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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서 Nov 14. 2023

8. 메리 올리버 <기러기>

첫눈 / 어디에서 그런 아름다움이 나오고, 그 의미는 무엇일까

여기 오늘

아침부터 눈이 시작되어 

종일 내렸어, 그

흰 웅변, 사방에서

우리를 질문으로 

이끌었지 왜, 어떻게,

어디에서 그런 아름다움이 나오고,

그 의미는 무엇일까, 놀라운

신탁의 열기! 유리창에

스쳤지, 그 에너지,

결코 퇴조하지 않고,

결코 사랑스럽지 못한 상태에

머물지 않을 듯했지!

그리고 이제야,

밤이 깊어,

마침내 눈이 그쳤어.

그 압도적인

고요,

하늘은 여전히

백만 개 촛불 들고 있어,

친근한 것들

어디에도 없지,

별들, 달,

우리가 밤마다 기대하고

저버리는 어둠, 나무들은

리본 두른 성처럼

반짝이고, 넓은 들판은

빛으로 타오르고, 개울 바닥엔

빛나는 언덕들 쌓여 있어,

온종일 우리를 괴롭힌

질문들 그대로

남아 있어도-아무런 

답 찾지 못했어도-

지금 밖으로 나가

고요와 빛 속에서

나무들 아래를 지나고

들판을 건너면

거기에 답이 있지.


메리 올리버 저, 민승남 옮김, <기러기>, 마음산책, 2021.11.30.



답을 찾아 눈 쌓인 들판을 건너 볼까요? 왜, 어떻게, 어디에서 그런 아름다움이 나오고, 그 의미는 무엇인지 궁금하니까요. 긴 패딩코트에 모자를 눌러쓰고, 장갑 끼고, 두툼한 신발을 신고 가 볼까요? 들판을 건너지 않아도 답을 찾을 방법이 없나 두리번거립니다. 게으른 자는 그렇습니다. 


첫,눈, 

첫눈은 아름다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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