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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 자유를 위해 필요한 첫걸음 운전면허증

셸 위 댄스 -인생의 여정을 소개합니다

by 장하늘 Sep 14.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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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화

(별별챌린지 3기-53일 차)




산포도:머루 (꽃말: 기쁨, 자선, 박애, 유쾌함, 환희, 도취)



자유를 위해 필요한 첫걸음 운전면허증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몇 년 동안 산소에 잘 가지 못했다. 대중교통으로 가려면 힘든 시골길이었다. 아버지 산소에 갈 수 있도록 길을 터준 건 경차였다. 결혼을 하고 남편이 직장을 옮기면서 경차 마티즈를 샀다. 작지만 나에겐 소중했던 마티즈군 덕분에 산소를 갈 수 있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 커졌다. 두 달에 한 번 정도 산소를 가달라고 남편에게 약속을 받아놨다. 선약을 했지만 갈 때마다 마음이 편한 적이 없었다. 이 주일 전부터 몇 차례 부탁 해야 했다. 며칠 전부터는 특히 남편의 비위를 맞추며 조금이라도 화나게 하면 안 됐다.


정기적으로 가던 산소를 한동안 못 갔다. 시어머니가 입. 퇴원하고 두 번째로 쓰러져서 다시 치료받으며 시간이 그냥 지나가버렸다. 이후 요양병원 찾으러 다니고 병원 이송까지 정신없는 일을 해결하느라 아빠 산소는 뒷전이 되었다. 시어머님이 요양병원으로 가신 후 매달 병원 가는 것은 고정된 일정이 되어버렸다. 몇 달이 지났을 때 아버지 산소에 꼭 가고 싶다고 남편에게 사정하고 산소 가는 길을 나섰다. 그런데 그날은 그가 출발 전부터 가기 싫다는 표현을 숨기지 않았다. 말 한마디를 하더라도 틱틱거리고 가기 싫다는 내색을 온몸으로 하는 바람에 마음이 안 좋았다. 산소에 가서 인사를 드리고 돌아오는 동안 어린 아들은 투정 하나도 없는 반면 남편은 짜증으로 일관했다.


나름 잘 살아보자고 남편과 이야기해 보고 마음을 먹었지만 남편에게 해묵은 감정들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시어머님이 병원에 입원하는 과정에서 많은 카드 빚이 생겼다. 게다가 매달 병원비 고정비가 생겼지만 남편의 소득은 오를 기미가 없었다. 돈이 빠듯하고 여유가 없어지면 남편이 급여를 2년 넘게 속였다는 사실이 떠오르곤 했다. 어려운 일을 함께 극복했던 적이 우리 부부에게 있었을까? 친정집 일로 힘든 일이 닥칠 때는 오롯이 나 혼자 해결해야 했다. 그러나 시댁에 큰일이 생기자 그건 당연하게 내 몫이 되었다. 잘 살아보자고 다짐하고 아이를 낳으려고 노력했는데 유산이 되는 바람에 몸과 마음이 상하고 안 좋았다.


힘든 일이 있을 때면 돌아가신 아버지가 더욱 그리워졌다. 어디 한 곳 마음 부여잡을 곳이 필요했다. 그런 나에게 화를 내고 있는 남편에게 적잖게 실망했. 문제의 해답을  남편에게 찾으려고 하답이 오리무중이 됐다. 그건 이미 남편과 함께 살면서 여러 번 겪은 일이었다. 나는 나에게서 문제 해결 방안을 모색했다. 어떻게 하면 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끝내 실마리를 찾았다. 문제는 내가 운전을 못하는 것에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 운전면허증만 있으면 해결되겠는 생각이 미쳤다. 25살까지 운전면허증이 없었던 이유는 명백하게 돈 때문이었다. 전혀 여유가 없는 날들이었다. 산소에서 돌아오는 날 나는 운전면허증을 따서 혼자라도 산소에 가야겠다고 다짐했다.


월요일 출근해서 통장을 봤다. 여윳돈이 있을 리 없었다. 그러나 용돈을 아끼든 점심을 싸 오든 몇만 원 정도는 월급에서 쪼개서 쓸 수 있을 것 같았다. 돈이 없어도 두 번 다시 아버지에게 가고 싶을 때 구걸하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다. 가고 싶을 때 갈 수 있는 자유를 얻기 위한 돈은 단순한 소비가 아니었다. 그건 희망을 사는 돈이었다.


무엇보다 최우선 가치를 두고 싶었다. 코스와 주행은 학원이 필수라는 말을 듣고 교육받으러 갈 수 있는 시험장을 찾았다. 전화해서 교육과정과 학원비를 물어봤다. 필기시험은 혼자 공부하고 문제집 하나를 사서 풀고 시험에 응시했다. 필기에 합격한 후 운전면허학원에 가서 신용카드를 내밀었다. 내가 무언가를 하고 싶어서 자발적으로 할부 결제를 한건 운전면허 학원이 처음이었다.

"6개월 할부로 해주세요." 


운전면허는 말 그대로 기능 시험이다. 시험은 등락이 중요하니 최대한 합격이 쉬운 방법을 찾아봤다. 주변 분들도 그렇고 운전면허 학원에서도 이왕이면 운전면허는 1종을 따는 게 쉽다고 추천해 주었다. 때문에 내가 배운 건 운전면허 1종 스틱이었다. 회사에 무리가지 않게 점심시간을 활용해서 수업을 들었다. 코스 시험을 한 번에 합격했다. 주행은 시험 응시 때 비용을 별도로 납입했다. 돈이 들어가는 일들이 소소하게 많았다. 빠듯형편에 시험을 치르는 거라서 주행시험에 필요한 5만 원 접수비도 큰돈이었다. 며칠 동안 주행연습을 하고 시험을 치렀고 한 번에 합격했다. 돈이 간절하고 무서워서 떨어질 수가 없었다.


주행을 마치고 합격했다는 말을 듣고 감격하는 마음이 일렁였다. 며칠 후면 당당하게 운전면허증을 받아올 수 있다. 하루하루 기다린 끝에 운전면허를 찾으러 갔다. 운전면허증, 내 사진이 들어가 있는 손바닥보다 작은 증명서. 그걸 받고 나니 세상이 달라 보였다. 드디어 나도 가고 싶을 때 아버지를 뵈러 산소에 혼자 갈 수 있게 됐다. 운전면허증이 나온  직후 처음으로 고속도로를 탈 때 남편이 동행해 주었다. 생각보다 운전을 잘한다는 평을 받았다.


운전면허증을 손에 쥐고 남편에게 더 이상 사정하지 않았다. 그냥 가볍게 물어봤다.

"아버지 산소에 다녀올 건데 같이 갈래? 안되면 나 혼자  다녀오고, 차만 내가 쓸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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