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는 새로운 문체를 창조하면서 자신과 마주하는 일
밑줄 그은 문장들을 옮겨봅니다.
* 모성
- 극성스럽고 미친 사람이었죠. 오직 엄마들만이 그럴 줄 아는 것처럼. 한 인간의 존재 속에서 엄마란 그가 만난 사람들 중에 결단코, 가장 이상하고 예측이 불가하며 파악되지 않는 사람일 거예요.(30쪽)
* 글쓰기는 자신과 마주하는 일
- 비탄에 잠긴 여성의 개인적인 논법일 뿐이죠. 글은 독자에게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쓰는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글쓰기는 매번 앞서의 문체를 깨뜨리고 새로운 문체를 창조하면서 자신과 마주하는 일이에요.(43쪽)
* 행복이라는 말
그날, 그 행복이란 말은 절대 내뱉어선 안 돼요. 우리가 단어에 부여한 의미 자체로 예외적인 것으로 들릴 수 있고, 사정거리 바깥에 있는 것처럼 여겨지니까요. 닿을 수 없고, 대단히 신비롭게 말이에요.(56쪽)
* 글로 쓰기로 결심
열정으로 기진하여 말로 털어놓을 기력이 없어서, 글로 쓰기를 결심했죠. 거의 냉정하게.(61쪽)
* 누군가의 것이 되는
기뻐요. 내게서 나온 뭔가가 누군가의 것이 되는 건 즐거운 일이에요.(81쪽)
* 우리의 과거에서 미래를 오가는 것
우리의 삶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은 절대 특별하지 않아요. 우리가 바라듯 일정하지도 않고요. 다채롭고, 돌이킬 수 없으며, 우리의 의식 속에서 영원히 반향을 일으키죠. 메아리처럼, 강물의 동심원처럼 퍼져 나가고 시시각각 서로 교차되면서, 우리의 과거에서 미래를 오가는 거죠.(93쪽)
* 자기 자신에 관해 쓰는 것
모든 작가들은 원하는 원하지 않든 간에, 자기 자신에 관해 써요. 그들 인생의 핵심 사건인 그들에 대해. 마찬가지로 작가가 언뜻 그에게 낯선 어떤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처럼 보일 때에도, 그건 늘 그의 자아, 그의 강박과 연관돼 있죠. 마찬가지로 꿈도-프로이트가 말했듯-우리의 에고이즘만을 드러낼 뿐이고요. 작가에게는 두 개의 삶이 있어요. 하나는 하루하루 그를 말하게 하고 행동하게 하는 표면적인 자아의 삶, 다른 하나는 늘 그를 졸졸 따라다니며 휴식을 주지 않는 진정한 자아.(95쪽)
* 자유로워질 수 있어요
난 나를 평범하게 만들고 무참히 망가뜨리고 이어서 중요하지 않게 만들기 위해, 짐을 내려놓기 위해 글을 써요. 텍스트가 내 자리를 차지해서, 내가 덜 존재하도록, 나는 오직 두경우에만 자유로워질 수 있어요. 자살하거나, 글을 쓰거나(99쪽)
* 문학은 논란거리가 되어야만 해요
시인은 그 자체로 위험한 사람이어야 해요. 우리와 달리, 삶을 돌보지 않는 누군가여야 하죠.(99쪽)
* 여성의 글쓰기
여성은 오래전부터 침묵, 즉 자신에 대한 인식, 그리고 자신의 목소리를 듣는 능력과 자연스럽고 내밀하게 연관돼 있었어요. 이것이 구조적으로 관념적이고 이론적인 지식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남성의 글쓰기에 결여된, 진정성으로 여성을 이끌었죠.(100쪽)
* 비자발적인 기억
우리를 붙드는 건, 우리의 의미와 상관없는 비자발적인 기억이죠.(188쪽)
* 집은 일종의 자궁
집은 우리가 안심하러 들어가는 집합소인 동시에, 그곳의 거주자들에게 필연적으로, 또 위험하게 영향을 받는 곳이죠. 집은 일종의 자궁의 연장선처럼 여성에게 속해요. - 남성은 공간을 이용하는데 그치죠.- 바로 그렇기 때문에 공간을 외부 세계와 단절시키고 살 수 없는 곳으로 만드는 애착물들로 집이 거치적거리면 안 되는 거고요. 내게 집이란 늘 바깥공기가 흐르는, 열린 장소였어요. 난 평생토록, 혼자 살 때에도 밤이 늦어서야 문을 닫곤 했죠.(198쪽)
마르그리트 뒤라스, 레오폴디나 팔로타 델라 토레 저/장소미 옮김, <뒤라스의 말>, 마음산책, 2021.1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