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류장현 Feb 26. 2024

눈을 보고 말해요

눈 맞춤의 중요성

누군가 내게 스스로 생각하기에 바리스타로서 제일 부족한 점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단 1초의 고민도 없이 고객 응대라고 얘기할 것이다.


최근 커피 업계에선 서비스(Service)라는 단어 대신 호스피탈리티(Hospitality)란 단어를 더 많이 사용하는 추세이다. 아마도 단순히 제공하는 것으론 부족하니 그보다 더 나아가 환대하여 더 많은 고객을 유치하기 위함이 아닐까 싶다.


기본적으로 나는 다행히 서비스와 호스피탈리티 능력을 어느 정도는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단순 제공을 넘어 때에 따라 조금 더 깊이 있는 설명을 하는 건 일하는 곳마다 가장 잘하는 편이었고, 고객을 환히 맞이하는 능력 또한 충분히 갖고 있다. 문제는 이 능력의 가용 범위가 좁다.


카페는 불특정다수를 상대하기 마련인데 나는 내가 좋아하는 고객을 맞이할 때와 그렇지 않은 고객을 맞이할 때의 편차가 상당히 심하다. 제일 큰 문제는 좋아하는 유형은 몇 안 되지만 싫어하는 유형은 부지기수란 점이다.


그렇다고 고객과 싸우자는 식의 시비조로 주문을 받는 것은 아니고, 운이 좋게도 아직 직접적인 컴플레인을 겪은 적은 없었다. 그저 상대를 기계처럼 대하고 나 또한 기계처럼 말할 뿐이다.


상대하긴 싫고, 내 기분은 나쁘나, 괜히 긁어 부스럼 만들면 나만 곤란해지니 최소한 기분이 나쁘다는 것을 티 내진 말자며 내가 했던 선택은 고객의 눈을 절대로 보지 않는 것이었다.


눈을 보면 무언가 지금의 내 기분을 읽힐 것만 같은 생각에 내가 했던 선택이 알고 보니 최악의 수였다는 것을 근래 들어 알게 되었다.


그날도 입장부터 별로였던 고객의 주문을 받는데 주문하는 어투는 입장보다 더 별로였다. 역시나 나는 상대의 눈을 보지 않고 있었는데 우연히 서로가 눈이 마주치게 되었다. 신기한 일은 이때부터 일어났다.


나는 사랑에 빠졌다.


는 말 같지도 않은 농담이고, 무례하기에 짝이 없던 고객의 말이 눈을 마주 보며 말을 나누니 막상 그렇지도 않게 다가왔다.


나한테 공격적으로 말하려거나 시비를 걸려는 의도가 아니라 그냥 그런 말투의 사람인 것이다.


주문을 서로의 눈웃음으로 끝마치고 그날 동안 하루 종일 이 생각에 잠겨있었다.


우연히 눈 맞춤이 된 것처럼 이렇게 좋게 끝나는 것 또한 우연일 수도 있기에 다음날에도 그다음 날에도 주문받을 때 의도적으로 고객의 눈을 보고 말하는 실험을 해보았다.


실험 결과는 늘 같았다.


상냥한 사람들만 온 이상적인 날들의 연속이 아니었다.


처음이 별로인 사람은 여전했으나 눈을 보고 말을 나누다 보니 지난번처럼 잘 마무리되는 것도 여전했다.


무례한 사람은 눈을 바라보면 더 확실한 무례함을 느낄 수 있었고, 상대를 바라보지 않고 내가 상상으로 그려낸 그들의 모습은 실제와는 다른 경우가 태반이었다.


긁어 부스럼을 만들지 않으려 눈 맞춤을 거부한 나는 결국 다른 긁어 부스럼을 만들어 혼자만의 일어나지도 않은 전쟁을 하고 있었다.


누군가는 이걸 이제야 깨닫느냐며 한심하게 볼 수도 있지만, 나처럼 어리숙하고 더딘 사람들을 위해 그들에게 이 말을 전하고 싶다.


눈을 보고 말해요.


누군가 내게 스스로 생각하기에 바리스타로서 제일 부족한 점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조금 고민을 하다가 그래도 아직, 고객 응대가 부족하죠라고 얘기할 것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