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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하고 또 개혁하라 - 혁신이야기

[나의 글/삶과 문화/한국일보 2013.11.26.]

지난 2004년 세상을 떠난 에버렛 로저스 교수. 그는 평생 개혁의 확산(diffusion of innovations)을 연구했다. 우리나라에도 <개혁의 확산>이라는 이름으로 그의 책이 번역, 소개된지 오래다. 그는 한국의 가족계획 운동에도 높은 관심을 보였고, 몸소 한국전에도 참전했던 지한파였다. 여기서 개혁이라 함은 국가의 틀을 고치는 것에서부터 생활 속의 작은 개선을 이룰 수 있는 아이디어 하나까지 두루 포괄하는 폭넓은 개념이다. 출발은 농촌사회학자였지만, 그의 연구 영역은 사회과학 전반은 물론, 농학, IT, 보건학 등을 포괄하는 등 폭이 아주 넓었다. 그는 '개혁'의 아이콘이 되어 스탠포드 등 수많은 명문 대학에서 교수를 역임했다.

리더십의 성패는 조직의 분위기를 긍정적으로 이끌어 얼마나 기존의 문제점을 개혁해내느냐에 달려있다. 기업이라면 혁신적인 제품을 고안하여 최저의 비용으로 생산해내기 위한 개혁이 필요하고, 개인이라면 지금까지의 자신이 지녀왔던 무기력과 냉소를 떨치고 자신이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분야를 찾아 훌륭한 성과를 이뤄내느냐가 관건이다.


로저스는 개혁의 속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을 크게 다섯 가지로 정리해 냈다. 첫 번째는 개혁의 속성이다. 기존 관행을 개혁했을 때 어떤 이점이 있는지, 개혁을 그 조직의 문화에 적용하기 알맞은지, 지나치게 복잡하지는 않은지, 직접 개혁의 성과를 체험해 볼 수 있는지, 그리고 결과가 눈에 보이고 관찰가능한지 등이 개혁의 속성에 속한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사실 '창조경제' 어젠다는 아직 국민에게 제대로 어필하고 있지 못한 것 같다. 일단은 국민의 뇌리에 깊이 각인된 사례가 없고, 우리 문화속에서 창조성이 어떻게 발현될 수 있는지 마음을 움직이는 설득을 해내지 못하고 있다.


두 번째 요인은 어떤 방식으로 개혁을 결정하느냐 하는 것이다. 권위자에게 전적으로 의존하는 방식부터 개개인의 선택에 전적으로 맡기는 형태까지 다양한 방식이 가능하다. 극도로 복잡해진 현대사회에서 개혁의 특징은 하의상달식 '바틈업(bottom-up)' 개혁이면서도 급변하는 환경에 창발적 아이디어로 대응하는 즉흥성과 외부 조직과 언제든 공조할 수 있는 개방성을 요구한다. 특히 개방성은 '오픈 이노베이션'의 핵심가치로서 나만의 것이 옳다는 아집과 자만을 버리는 조직에게만 주어지는 선물이자 특권이다. 자원빈국인 우리나라로서는 정부주도로 철저한 수출위주의 경제정책을 통해 외부의 이노베이션을 잘 추격해 오다가, 이제는 기업이 스스로 글로벌 트렌드를 이끌어가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세 번째 요인은 어떤 소통 채널을 통해 개혁에 참여하도록 설득하느냐 하는 것이다. 아무리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발달해도 오프라인상에서의 만남을 통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고 궁극적으로 끈끈한 관계를 형성해내지 못한다면 이른바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을 이뤄내기가 힘들다. 어떤 경우에든 답은 현장에 있기 마련이므로, 어려운 상황일수록 현장으로 달려가 문제를 직시하고 소통하는 능력이 오늘날의 리더에게는 절실히 요구된다.


네 번째 요인은 사회체계의 성격이다. 어떤 규범이 작동하는 사회인지, 연고주의가 팽배한 사회인지 아니면 투명성이 높은 사회인지 등이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위한 다양한 제도와 기관을 보유한 국가가 되었지만, 여전히 투명성측면에서는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사회 갈등이 합리적으로 예방되거나 조정되지 못하고 있는 측면도 정말 큰 문제라고 하겠다.

다섯 번 째 요인은 리더가 얼마나 개혁을 위해 헌신하느냐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변화를 추동하는 리더는 스스로가 깨끗하고 개혁의 모범을 보여야 한다. 유학에서 말하는 수기치인(修己治人)과 서양에서 얘기하는 솔선수범(lead-by-example)이 공통적으로 가리키는 방향은 리더 스스로가 전범(典範)이 되라는 것이다. 이 시대를 사는 우리들도 로저스가 얘기한 다섯 가지 요인들을 마음에 새기고 스스로의 개혁부터 단행해 나가는게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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