헥터 맥도널드, '만들어진 진실'

경합하는 수많은 진실과 이에 대한 우리의 태도에 대하여

by 장혁

세상에는 여러 가지 진실이 있습니다. 한 가지 사건에 대해서도 원하는 부분을 선택하고, 원치 않는 부분은 생략하고, 또 강조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서 서로 다른 진실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한 가지 상황에 대한 서로 다른 진실을 저자는 ‘경합하는 진실’이라고 부릅니다. '만들어진 질실'은 ‘경합하는 진실’을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누군가는 의도적으로 사람들을 속이기 위해 진실을 편집하죠, 저자는 이들을 ‘오도자’라 부릅니다. 또 누군가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사람들을 속이는 진실을 받아들이고 전합니다. 저자는 이들을 ‘오보자’라고 합니다.


진실을 편집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많은 방법을 사용하지만 그중 가장 인상 깊은 방법은 ‘스토리’를 만드는 것입니다. 스토리를 만든다는 것은 사람들을 원하는 감정을 갖고, 생각을 갖게 만들기 위해서 엉켜 있는 실타래에서 하나의 끈을 풀어내는 것과 같습니다. 그 예로 책에서는 영국 중앙은행 총재의 이야기를 인용합니다.


‘모든 것은 베를린 장벽 붕괴에서 시작한다. 세계는 사회주의 국가가 무너지면서 자본주의가 힘을 얻게 되었고, 아시아의 많은 국가가 국제 금융, 무역 체계에 편입되었다. 노동 공급 여력은 늘어났고, 무역 수지 흑자는 계속되었다. 이는 저축 과잉으로 이어졌고, 곧이어 이자율이 낮아졌다. 낮아진 이자율에 많은 대출과 투자가 이어졌고, 위험한 투자도 늘었다. 이렇게 쌓여간 위험은 한꺼번에 터지며 세계 경제를 금융 위기로 가져왔다.’


요약하자면 이렇습니다. 이 말은 한 킹 총재는 금융 위기를 ‘베를린 장벽의 붕괴’에서 시작하며 자연스러운 인과 관계로 이어진, 그리고 사건의 분기점도 존재하는 하나의 이야기로 엮은 것이죠. 이 이야기의 사실 여부를 떠나 하나의 이야기로 진실을 전달하는 방법이 얼마나 강력한지 이 사례에서 알 수 있습니다. 흥미로운 도입부에서 시작해서 자연스러운 인과관계를 통해 우리는 이견의 여지없이, 그리고 일말의 저항 없이 그의 이야기를 받아들입니다. 이야기를 들을 때는 거부감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죠. 다른 편집 방법과 가장 차별화된 이야기의 장점입니다. 실제로 금융 위기를 촉발한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과도한 미국 주택담보대출과 부동산 시장 버블이 원인이라고 말하기도 하며 킹의 이야기도 하나의 요인이 되었겠죠. 물론 그 외에도 여러 원인이 얽혀서 발생한 사건입니다. 그리고 킹은 이 엉킨 실타래 중에서 하나의 실을 꺼낸 것입니다. 물론 자연스럽게 풀어냈습니다. 어쩌면 상대에게 자신이 전달하고 싶은 진실을 전하는 가장 강력한 방법은 이야기가 아닐까요


이야기도 있지만 이와 같이 어떤 진실을 자연스럽게 전달하는 방법은 더 많습니다. 정보를 생략하고, 강조하고, 새로운 이름을 붙여 프레임을 형성하는 것처럼 모든 전달 방법은 원본을 훼손하기에 부정적으로 느껴집니다. 하지만 진실을 전달하는 여러 방법은 그저 방법일 뿐입니다. 정보는 있는 그대로 전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언제나 있는 그대로의 사실이 좋은 것은 아닙니다. 모든 사실을 접하고 싶은 사람에게는 그것이 좋을 수 있지만, 때로 너무 많은 사실은 우리의 판단을 방해하고 핵심을 찾을 수 없게 합니다. ‘진실의 편집’ 자체는 나쁘다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기술’이 그렇듯, 편집된 진실 또한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의 의도에 따라 달라집니다. 누군가는 진실을 편집해서 특정 가치를 강조하고 이를 통해 집단에 속한 사람들이 하나의 가치관과 신념을 가지고 결속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기업의 대표는 종종 이런 역할을 맡습니다. 반면 누군가는 편집한 진실을 통해 사람들이 반대 의견에 대해 생각하지 못하도록 만들고, 감정적으로 행동하도록 합니다. 이를 통해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얻고 이익을 얻으려 하는 것이죠. 그 결과가 전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는 따지지 않고 본인만을 생각하는 행동입니다.


