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잔소리 듣고 싶은 날9

말 좀 들어라

by 장안녕

말 좀 들어라

어린 시절, 겨울에 외출을 할 일이 있으면 엄마는 내게 마스크를 착용하라고 했다. 그런데 마스크를 착용하면 답답한 느낌을 참지 못하기 일쑤였다. 그래서 나는 마스크를 하지 않겠다고 호소를 했다. 그러면 엄마는 감기에 걸려서 온갖 고생을 하고 싶으냐며 협박을 하면서 어떻게 해서든 내게 마스크를 씌우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어른으로 자란 지금은 병원비와 약값이 얼마나 무서운지 안다. 그래서 나는 엄마의 잔소리가 없어도 추위를 느끼면 알아서 마스크를 찾고 있다. 그리고 아주 오랜 세월이 흘러서는 무시무시한 코로나 바이러스가 닥쳐 마스크 없이 살아갈 수 없는 시절이 찾아오기도 했다.


엄마가 어떤 말을 하면 “안 해”와 “싫어”는 자동 반응이었다. 그런 모습을 마주하며 내게는 도대체 왜 엄마의 말을 잘 듣지 않는 특성이 있는지 고민을 해본 적이 있다. 변명을 하자면 아빠를 닮았기 때문이었다. 엄마의 말을 듣지 않는 아빠를 보면서 은연중에 나도 따라하고 있는지 아니면 그런 기질을 물려받아 그런 결과가 나타났는지는 잘 모르겠다. 엄마는 나를 두고 도대체 누굴 닮아 말을 듣지 않느냐는 소리를 자주 했다. 아마도 아빠를 겨냥하고 내가 아빠를 닮았다는 확신이 있기 때문에 엄마도 그런 말을 하지 않았는가 하고 생각을 한다.


어엿한 성인으로 자라 조금 더 세월이 흐르니 엄마는 이제 너도 마냥 젊지 않다며 홍삼부터 이것저것 챙겨 먹어라는 소리를 자주 하고 있다. 그런 말을 들으면 나도 몸이 예전 같지 않다는 느낌이 들지만 굳이 건강보조식품을 먹고 싶다는 생각에 이르기는 어렵다. 그러면 나는 엄마나 잘 챙겨 먹어라고 권한다. 그러면서 또 엄마가 제발 오래오래 살기를 바란다. 만약에 내가 엄마한테 오래 살라고 말을 하는 만큼 엄마가 그렇게 살아갈 수만 있다면 하는 생각을 해본다. 말하는 대로 정말 가능하다면 세상의 모든 자식들은 입이 닳아 없어질 때까지 그렇게 말을 하고 싶지 않을까?


“엄마, 내 말 좀 들어. 오래 살아야 해.”


이렇게 말을 하니 엄마는 반격을 가한다.


“그게 내 마음대로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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