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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정숙 May 15. 2020

프리라이팅을 시작하게 된 이유

말을 잘 못하니까 글이라도 잘 써야지


어머 어쩜~ 이렇게 글을 잘 쓰니?
우리 애들은 다들 글을 잘 쓰네~ ^^




어머니는 내가 쓴 글을 보면서 종종 이런 칭찬을 하곤 하셨다.

30대가 훌쩍 넘은 우리들은 아직도 어머니의 '애기들'이다. 심지어 마트 사장님에게조차 우리더러 애기들이라고 말하셔서 그 사장님이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으셨다는 웃픈 에피소드가 하나 있다.


어머니에게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내가 우스갯소리로 하는 말이 있다.



- 엄마, 말을 잘 못하니까 글이라도 잘 써야지.



이런 말을 하게 된 이유는 사실 따로 있다. 퇴사를 마음먹은 후 진지하게 유튜브를 준비한 적이 있었다. 콘셉트를 뭘로 정할까 생각하다가 당시 재테크에 관심이 많던 나는 '직장인이 시드머니를 꼭 모아야 하는 이유'라는 주제로 영상을 찍었다. 멘탈을 지키는 방법까지도.

기획, 영상, 편집을 마치고 글씨를 입히는 데에만 꼬박 일주일이 걸렸다. 퇴근 후 시간은 한마디로 순삭이었다. 짧은 영상들을 한데 이어 편집하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지만 재미를 느끼던 일이었기에 부족한 감이 많다고 느꼈어도 어떻게든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하나의 영상을 겨우 만들고 유튜브에 업로드 하기 직전, 호기롭게 어머니와 언니에게 그 영상을 가장 먼저 보여주었다.


결과는.. 근래 어머니가 그렇게 호탕하게 웃은 적은 처음이었다. 심지어 언니마저도 옆에서 킥킥대는 걸 보며


'아. 이건 아니구나'


누가 봐도 굳어있는 표정, 세상 진지한 말투에 몸은 배배 꼬인 듯 앞뒤로 흔들흔들.

바람에 나부끼듯 갈대처럼 몸이 흔들리던, 어색한 티가 역력했던 그 영상은 일주일 간 고생한 보람도 없이 그렇게 역사 속으로 사라졌고, 유튜브에 대한 흥미 또한 급격히 가라앉았다.



 





프리라이팅을 시작하게 된 이유도 사실 말을 잘하고 싶어서였다.


말은 자신의 생각을 명확하게 표현하는 도구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나는 그 좋은 도구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었다. 꽤 오랫동안 방치해두고 있었다고 해야 할까. 

내가 갖고 있는 생각을 남에게 잘 전달하는 것조차 어렵다고 느낄 때도 있었고, 특히 살면서 그리 많지는 않더라도 대중 연설을 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 때 진땀을 빼기 일쑤였다. 


다른 누군가에게 생각을 표현하는 일은, 나라는 사람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일과 같다. 프리라이팅은 그 작업에 밑거름이 되어주는 최적의 비료이자 퇴비이다. 잘 써야 한다는 부담감도 내려놓을 수 있고, 그저 마음 가는 대로 글을 쓰면서 사고를 확장해 나갈 수 있는 '프리라이팅'을 어떻게 안 할 수 있겠는가?


정말 신기한 것은, 한 주제에 대해서 '가볍게 한 10분 정도 써봐야지.'라고 생각했던 것들도 적다 보면 꽤 많은 시간을 들이게 된다는 것이다. 마치 가지치기와 같이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게 되는 것처럼. 








이런 프리라이팅 경험을 몇 번 반복하다 보니, 뜻밖의 세 가지 장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첫 번째, 집중력이 스스로도 놀랄 만큼 향상된다.

두 번째, 내면의 어른 아이의 모습을 돌아보며 뜻밖의 '자가 치유'가 되고 있음을 느낀다.

마지막으로, 어지러운 머릿속을 질서 정연하게 정리가 되는 '생각 비움'의 효과도 있다.


생각보다 '내가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하는구나.'라는 깨달음과 함께 프리라이팅을 매일 하다 보니 브런치 작가에 선정되는 행운을 누릴 수 있다는 일종의 보너스 선물도 덤으로 얻을 수 있었다.


꾸준히 적어 내려 가면서, 내년 이 맘 때쯤 그동안 적어둔 프리라이팅 기록을 다시 보며 얼만큼 글쓰기와 말하기 실력이 키워졌는지 현재의 나와 미래의 나를 비교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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