하고 보니 IT산업의 성장과 함께 온라인 증권사의 가능성이 눈에 들어왔다. 모두들 증권사가 제공하는 편안한 여건에 만족해 새로운 도전을 꺼려하고 있었지만 그는 과감히 인터넷 증권사로의 이직을 선택했다. 그런 그의 모험은 금융, 증권업을 떠나 신생벤처의 재무담당자로 이어졌다. 그가 초기 멤버로 합류한 벤처기업은 불과 10년 만에 대한민국의 IT산업을 리드하는 기업으로 성장하게 되었다.


존 크롬볼츠가 제안한 '커리어로 연결되는 좋은 우연'의 5가지 요소는 창업이라는 삶의 방식에 적용되는 요소와 유사하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창업이라는 삶의 형식을 쪼개고 쪼개 보면 결국 '나의 일'에 대한 열망이 놓여있다. 창업은 '나의 일'을 하고 싶은 사람이 홀로 또는 동료들과 함께 시작해 그 뜻이 만들어내는 가치가 커지면 더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어 큰 기업으로 성장하게 된다. 企業의 한자 표기에는 이러한 스토리가 잘 담겨있다. 기(企)는 사람(人)과 발자국(止)으로 이뤄진 글자다. 사람이 까치발로 멀리 내다보는 것은 무언가를 계획하는 글자가 기업(企業)이다. 위대한 일을 효과적으로 해내는 기업은 구성원들이 '나의 일'을 한다는 생각으로 모여 스타트업처럼 일한다. 얼마 27년 차 스타트업인 아마존은 채용부터 일을 하는 방식 전반에 '고객 중심'의 리더십 원칙을 적용하고, 실행하고 있다는 설명을 들게 되었다. 아마존이라는 글로벌 거대 기업이 신생 스타트업처럼 일하고, 성장하는 과정에는 구성원 모두가 까치발을 들고 고객 지향의 회사를 만들기 위한 기업 본연의 모습을 잘 유지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내가 조인스타트업을 통해 전하고 싶은 서비스의 실체가 바로 '좋은 우연' 이다.

커리어라는 항해를 떠나는 이들이 뜻하는 바를 잘 이뤄낼 수 있도록 건네는 지식과 정보, 응원이 '좋은 우연' 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2016년 3월 조인스타트업을 처음 시작할 무렵 만나 벌써 6년째 인연을 맺고 있는 이윤주는 좋은 우연을 기회로 평생 인연이 된 사례에 해당한다. 창업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대학시절 5번의 인턴과 2번의 창업으로 꾸준히 경험과 모험의 기회를 쌓아왔다. 그런 그가 지난 8월 현대자동차를 떠나 스타트업에 합류했다. 그가 궁극적으로 꿈꾸는 창업가의 삶을 살아가기 위해 대기업 보다는 스타트업이라는 환경이 그에게 더 적합하다는 판단에서다.

 ( 참고 : 5번의 인턴, 2번의 창업으로 찾아가는 내 일 )


호기심, 끈기, 유연성, 낙관성, 위험 감수가 좋은 우연을 이루는 요소라 하더라도 이는 우연의 기회를 넓히는데 중점이 두어져 있고, 구체적인 실행을 하기에는 여전히 뜬 구름 잡는 소리같이 여겨진다. 이에 대해 야무구치 슈는 우연의 양적 확대보다 우연이 다가왔을 때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 아래의 공식을 제안한다.

                        좋은 우연을 커리어로 연결  =  넓은 인맥  X  깊은 신뢰

아무리 넓은 인맥을 갖고 있다고 해도 신뢰받지 못한다면 좋은 우연을 얻기 어렵다. 반대로 두터운 신뢰를 얻고 있어도 나를 신뢰하는 사람의 수가 극도로 적다면 좋은 우연으로 연결되기 어렵다. 그렇다면, 커리어로 연결되는 인맥과 신용은 어떻게 해야 얻을 수 있을까?


좋은 우연을 만드는 인맥

존 크롬볼츠는 커리어로 이어지는 인연은 친척이나 친구 같은 가까운 관계보다는 약한 연결 관계에서 비롯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약한 연결 관계라는 개념은 미국의 사회학자 마크 그라노베터가 1973년에 발표한 논문 [약한 유대 관계의 힘]을 계기로 널리 확산되었다. 그는 가족이나 친척, 친구로 대표되는 강한 연결관계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는 한정되어 있는 반면, 약한 연결 관계로 이어져 있는 사람을 통해 새로운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 결과를 제시했다. 하지만, 인맥의 범위가 넓어질수록 기회가 커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야마구치 슈의 제안처럼 '깊은 신뢰'라는 요소가 함께 하지 않는다면 인맥이 커리어로 연결되기는 어렵다는 점에 공감한다. 그저 피상적인 인연만으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하는 일의 기회를 제공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야마구치 슈는 좋은 우연을 만드는 인맥을 친구 미만, 지인 이상인 제2계층으로 칭한다.


어떻게 해야 커리어로 연결되는 인연을 쌓을 수 있을까?


마더 테레사는 1979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했을 때 '세계 평화를 위해서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라는 기자의 질문에 '집으로 돌아가 가족을 사랑해주세요'라고 대답했다. 가족을 사랑할 줄 알아야 세계 평화에도 공헌할 수 있다는 것이 마더 테레사가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다.


커리어로 연결되는 인연은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열심히 하면서, 내가 줄 수 있는 것들을 나누면 얻게 된다.

더불어 강조하고 싶은 것은

나에게 다가온 인연을 잡는 용기다.

2016년 5월 강연자와 수강생의 인연으로 만난 강태화가 개발자로 커리어를 전환하게 된 것은 '스타트업' 이라는 생소한 단어에 대한 호기심을 흘러보내지 않고 선택한 용기였다. 당시 그는 대학 졸업 후 대기업 취업을 생각하던 평범한 학생이었다. 그런 그에게 스타트업 창업가 특강은 '낯선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안겨주었고, 그는 호기심을 붙잡는 용기를 통해 현재 개발자로 살아가고 있다.


돌아보면 내가 창업가로 살아온 시간들 속에서 만난 모든 사람들이 은인이었고, 그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오늘에 이를 수 있었다. 그들로 인해 새로운 사업 기회가 열렸고, 그들로 인해 더 큰 꿈을 꿀 수 있었다.

나에게 다가올 좋은 우연을 위해 날마다 호기심의 촉을 세우고, 낙관성과 유연성으로 기회를 엿보고, 놓치기 아까운 기회가 다가오면 내 것으로 잡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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