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용의 자세
어제 있었던 따끈따끈한 일이다.
근무 인원이 나 포함 두 명으로 평소보다 조금 부족한 상태였고 한 명이 휴식 시간을 간 동안 순간적으로 조금 많은 손님이 몰렸다.
주문서의 밀림을 감지한 순간부터 잠깐 주문 접수를 멈춘 뒤에 일을 진행해야 했는데 그러지 못 했다.
세 번째로 주문한 남성 고객께서 한참 동안 기다리다 답답함을 참지 못하여 성질을 부리며 퇴점하였다.
"아니! 먼저 들어온 주문부터 좀 만들고 나머지 주문을 받아야지!"
저 말에 화가 났느냐고? 그 당시에도 아니었다고 하면 거짓말이지만 돌이켜 생각해 보니 화낼 만했다는 생각이 들어 외려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차라리 말씀해 주어 감사했다. 다만, 제대로 사과를 드리지 못하여 미안함이 더해졌을 뿐.
왜 화가 나지 않았느냐고? 그 고객께선 자기 것을 빨리 만들어달라는 재촉의 성질이 아닌, 일머리 있게 일하란 일종의 피드백(Feedback)이었다. 그저 성질을 내며 말했을 뿐.
입사 초기에 업무가 익숙지 않았을 때 나는 정해진 위치를 벗어나며 중구난방으로 일하곤 했는데 그것을 보던 나의 사수가 참다 참다 내게 말했다.
"장현 님! 지금 하시고 싶은 게 뭐예요? 너무 정신없어요!"
다소 호통치듯 말했는데, 평소에 전혀 그런 분이 아녔기에 동료들이 모두 놀랐고 나중에 이 일을 회상하며 서로 이야기를 나누니 나의 사수는 그 당시에 말을 그렇게까지 해서 내게 미안한 감정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면 당시의 나는 저 말을 듣고 화가 났었느냐고? 아니, 전혀?
이렇게 일하면 돕는 게 아니라 방해가 되는 것이라는 걸 깨달았고 오히려 그 이후로 난 업무가 훨씬 수월해졌다. 이전까진 너무 많은 것들 맡으려고 하다 보니 버겁던 것들이 다른 사람 몫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나니 여유가 생긴 것이다.
미안했었다는 사수에게 "아, 저는 그때 오히려 감사했었습니다."라고 말하자 그녀는 신기하단 반응을 보였다.
세상일이란 게 대부분 잘잘못을 명확히 따질 수야 없지만 나는 내가 잘못한 것에 대한 비판에 감정이 상하는 역치가 높은 편인 것 같다.
잘못은 누구나 하지만 그 이후에 어떻게 수습하는지는 사람마다 천차만별이다. 중요한 것은 자기 잘못에 대한 비판을 수용하려는 마음과 실제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으로 생각한다.
좋게 말해주면 서로 좋을 테지만 어쩌면 그건 욕심일 것이다.
이상한 성격파탄자가 아니고서야 잘못을 지적하는 이는 그 나름대로 많은 인내를 하였을 것이다. 먼저 수도 없이 건드려놓고선 그에 대해 좋게 말하기까지 바라는 이가 있다면 그가 아마도 이상한 성격파탄자를 만드는 데 일조하는 사람일 것이다.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늘 부족함이 많은 채로 살아왔기에 지나치게 방어적인 태도를 고수하기도 하지만, 최대한 지키려고 노력하는 것이 피드백을 수용하는 자세이다.
스스로 나 자신을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내가 잘 아는 나는 주관적인 나의 시선으로 바라본 내 모습일 것이다. 다른 사람의 시선으로 바라본 내 모습이 내 생각과는 다른 경우가 많은데, 거기에 동의하진 못할지언정 우선 귀는 열어두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