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12월이네요. 날씨가 많이 추워진 것 같습니다. 다들 옷 따듯하게 입고 감기 조심하세요. :)
오늘은 따로 배움이나 새로운 기술적 영감을 얻어서 글을 남기는 것이 아닌, 제가 느꼈던 감정을 기록하기 위한 짧은 회고의 글을 써보려 합니다.
지난주, 제가 1년 넘게 담당해 온 사내 프로젝트 관리 도구가 베타 운영 기간을 끝내고 정식 서비스(GA)로 런칭했습니다.
지난해 5월에 회사에 입사하여 한 달이라는 적응 기간이 끝나자마자, 곧바로 이 프로젝트에 투입되었는데요. 두 달 동안 매일같이 서비스를 파고들며 QA를 진행했고, 약 1,000개에 달하는 버그 리포트를 혼자서 쏟아내며 베타 버전 런칭을 서포트했던 것이 엊그제 같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1년이 조금 더 지난 오늘날, 정식 버전으로 전환하니 감회가 새로운 것 같네요.
베타 버전 이후 오랜 시간이 흘렀기에, 정식 런칭을 앞두고는 생각보다 신경 써야 할 운영 업무가 많았습니다. 보안 관련 문제 확인은 물론이고, 사내 포털에 게시할 공지나 위키의 내용과 디자인도 새롭게 구성해야 했습니다. 서비스 관련 문의를 받을 내부 이메일 구성, 긴급 리포트를 위한 핫라인 메신저 채널 구성, VOC 및 런칭 이후 온보딩 문의 창구 구성까지. 한동안은 정말 기획 업무보다는 운영 업무에 바쁜 나날들을 보냈던 것 같습니다.
런칭을 한 후에는 사내 식당, 로비 디스플레이, 엘리베이터, 카페 등을 돌아다니며 우리 서비스의 런칭 공지가 잘 표시되나 확인도 해보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괜히 우리 서비스 이야기를 하는 분들은 없나 귀를 기울이기도 했네요. ㅎㅎ
실무 경험이 전혀 없던 제게, 심지어 사수들이 모두 떠난 환경에서 제가 과연 이 서비스를 계속 유지할 수 있을까란 걱정과 부담도 정말 많았지만, 오랜 경험을 가진 팀원들이 옆에서 든든하게 받쳐주어 큰 무리 없이 해낸 것 같아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는 하루였습니다.
지난 글에서도 소개했듯이, 저희 회사에는 이미 기존의 사내 프로젝트 관리 도구(레거시)가 존재했습니다.
저는 이 레거시 마이그레이션 과정 속에서 '언제쯤이면 과거를 따라가는 것에 멈추지 않고, 새로운 니즈에 대한 발전을 이루어낼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지난 1년간 늘 가져왔습니다. 그리고 이제 드디어 그 과거의 수용을 넘어선 새로운 시작이 조금씩 보이는 것 같아 설레기도 하지만, 동시에 새로운 미래를 그려나가야 한다는 점에서 조금 두려운 마음도 있는 것 같습니다.
사람의 마음은 참 아이러니한 것 같습니다.
무언가 성공이 보장된 길만 따라가다 보면 이내 지루함이 느껴지고, 그렇다고 또 새로운 길을 가자니 두려움이 앞서 돌다리를 하나하나 두들겨 보느라 많은 시간을 쏟게 됩니다. 그러다 관성에 못 이겨 금세 제자리로 돌아오곤 하죠.
저에게는 '기획'이 그랬습니다.
과거 서비스에 존재하는 기능을 그대로 우리 서비스의 구조에 맞게 기획하여 개발하면, 당연히 과거 서비스에서 썼던 기능이기에 우리 서비스에서도 쓰겠지 생각하며 우선순위를 높여 기획했습니다. 하지만 계속 그렇게 과거 서비스에 연연하며 기획을 하다 보니 지루함이 금세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그렇다고 막상 아예 존재하지 않았던 기능을 기획하려니 '이렇게 많은 공수를 들여 개발해 두었는데 아무도 쓰지 않으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에 쉽사리 새로운 의견을 내지 못했던 부분도 돌이켜보면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정식 런칭을 마치고 나니, 뭔가 끝난 것 같으면서도 다시 출발선에 선 느낌입니다.
1년이라는 시간이 저를 많이 바꿔놓은 것 같습니다. 예전 같았으면 '실패하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에 새로운 시도를 주저했을 텐데, 지금은 '실패하더라도 배울 게 있겠지'라는 마음이 조금씩 생기고 있습니다. 여전히 신중하게 접근하게 되지만, 그 신중함의 이유가 달라진 것 같달까요.
이제는 사용자들이 정말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떤 기능이 그들의 업무를 더 편하게 만들 수 있을지 더욱더 고민하고, 때로는 직접 사용자에게 한 발자국 다가가서 더 적극적으로 목소리도 들어보려 합니다.
고민과 시도의 과정 끝에 어떤 답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 과정 자체에서 또 새롭게 배우고 얻을 수 있는 게 분명히 있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기 때문에, 늘 그래왔듯이 또 한 번 힘을 내서 나아가 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