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장안녕 Sep 18. 2024

나만 빼고 퇴사해17

중소기업 지역 청년 연쇄 퇴사 소설

막걸리 공장은 전통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는 양조장이었다. 2명의 작업자가 대형 삽을 들고 땀을 뻘뻘 흘리며 증기로 찌은 밥을 뒤집느라 바빴다. 인오를 포함한 6명의 신입사원들이 쭈뼛거리며 공장으로 들어갔다.

“안녕하세요.”


 일동은 작업자에게 다가가 인사를 건넸지만 그들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만 지었다.


 “야~ 너희들 뭐야? 놀러왔어?”


 다짜고짜 지르는 기풍의 소리에 신입사원들은 일제히 뒤를 돌아봤다. 개량한복 차림에 손에는 효자손, 목에는 호루라기, 허리에는 무전기를 차고 있는 기풍이 험악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위생복으로 갈아입고 와!”


 기풍의 호통에 신입사원들은 정신을 차리고 탈의실로 향했다. 남성 탈의실에서 인오를 비롯한 5명의 신입사원들이 위생복으로 갈아입으며 한마디씩 던졌다.


 “이해를 못하겠네. 오늘 처음 봤잖아?”


 “성격이 장난 아닐 거야.”


 “인격에 문제가 있는 사람은 아닐까?”


 “출근하는 게 아니었어.”


 착작한 표정과 함께 다섯 사람은 위생모자와 마스크, 장화 등을 마저 착용하였다.


 하진을 포함해 6명의 신입사원이 탈의실에서 나오니 기풍은 또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빨리 와서 붙어~”


 신입사원들은 작업대로 달려와 2명의 작업자 옆으로 갔다.


 “야~ 너희들 뭐하냐?”


 기풍은 짜증을 내며 효자손으로 인오, 하진, 상준을 지목했다.


 “너, 너, 너. 발효실로 가!”


 세 사람은 어리둥절한 표정만 지었다.


 “저기 발효실이 어딘가요?”


 인오가 물었다.


 “야~ 내가 그런 것도 가르쳐줘야 하냐? 눈은 뒀다 뭐해!”


 기풍의 목소리에는 짜증이 한가득 넘쳐흘렀다.


 하진이 두리번거리다가 발효실이 적힌 곳을 찾았다.


 “저쪽이야.”


 세 사람은 들어간 발효실에는 대형 발효통으로 가득했다. 2명의 작업자가 대형 국자를 이용해 발효통에 담긴 밑술에 밥을 넣어 섞고 있었다. 작업자들은 귀찮은 표정으로 신입사원을 봤다.


 “한 사람은 여기 와요.”


 눈치를 보던 세 사람 가운데 상준이 작업자에게 갔다. 기존의 작업자는 자신이 휘젓고 있던 대형 국자를 상준에게 넘겨주었다.


 “저 사람이 하는 것 잘 보면서 따라하면 돼요. 그리고 두 사람은 입국실로 갑시다.”


 인오와 하진은 작업자를 따라 나섰다.


 입국실로 들어간 인오와 하진은 작업대에서 장갑을 낀 손으로 찌은 밥에 곰팡이를 뿌려 묻히는 작업을 했다.


 “대충하면 큰일 나요. 골고루. 이게 제일 중요한 과정이거든요.”


 작업자가 주의를 당부하였다.


 인오와 하진의 얼굴과 온몸에 땀이 맺히고 어깨와 허리는 아파오기 시작했다. 하진이 주변을 살펴보는데 냉방기기는 보이지 않았다.


 “여기에 선풍기나 에어컨은 없나요?”


 “바람을 차단해야 해서 없어요.”


 그 말을 듣고 인오와 하진은 경악을 하였다.


 고진성과 송성현은 2명의 작업자와 함께 대형 삽을 들고 증기로 찌은 밥을 뒤집고 있었다.


 “같이 있던 애… 아까부터 안 보인다?”


 진성이 성현에게 물었다.


