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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서 Nov 17. 2023

11. 하재영 <나의 친애하는 집>

나와 우리는 집에서 살았고, 시절을 보냈고, 그래서 생존했다.

오늘도 도서관행이다. 어제 주문한 책을 찾으러 가야 한다. 하재영 작가의 <나의 친애하는 집>과 줌파 라히리의 <축복받은 집>을 말이다. 둘 다 '집'에 대한 책이군, 공교롭게도. <나의 친애하는 집>을 점심시간에 읽기 시작해서 단숨에 읽어버렸다.


이 책은 집에 대한 이야기지만 작가가 살아낸 시절, 시간에 대한 이야기다. 좋은 책은 나를 옮겨놓는다더니 이 책도 그렇다. 나의 집, 나의 방이 떠오른다. 서울에 와서 처음 머물렀던 작은 아버지의 15평 서민아파트 거실도, 이대 앞에 구했던 원룸의 곰팡이 냄새도, 결혼하고 시어머니, 막내동생과 함께 살았던 오래된 상가주택 3층 옥상의 토마토도, 큰 아이 발병하고 도망치듯 내려간 홍성의 빨간 지붕집 벽에서 만져지던 외풍도, 재발해서 다시 올라온 파주 아파트의 월넛 장식장도. 내가 거쳐온 집은 저마다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나와 우리는 집에서 살았고, 시절을 보냈고, 그래서 생존했다. 


내가 있어야 하는 장소는 어디인가? 요즘 나의 질문이다. 아니, 내가 있고 싶은 장소는 어디인가? 어디에 있을 때 나는 행복한가? 질문을 바꿔야 한다.


인왕산을 바라보고 커피를 마시는 주말 아침의 거실, 딸 침대 자리에 놓은 책상에서 책을 읽는 시간, 내년 봄 꽃씨가 싹을 올릴 텃밭, 현재는 그렇다. 앞으로는 어디일까? 나의 집은 어디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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