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던 앨랜버그, '틀리지 않는 법'

올바른 추론에 대하여

by 장혁

오늘 하루 당신은 얼마나 많은 선택과 판단, 그리고 주장을 했나요.

'나는 평범한 하루를 보냈고 선택이나 판단을 할 일이 없었을 것이다. 하물며 무엇인가 주장을 한 일은 더욱 없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드는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그러나 평범한 하루를 보내더라도 우리는 일상의 작은 순간에 생각보다 많은 선택과 판단을 하고 누군가와 대화할 때는 나도 모르게 무엇인가를 주장하게 됩니다. 물론 그것이 주장이라고 할 만큼 중요한 것은 아닐지 모릅니다


목적지에 갈 때 어떤 경로를 선택하는 것이 좋을까, 일기예보에서는 비가 올 확률이 40%라고 하던데 비가 온다는 뜻일까? 혹은 40% 확률로 비가 온다는 말은 어떤 의미로 이해해야 하는가, 오늘 아침 신문기사에 커피를 마시는 것이 심혈관질환의 유병률을 낮추는 것에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발견되었다고 하는데 이것은 무슨 뜻일까? 커피를 마시면 심장에 좋다는 뜻일까? 그리고 어제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어떤 후보를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이 과반수가 넘었다고 하던데 그 후보는 당선될 가능성이 낮은 것인가?


이러한 질문은 우리가 일상에서 무의식적으로 던지고, 또 대답하는 것들입니다. 일상의 질문에 대답한다는 것은 우리가 가능한 선택지 중 어떤 선택지가 더 좋다고 판단하고, 선택한다는 일을 뜻하죠. 이러한 선택과 판단을 다른 사람과 대화하는 과정에서 이야기한다면 주장이 됩니다. 물론 그 말의 무게감은 때에 따라 다르겠지만 기본적으로는 같은 행동이 됩니다.

우리는 이렇게 판단하고 선택하고, 또 주장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추론'이라는 것을 합니다. 정보는 선택지를 정해주지 않습니다. 단순히 우리가 판단하기 위한 정보를 나열할 뿐입니다. 비가 올 확률이 60%라고 해서 비가 온다는 말은 아니겠죠. 다른 모든 정보도 마찬가지입니다.


결국 우리의 일상생활에는 의식하지 못하더라도 무수히 많은 추론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설령 그 추론이 아주 작은 것일지라도 정보와 우리의 행동 사이에는 추론이 작동하게 됩니다. 그리고 우리의 선택과 판단이 틀렸다면 아마 그 이유는 '추론'에 있을 것입니다. 누군가는 너무 많은 추론을 거듭하여 비약을 일으키고 잘못된 판단을 합니다. 또 누군가는 같은 정보를 가지고 부족한 추론을 해서 알아낼 수 있는 것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기도 합니다. 주어진 정보가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는 것만을 정확하게 추론하는 것, 이것이 우리가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조던 엘렌버그의 책 '틀리지 않는 법'은 우리가 주의하지 않으면 틀리기 쉬운 추론을 이야기하는 책입니다.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하는 추론, 그중에서도 자주 틀리는 것을 논리적 추론을 업으로 삼고 있는 수학자의 입장에서 하나하나 살펴줍니다. 수학을 한다는 것은 수학을 주로 하지 않는 사람들의 눈으로 볼 때 복잡한 계산을 하거나 방정식을 푸는 일이라고 생각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물론 그런 일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계산의 영역은 컴퓨터가 더 잘하기도 하고, 실제로 수학보다는 공학에서 더 많이 사용됩니다. 수학은 그러한 계산이나 방정식의 세계가 잘 구축되어 있는지, 우리가 계산을 할 때 그 계산이라는 것의 논리적 구조에 모순이 없고 탄탄한 기반을 갖추고 있는지를 확인합니다. 논리적인 연역과 추론에 따라 아주 당연해 보이는 것도 검증하고 증명하는 일, 그것이 수학의 영역입니다. 결국 수학자라는 사람들은 논리와 추론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들입니다. 조던 앨랜버그는 논리와 추론의 전문가로서 우리가 자주 틀리는 것들을 간단한 예를 가지고 무너트립니다. 상황을 단순화시켜서 틀렸다는 것을 보여주고, 실제로 같은 정보 하에서는 어디까지만 우리가 정확하게 알 수 있는지를 짚어줍니다. 어제도 올랐다면 오늘도 오를 것이라는 선형적 사고, 유의성 검정이 가지고 있는 한계점, 평균으로의 회귀, 상관관계와 인과관계의 차이점과 같이 자세히 보면 복잡하지만, 그럼에도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자주 사용하는 추론 방법을 바르게 고쳐주고 있습니다.


