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1

셸 위 댄스-인생의 여정을 소개합니다

by 장하늘

73화

(라라크루 5기 -2일 차)




거베라 (꽃말: 신비, 수수께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1


1998년 퇴직을 하고 쉬고 있었다. 직장을 구해야 했다. 당장이라도 돈을 벌어야 했기 때문에 일이 시급했다. 엄마에게 생활비도 드려야 했고 빚도 갚아야 했다. 그런데 직장을 어떻게 구해야 하는 건지 막막했다. 경력을 인정받고 좋은 직장을 찾아보려면 좀 더 시간이 소요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나의 상황은 느긋하게 좋은 직장을 찾을 여유도 없고 방법도 몰랐다. 노동청에 우선 이력서를 넣었다. 구인란을 확인해 보니 보험회사 총무직 환영이라는 문구가 보였다. 급한 대로 연락을 취했다. 위치가 서울역 부근이라서 출퇴근에 시간이 꽤 소요될 것 같았다. 그러나 찬물 더운물 가릴 입장이 아니었다. 이력서를 넣은 후 면접을 보러 오라는 연락을 받았다. 약속한 시간에 회사 면접장소를 찾아갔다.


서울역에서 내려서 해당 출구로 나왔다. 큰 건물과 상가건물들이 줄지어있었다. 주소에 찾아가는 길이 상세하게 표시되어 있었다. 큰길을 따라가다가 골목을 지나니 주소지의 건물이 보였다. 꽤 높은 빌딩 안에 회사 사무실이 있었다. 건물 메인 간판에 HSBC라고 적혀있는 건물이었다. 사무실이 아주 좋은 건물, 고층에 위치했었다. 사무실에 들어가니 깔끔한 공간이 나왔다. 직원은 여직원 세명과 임원분 세 분이 계신 사무실이었다. 이력서를 검토하고 면접이 진행됐다. 긴장하고 면접에 임했는데 면접은 신속하고 간단하게 이루어졌다. 출근을 바로 할 수 있냐고 해서 바로 출근하기로 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회사에서 직원을 구하는 게 시급했는지 다음날부터 출근을 하게 됐다.


출근해서 일하면서 몇 가지 특이점을 알게 됐다. 그곳은 내가 가지고 있었던 회사에 대한 이미지와 많이 달랐다. 그곳만이 가진 특성이 있는 곳이었다. 대부분의 회사들은 피라미드 형태로 직급이 구성되기 마련이다. 대표이사 밑으로 내려 갈수록 일하는 직원이 많아지는 형태다. 당시 나는 독특한 형태의 회사를 처음으로 경험해서 인원구성이 신기했다. 여직원이 세명인데 임원이 무려 세 분이 있는 직사각형형태의 회사였다. 본사나 지사 형태가 아니라 회사 자체의 인원 구성이 총 여섯 명이 전부였다. 중간 관리자도 전혀 없고 임원과 여직원만 존재하는 회사였다. 20여 년 전에도 서울은 임대료가 비쌌다. 98년도에 서울역 부근 깔끔한 고층 건물에 임차한 건물 임대료가 월 700만 원이 넘는다고 했다. 회사 임원분 세분은 모두 과거에 보험회사 임원 출신이었다. 회사에서 임원을 정리해고하면서 전관예우로 회사를 차려서 일을 몰아주는 곳이었다.


보험회사에는 특수보험이 있다. 회사나 단체가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많은 보험들이 있다. 그것을 그분들에게 몰아주면서 그분들의 생계를 몇 년 동안 책임져주는 방식이었다. 임원분 세분 모두 출퇴근도 자유롭게 했다. 여직원 세 명 중 한 명은 경리였다. 두 명 중 한 명은 생명보험사 일을 맡아서 했다. 나는 손해보험사 일을 전담하게 되었다. 기존 내가 했던 업무 말고도 신기한 업무 등 여러 가지 할 일이 있었다. 전혀 접해보지 못했던 특수한 형태의 보험들도 있었다. 내가 처리할 일은 그렇게 많지 않았지만 챙겨야 하는 서류는 꽤 있었다. 임원분 세 분 모두 기존 회사에서 그만둘 때 직책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었던 것도 특이한 점이었다.


내가 맡은 업무량은 많지 않았기 때문에 하루에 일하는 시간은 길지 않았다. 회사는 독립된 회사였고 보험회사와의 관계는 협력회사로 구분됐다. 전체 임원 및 직원은 사무실에 있는 여섯 명이 전부였고 임원들은 하는 일이 없어 보였다. 나의 월급은 업무량이 적은 만큼 당연하게 적은 편이었다. 직원 세 명의 급여를 모두 합해도 큰 비용이 아니었다. 건물 한 달 임대료가 700만 원이 넘는데 여직원 세명의 급여가 300만 원이 안 됐다. 여직원 세 명의 급여에 비해 회사에서 지출되는 비용은 굉장히 많은 편이었다. 내실은 없는데 보이는 것이 중요한 회사 같았다. 내가 보기에는 겉치레를 위해 과도하게 불필요한 비용이 나가고 있는 듯 보였다. 내 첫 직장은 효율성을 중요시하는 조직이었다. 그런데 두 번째로 일하게 된 곳은 효율을 상당 부분 무시한 곳이었다. 그곳은 권위와 체면을 매우 중요시하는 내겐 조금 비틀린 공간처럼 보였다.


나는 첫 직장을 다닐 때는 그것이 직장의 전부인 줄 알았다. 첫 직장을 그만두고 세상 밖으로 나오니 세상은 그렇게 정형화되어 있지 않았다. 나는 토끼를 따라 새로운 세상으로 들어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된 것 같았다. 신비한 세계로 빨려 들어간 것처럼 새로운 탐험을 하듯 직장 생활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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