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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서 Jan 26. 2024

20. 죽어 흙으로 돌아갈 사람아

<모래가 만든 세계>를 읽고

"죽어 흙으로 돌아갈 사람아"

     

모래 위에 지은 집에서 태어나

모래 위에 지은 집에서 살다가

모래로 돌아갈 사람아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뜰에는 반짝이는 금 모래빛,

     

노래 부르다가

유리구슬 굴리다가

스테인글라스 아름다운 성당에서 세례를 받지, 축복을 받지

     

모래로 만든 핸드폰 안에서 사랑을 속삭이지만

석유 때문에 모래로 수압파쇄를 하는 것은 모르지

모래 때문에 사람들이 싸우고 죽는 것은 모르지

     

형태를 잃고 하나로 합쳐져 새롭게 태어난 유리를 끼고

늦은 밤까지 영혼을 팔게 될지 모르지

     

겉으로 보이는 것과 다르고 겉으로 보는 것이 전부가 아니지

우리는 바이러스와 싸워 이길 거야. 오래오래 살아남을 거야

인류여, 영원하라.

     

곧 무너질 거야, 이제 사라질 거야

화성에서는 살 수 없는 사람아

모래 없이 살 수 없는 사람아

     

영혼은 없지만 환생하는 모래처럼

무기물로 돌아갈 존재야

     

돌고 돌고 돌아서 갈 그곳을 남겨두어야지

강변이든, 계곡이든, 바닷가든

     

죽어 흙으로 돌아갈 사람아

     



* 「모래가 만든 세계를 읽고」, 2024.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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