책에는 많은 잘못된 추론, 거기서 이어진 판단이 등장하지만 자세히 보면 비슷한 점이 있는 듯합니다. 대개 논리적으로, 혹은 수학적으로 볼 때 어떤 논리적 관계에는 특수한 가정이 깔려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세율을 낮출수록 세수가 더 커질 것이라는 생각에는 세율과 세수가 내리막과 같은 선형 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가정이 깔려 있습니다. 하지만 세율이 0% 일 때 세수는 없을 것이라는 생각과 마찬가지로 세율이 100% 일 때도 아무도 일을 안 할 것이기에 세수는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면 세율과 세수는 선형 관계를 가질 수 없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양 끝이 전부 0이기 때문이죠. 그러니 적어도 선형은 아니고 양 끝이 0이며 가운데에서 볼록하게 상승하는 종 모양 비슷한 형태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세율과 세수의 관계가 종 모양이라면 우리가 해야 하는 생각은 '낮출수록 높아진다'가 아니라 '중간에 있는 어떤 값이 결과를 극대화하는 지점인가?'라는 생각입니다. 다른 추론도 다르지 않습니다. 유의성 검정이 가지고 있는 문제는 유의성이라는 것이 '있다와 없다'라는 이분법적인 변수, 혹은 수학의 언어로 말하면 이산적인 변수라는 가정에서 발생합니다. 그러나 이 세상에 있는 수많은 개념에 이분법적인, 혹은 뚝뚝 끊어져 있는 이산적인 개념은 많지 않습니다. 오히려 부드러운 곡선과 같이 연속적인 개념이 훨씬 많습니다. 유의성이 있다와 없다라는 구분은 우리가 적당한 수준을 골라서 판단하고 잘라놓은 것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그 사이는 떨어져 있지 않은 것이죠. 마찬가지로 어떤 복권의 기댓값이 1000원이라고 할 때 우리가 그 복권 한 장에 대해 1000원의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뜻이 아닙니다. 기댓값은 '충분히 많은 숫자의 시행을 동일하게 반복했을 때'라는 가정이 자연스럽게 포함되어 있는 개념입니다. 같은 복권을 아주 많이 사서, 숫자도 무작위로 골랐다고 가정했을 때 1000원의 평균적인 결과가 나온다는 뜻이죠. 기댓값이라는 개념 자체는 잘못된 것이 없습니다. 다만, 우리가 일상에서 그 개념을 사용할 때 거기에 내포되어 있는 가정을 충분히 생각하지 않는 것이 문제가 됩니다. 복권 한 장에 대해서 이야기한다면, 아마 우리가 기대할 수 있는 결과는 0원이나 당첨금인 큰돈이 되겠죠. 한 장에 대해서 기댓값이 이야기해주는 것은 결과에 대한 기대가 아니라 그 복권에 대한 평가의 척도에 가까울 것입니다.


책에서 수많은 사례를 알려주고 있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모든 사례를 기억하고, 모든 개념을 정확하게 알고 있기는 어렵습니다. 우리는 추론의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이죠

하지만, 틀린 생각들이 보여주는 공통점인 '가정을 검토하지 않는 것'을 알고 있다면 우리가 조던 앨랜버그처럼 '이 추론은 틀렸습니다'라고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을까요?

오늘 하루 우리가 했던 선택과 판단, 그리고 주장에는 어떤 추론이 포함되어 있었고 그 추론에는 어떤 가정이 필요했을지 생각해 보는 일, 그것이 아마 '틀리지 않는 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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