 “쌀 가지러 간 것 아니었나?”


 성현은 대답을 하고 나서 혹시나 하는 생각을 했다.


 “여기 한 명은 어디 갔어?”


 마침 기풍이 작업대로 왔다.


 “쌀 가지러 갔는데요.”


 “무슨 소리야? 내가 방금 창고에 있다가 왔는데.”


 그제야 진성과 성현은 예감이 들어맞았다는 사실을 알았다.


 “빨리 찾아와~”


 기풍은 둘에게 지시를 내린 다음에 무전기로 윤 대리를 호출하였다.


 진성과 성현은 남자 화장실의 구석구석을 뒤졌다. 이어 탈의실에서 황우진의 사물함을 열어보니 위생복과 마스크, 장화 등이 가지런히 놓여있었다. 진성과 성현은 윤 대리와 천 공장장에게 사태를 알렸다.


 “뭐 이런 일이 다 있냐?”


 “사무실에 짐도 없던데…”


 “윤 대리~ 신입 관리를 어떻게 하는 거야? 출근 첫날에 이게…”


 


 신입사원들은 점심 식사를 마친 다음에 옥상으로 모였다.


 “와~ 대박이다.”


 “21세기판 추노잖아.”


 “치사하게 혼자 나가냐?”


 “동기애라고는 없는 자식일세.”


 “생각해보니 그렇네. 의리라고는 없고.”


 “그럼 이건 퇴사한 거야?”


 “아직 계약서도 안 썼잖아.”


 “지금이 기회네. 우리도 나가면 되는 거 아니야?”


 성현의 목소리가 번뜩였다.


 “어떻게?”


 “글쎄… 호시탐탐 기회를 노려봐야지.”


 그렇게 말한 성현의 표정은 의미심장하였다.


 오후에는 포장 작업이 이루어졌다. 신입사원들은 상자에 막걸리를 담고 테이프 포장을 하였다. 그리고 영업점에서 운영하는 탑차 한 대가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공장장님.”


 탑차 기사가 공장으로 들어와 기풍에게 인사를 건넸다.


 “오늘은 좀 일찍 왔네?”


 “새로 온 직원인가 봐요?”


 “이번에 신입사원 채용했잖아. 6명인가? 들어왔어.”


 성현은 탑차 기사와 마당에 있는 탑차를 예의주시하기 시작했다. 포장 작업이 끝난 다음에는 수레에 막걸리 상자를 실어 탑차에 나르는 작업이 이어졌다.


 “안녕하세요?”


 성현이 기사에게 인사를 했다.


 “네. 안녕하세요?”


 “혹시 이거 실으면 어디로 가져가는 거예요?”


 “영업점에요. 그건 왜?”


 “제 소개가 늦었네요. 저는 신입사원 송성현입니다. 미리 업무를 파악해놓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서요.”


 “아… 의욕이 넘치는 신입사원이네요.”


 기사는 명함을 건넸다.


 “여기로 가는가 봐요?”


 성현은 명함에 적힌 주소를 보면서 말했다.


 “네. 평일마다 이 시간대에 와서 가져가요.”


 “내 정신 좀 봐라. 이거 드세요.”


 성현은 주머니에서 비타민 음료수를 꺼낸 뒤에 건넸다.


 “아니, 뭐 이런 걸 다…”


 “잘 가르쳐 주십시오.”


 “제가 뭐 가르칠 것이 있나요? 아무튼 잘 마실게요.”


 작업 물량이 다 실리자 탑차 기사는 문을 잠갔다. 운전석에 올라타려던 그는 다시 내렸다가 화장실로 향했다. 이때 기사의 행적을 지켜보고 있던 성현이 냅다 운전석으로 올랐다. 시동이 걸린 탑차는 회사 밖으로 나갔다. 잠시 후, 기사가 화장실에서 나오다가 탑차가 보이지 않자 당황을 하기 시작했다.




이전 17화 나만 빼고 퇴사해16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