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심은하는 드라마 <마지막 승부>에서 여자 주인공 '다슬'로 해성같이 나타났다. 심은하는 청순한 이미지로 브라운관을 장악하기 시작했다. 이후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미술관 옆 동물원>에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며 승승장구했다. 배우 심은하의 드라마 은퇴 작품이 된 <청춘의 덫>은 그녀의 연기에 불을 지폈다. 청순한 모습으로 아픈 과거를 지닌 채 복수심에 불타는 입체적인 캐릭터를 멋지게 소화하며 최고의 연기를 선보였다. 영화 <텔 미 썸딩>에서 베일에 싸인 미스터리한 캐릭터까지 소화하며 최고의 찬사를 받았다.
드라마는 작가의 필력과 연기자들의 열연으로 당시 엄청난 흥행을 이루었다. 이미 <사랑과 야망>으로 시청률 70% 이상을 달성했던 김수현 작가는 명실상부 우리나라 최고의 작가로 흥행제조기 작가다. <청춘의 덫>은 1978년 드라마로 이미 방영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당시에는 혼전임신, 불륜(간통) 등으로 드라마가 조기종영되었다고 한다. 이후 1999년 재촬영되었다. 김수현 작가의 대사 하나하나는 가슴에 박히는 촌철살인이었다. 이후에도 김수현 작가는 엄청난 작품들을 만들어냈다. 당시 배우 심은하, 전광열, 이종원, 유호정, 여운계 등 많은 배우들이 열연했다. 시청률이 무려 53%에 달했으니 전 국민이 <청춘의 덫> 앓이를 했다고 해도 무방하다.
드라마에서 보듯이 그 시대 연애상과 여성상을 엿볼 수 있다. 여자는 남자를 위해 희생을 당연한듯했다. 드라마는 사회를 비추는 거울이다. 결국 시청자들에게 인기를 얻으려면 <공감>이 필수기 때문이다. 1970년대와 90년대의 연애에 이 같은 모습이 일반 사람들에게도 있었을 것이다. 물론 신분 상승을 위해 어느 시대건 배신과 배반은 늘 있었을지도 모른다. 처음 방영됐을 때 <청춘의 덫>은 78년도에 대중들의 정서엔 아직 받아들이기 힘들었기 때문에 조지종영됐을 것이다. 그러나 1999년도에 재방영되며 히트를 치게 됐다. 99년도에는 그나마 한을 품은 여자가 '복수'를 할 수 있는 사회적 정서가 마련됐다는 걸 반증하는지도 모르겠다. 1999년 당시 엄청난 시청률이 증명하듯이 드라마가 대중들에게 많은 부분 공감을 산 것만은 확실하다.
드라마 속에서 남자 주인공 이종원이 여자 주인공 심은하에게 이별을 통보했을 때 윤희(심은하 역할)는 아이의 아빠 동우(이종원 역할)에게 사정하며 매달린다. 그러나 아이 아빠는 딸과 연인을 버린다. 딸, 혜림이(하승리 역할)가 사고로 병원에 실려 갔을 때 동우는 그의 새로운 연인 영주(유호정 역할)와 함께 있느라 오지 않는다. 결국 혜림이는 죽었고 마지막까지 아이 아빠 동우는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지 않는다. 딸의 죽음으로 윤희는 복수의 마음을 품게 된다. 윤희의 복수를 돕는 구원투수가 있었으니 재벌집 망나니 아들 노영국(전광열 역할)이었다. 동우가 권력과 돈을 함께 잡기 위해 선택한 영주(유호정 역할)는 노영국의 동생으로 나온다. 영주는 동우와 윤희의 사이를 알게 되고 동우를 떠나게 된다. 그 시대 시청자를 사로잡는 특별한 사랑의 모습을 보여주며 윤희와 영국의 러브스토리는 많은 사랑을 받았다.
드라마의 몰입도가 상당했다. 여자 주인공이 복수를 하는 걸 지켜보면서 시청자로서 통쾌했다.
그때는 알지 못했다.
드라마를 볼 때는 내 삶에 드라마틱한 일들이 생길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살다 보니 드라마 속 장면 중에 몇 개의 장면이 내 삶에 조금은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곤 했다. 불과 1년 후부터 몇 가지의 일들이 에피소드처럼 나타났다. 드라마, 영화, 책은 당시 시대를 반영한다. 때로는 미디어가 미래를 조명하기도 하고 과거를 회상하기도 한다. 영화나 드라마와 같은 일이 자신의 삶에 나타나는 건 어쩌면 꿈같은 행복한 일일수도 있다. 그러나 행복하려면 장르가 중요하다. 멜로, 코믹, 스릴러, 액션, 공포, 드라마 등 영화나 드라마에는 여러 가지의 장르가 있다. 이 모든 일들이 인간사에 모두 녹아있다. 내 삶에 공포와 액션은 거의 없었다. 그리고 감사하게도 스릴러는 전혀 없었다. 그렇지만 단편적인 장면만 놓고 본다면 그 '찰나'에는 수많은 감정들이 불쑥 나타나기도 했다. 그러니 장르를 구분할 수 없는 인생은 복합적인 장르를 아우르며 연속성을 이어나가는 복합예술에 해당한다.
옛날 일을 떠올리며 가끔 드라마나 음악 이야기를 하는 건 당시에 들었던 음악이나 드라마가 내 인생에도 조금씩 시대를 달리하더라도 나타났기 때문이다. 나의 인생은 당신의 인생이 그러했듯이 드라마나 유행가 가사처럼 찬란하도록 눈이 부시게 아름답게 흘러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