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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서 Dec 21. 2023

17. 잘 산다는 것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과 <나는 동물>을 읽으며

오늘은 신형철의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3부를 읽고 있다. 그 옆에 홍은전의 <나는 동물>과 함께 번갈아 가면서.


<슬픔을 공부하는 공부> 3편은 사회라는 주제로 묶은 챕터이다. 이 장의 서문을 읽는데 화가 나고 눈물이 난다. 이 글들은 2017년~ 2018년 상황에서 쓰인 글이다. 문재인 정부가 막 들어설 즈음의 일이다. 나는 글을 읽으며 2022년 3월 9일 이후가 계속 떠올랐다. 우리는 너무 되돌아갔구나. 지금의 정치를 떠올리며 화가 나고 분했다.

“자신이 제공하려는 것에 비해 세상이 너무나 어리석고 비열해 보일지라고 이에 좌절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 사람만이 정치에 대한 소명을 가지고 있다"라고 막스 베버는 말했다(192쪽).  한국사회에 이런 소명을 가진 사람이 정치를 하고 있나? 총선을 앞두고 공천으로 떠들썩한 정치권을 보면서 ‘정치에 대한 소명’에 다시 질문을 한다. 그리고 정치의 중요성을 복기한다.


허탈한 마음에 책을 덮다가 앞으로 몇 장 거슬러 올라간다. 그저께 밑줄 그은 문장을 다시 읽어보고 싶어서다.

“글을 쓰는 행위는 자신을 긍정하는 일인 것이어서 그 덕분에 우리 존재가 실제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이라고 김연수 작가가 썼다.(175쪽) 자신을 긍정하는 일이 글을 쓰는 행위라면 매일 써야지. 암요. 매일 써야지요. 생각하며 그 아래 계속해서 앤솔러지가 <우리가 보낸 순간>에 적은 문장을 옮긴다.

“우리가 지금 좋아서 읽는 이 책들은 현재의 책들이 아니라 미래의 책이다. 우리가 읽는 문장들은 미래의 우리에게 영향을 미친다. 그러니까 지금 읽는 이 문장이 당신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다. ‘아름다운 문장을 읽으면 당신은 어쩔 수 없이 아름다운 사람이 된다.”(<우리가 보낸 순간>, 298쪽). 하하. 나도 아름다운 사람이 될 수 있다. 책상 옆에 쌓인 미래의 책들을 보니 벌써 아름다운 사람이 다 된 것 같다.


다시 펼쳐보는 <나는 동물> 서문에 이런 문장이 있다.

‘인간도 동물’이라는 지루할 만큼 사실인 그것을 비로소 자각한 ‘인간 동물’이 되었다는 뜻이다. 그것은 인간의 확장이 아니라 인간밖에 모르던 세계의 무너짐이다..... 나는 좋은 동물이 되고 싶다.”


아름다운 사람이 되기 위해서 책을 읽고, 좋은 동물이 되기 위해서 책을 읽는다. 역시 좋은 책을 만나는 것이 잘 사는 것이다. 글을 쓰는 것도 마찬가지이고.


홍은전 <나는 동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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