왜 편집된 진실을 통해 사람들이 좋은 결과를 얻기도 하고, 반대로 좋지 못한 방향으로 사람들을 속일 수도 있을까? 그것은 진실이 가진 힘 때문입니다.

저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진실은 우리가 사는 세상을 형성한다.”


결국 우리가 받아들이는 진실을 통해 우리는 세상을 인식합니다. 그리고 행동합니다. 이런 말이 있습니다. “생각이 행동을 바꾸고, 행동이 습관을 바꾸고, 습관이 성격을 바꾸고, 성격이 운명을 바꾼다.” 우리가 가지는 생각은 결국 우리의 모든 것에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그리고 어쩌면 우리의 운명을 결정할 수도 있습니다. 그 생각 이전에 있는 것이 바로 우리가 받아들이는 진실입니다. 우리는 특정 진실을 받아들이며 사건에 대한 태도를 결정합니다. 받아들이는 순간 진실은 그저 진실이 아니라 ‘가치 판단’을 포함하게 되는 것이죠. 그렇다면 우리에게 편집된 진실을 전하는 사람은, 결국 우리의 생각을 통제하고 나아가 행동, 습관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있는 말입니다. 반박하기 어려운 사실입니다. 실제로 우리는 대부분의 사건에 대해서 우리가 보고, 듣고 느끼는 정보를 통해 태도와 생각을 형성합니다. 나와 가까운 사람이 어떤 사건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으면 그와 같은 관점을 가지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굳이 가깝지 않더라도 매체에서 접하는 수많은 정보를 통해 자연스럽게 사건에 대한 인식을 가지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 어떤 매체도 진실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지는 않죠. 이 책에서 말한 것처럼 어떤 정보는 생략하고, 어떤 정보는 강조하고, 어떤 단어는 사용하고, 어떤 것에는 새로운 이름을 붙여 가며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편집된 정보를 보여줍니다. 갈수록 더 많은 정보를 접할 수 있고, 빠르게 많은 것을 해야 하는 현대 사회에서는 누군가를 통해 정보를 얻는 경우가 더 많아집니다. 어떤 진실이 전부인지 직접 찾아보기에는 그럴 시간이나 여력이 부족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앉아서 누군가가 편집된 진실을 통해 우리 생각을 지배하고 행동을 결정하는 것을 받아들여야 할까요. 적어도 그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아닐 것입니다


우리는 모든 사건에 직접 다가갈 수는 없지만, 여러 경합하는 진실을 들어볼 수 있습니다. 여러 지 진실을 모두 들어볼 시간이 부족하다면, 적어도 누군가가 들려주는 진실에 대해 이것은 경합하는 여러 진실 중 하나일 것이며 어느 정도 편집된 진실일 것이라고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람에게 그것을 전혀 편집하지 않도록 강요할 수는 없습니다. 반대로 우리는 우리가 듣는 이야기를 의심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들이 어떻게 진실을 편집하는지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상대가 쓰는 전략을 미리 안다면 적절히 대응할 수 있겠죠.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항상 비판적으로 사고하고 의심하는 태도일 것입니다.


민주주의는 현재까지 인간이 발전시킨 가장 좋은 정치 제도입니다. 그것이 가진 문제점을 포함하더라도 다른 어떤 제도에 비해 가장 합리적이죠. 다만, 민주주의는 다수가 선택한 것이 가장 합리적인 대안이라는 전제를 내포합니다. 집단 지성이 옳다는 것을 믿는 것입니다. 이 전제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구성원 각각이 자신의 견해를 올바르게 형성해야 합니다. 구성원이 일부의 오도자에 의해 편집된 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구성원 모두의 의견이 동등하게 반영된 것이라 말할 수 없습니다. 일부 오도자의 의견이 부풀려서 반영되고 있는 것이죠. 때문에 구성원에게 그러한 진실을 전달하는 주체인 언론, 매체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민주주의가 올바르게 작동하기 위해서는 올바른 언론이 전제되어야 하는 듯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것에 전부 기댈 수는 없습니다. 공급자는 공급자의 윤리를 지키려 노력해야 하지만, 소비자인 우리 또한 공급자에게 모든 것을 맡기고 받아들이면 안 됩니다. 언제나 그들이 우리를 오도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져야 합니다. 우리가 옳은 진실을 받아들이려고 노력한다 하더라도 인간이기 때문에 항상 그럴 수는 없을 것입니다. 잘못된 진실을 받아들이기도 하고, 스스로 오해해서 잘못된 진실을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다만, 우리 각각이 옳은 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태도를 마음속에 가지고 있다면 조금의 실수가 있다 하더라도 세상은 조금 더 나아지지 않을까요.


우리가 받아들이는 진실은 우리가 믿는 세상을 만듭니다.

당신의 세상이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지도록 내버려 두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