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장하늘 Nov 16. 2023

6) 기회의 신

보이스 피싱

2020.


6화




6) 기회의 신


앞머리가 무성한 이유는
사람들로 하여금 내가 누구인지 금방 알아차리지 못하게 하고 나를 발견했을 때는 쉽게 붙잡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고,
뒷머리가 대머리인 이유는
내가 지나가고 나면 다시는 나를 붙잡지 못하도록 하기 위함이며,
발에 날개가 달린 이유는
최대한 빨리 사라지기 위해서이다.
저울을 들고 있는 이유는
기회가 앞에 있을 때는 저울을 꺼내 정확히 판단하라는 의미이며,
날카로운 칼을 들고 있는 이유는
칼같이 결단하라는 의미이다.
나의 이름은 '기회'이다.

ㅡ기회의 신, 카이로스


부동산이 하루가 다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가장 사고 싶었던 수지 아파트들은 보름마다 호가가  1억씩 올랐다. 5억대 하던 집이 눈 깜빡할 사이에 7억대 호가로 바뀌었다. 저렴한 매물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가격이 오르자 매도자들이 매물을 거둬들였다. 그리고 계약을 취소하는 일까지 일어났다.


내가 기회라고 생각한 타이밍은 정확했다. 그즈음 부동산을 갈아타려고 결심한건 어느 지역이 더 오를 것인가를 꾸준하게 살핀 결과다. 여윳돈이 없는 나는 돈 마련을 위해 기존 부동산을 파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었다. 매일 습관처럼 매물을 살피며 알게 됐다. 부동산이 심상치 않았다. 서울 특정지역에서만 일어났던 부동산 상승이 수도권으로 빠르게 확산됐다. 마음이 조급해졌지만 방법이 없었다. 코로나 때문에 내 집은 여전히 계약이 안되고 있었다.


당장 발등의 불도 꺼야 했다. 내 집이 안 나간 상태에서 부동산계약 세 건을 해놓은 상태였다. 인천에 두건 서울 홍제동에 한건.

나는 전재산을 세건의 부동산 계약에 몰아넣었다. 순자산을 고스란히 계약금으로 날릴 수는 없었다. 한건은 아들몫으로 저축한 돈이었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었다. 두건이 문제였다.


나는 한건 한건에 집중했다. 인천 부동산은 부동산 중개를 해주신 사장님께 상의를 드렸다. 부동산 분위기가 좋았기 때문에 함께 고민해 주시기로 했다. 나는 우선 가족 중에 큰 형부에게 전화를 걸었다. 두 개의 물건 중에 층수도 더 좋고 가격도 1천만 원 더 저렴하게 잡은 물건을 부가 사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큰형부도 결혼 할 자녀몫으로 돈을 모아놨었다. 기회가 좋으니 이번엔 투자를 해보라고 말했다. 그런데 아쉽게도 큰 형부는 투자에 여전히 관심이 없었다. 이전부터 늘 그래왔다. 결국 부동산 중개사장님이 그 물건을 사기로 했다. 깝고 안타까웠다. 다행히 계약금을 날리지 않았다. 동산업자도 느낄 만큼의 기회였다. 1년 후 이례적으로 인천지역 아파트가 1억 이상 올랐다.


두번째 홍제동집, 그 집은 32평 아파트를 4억 6천에 계약한 집이다. 당시 4년 동안 사귀던 남자친구 명의로 계약했다. 그를 처음 만났을 때 그는 무일푼이었다. 그의 명의로 계약을 한건 그와 함께 그곳으로 거처를 옮겨서 살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계약을 포기하면 계약금 4천만 원을 잃어버리게 되거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상황이었다.


그의 부모는 홍은동 빌라에 살고 있었다. 그것도 불과 1년 전 언덕에 위치한 빌라가 재개발이 되면서 집값이 올랐다. 이때 매매가격을 잘 절충했고 그 돈으로 이사를 간 곳이 인근 빌라였다.  그의 부모님은 아파트 재개발을 기다렸다가 그 혜택을 받을 만큼의 여윳돈이 없었다. 그래서 선택한 건 아파트 재개발권리를 프리미엄 받고 파는 것이었다. 그 과정에서 내가 개입해 드렸다. 나름대로 가격을 잘 받고 집을 팔았다. 그리고 이전집과 달라진건 언덕이 아닌 평지의 빌라로 이사 가게 된 점이다 . 부모님이 평지 빌라 집에 이사간지 1년이 되었다.


나는 그에게 계약한 아파트로 부모님을 이사시키는 게 어떨지 물었다. 부모님은 나이가 있으셔서 대출도 그가 받는 게 합리적이었다. 그가 부모님과 그 집으로 이사를 가기로 했다. 그가 이사를 완료하고 그 집은 두 달 만에 1억 원 이상이 올랐다. 그리고 나는 그와 헤어졌다. 그 집은 1년 이후 3억 원 이상이 올랐다.


세 건의 부동산 계약건은 정돈이 되었다. 그리고 나서 애를 먹이고 안 나갔던 부천 범박동 집이 계약이 됐다. 그런데 지켜보던 부동산들은 이미 너무 올라서 살 수 없게 됐다. 수지는 1년 이후 두배가 됐다. 좋은 기회를 알아봤고 잡았다가 다른 사람들에게 넘겨주고 말았다. 아쉬웠지만 돈에 맞춰서 서울 홍은동 나 홀로 아파트를 샀다. 그지역은 계속 재개발을 추진하고 있어서 그곳을 선택했다.  


보이스피싱 6개 지났다. 나는 평범한 일상으로 하루를 채워나갔다. 화요일 오전, 느즈막이 아침을 먹고 있는데 발신번호가 지방으로 뜬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


"장하늘 씨 되시죠?"

"네."

"장하늘 씨가 사기죄로 고소가 됐습니다."

"ㅋ 즈기여? 이번엔 경찰서라는 보이스 피싱인가요?"

"경주경찰서 수사담당 000입니다. 보이스피싱 아닙니다."

"저 지금 라면 먹고 있으니까 그럼 좀 있다 전화 주세요."


나는 '또 보이스 피싱인가? 참, 사기는 너무 무섭다.' 라고 생각하며 라면을 맛있게 먹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5) 분실신고 한 신용카드가 승인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